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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4.19 [보도자료] 의료기관의 실손 보험 보험금 청구 서류 온라인 전송을 의무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의 문제점

임지예 2021-04-19 09:25:24 조회수 520

[바른의료연구소 보도자료] 의료기관의 실손 보험 보험금 청구 서류 온라인 전송을 의무화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의 문제점 

  

1. 서론


지난 4월 12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환자들의 실손 보험 청구 과정에서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명분으로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서류를 의료기관들이 보험회사에 전자적 형태로 전송하도록 하고, 의료기관들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과 유사한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은 수 년 전부터 여러 차례 발의된 적이 있으나 과도한 환자 정보 노출로 인한 소비자들의 불이익 우려, 환자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 개인의 사적 계약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의료기관들에 부당한 요구라는 점, 실손 보험사들의 배만 불리는 정책이라는 점 등으로 인해 국회 본 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실손 보험사들의 광범위한 로비 등의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환자 편의라는 허울좋은 명분을 내세워 부당한 실손 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법안은 끊임없이 발의되고 있으며, 이번에 김병욱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같은 배경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저수가, 저보장, 저부담의 3저 구조로 출발한 대한민국의 의료보험 시스템은 건강보험 체계로 개편된 이후에도 3저 구조에는 큰 변화가 없다. 그동안 정부는 보장률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내세우며 문재인 케어를 비록한 각종 포퓰리즘 정책을 추진하였으나 이러한 정책들은 건강보험 재정만 고갈시키고, 실질적으로 보장률을 올리는 데에는 실패하였다. 정부의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바로 단일 공보험 체계가 유연성을 가지기 어렵고, 정부의 정치적 의도에 의해 보험 체계가 좌우되기 때문에 포퓰리즘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국민들의 소득 및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새로운 의료 기술과 신약들이 쏟아지고 있는 등 급변하는 현재의 의료 환경에 잘 적응하고 적절히 대응해 나가기 위해서는 경직된 단일 공보험 체계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에 국민들은 추가적으로 비용 부담을 하더라도 보다 넓은 범위의 보장을 받고, 재난적 의료비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실손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법안에도 나와 있지만 2019년 말 기준 실손 보험 가입자는 전 국민의 76%에 해당하는 3800만 명에 달하고, 실손 보험 청구 건수도 2019년 1억 532만 건으로 3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하고 있다. 이렇게 실손 보험에 가입하는 국민들의 수가 늘어나고 실손 보험 청구 건수가 늘어나자 실손 보험사들 입장에서는 손해율이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었고, 정부는 실손 보험으로 인해 국민 의료비 지출과 건강보험 지출이 늘어난다고 판단하여 이를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었다. 이러한 실손 보험사들과 정부의 이해관계가 들어 맞으면서 지난 수 년간 환자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보험업법을 개정하려 하였으나 위에서 언급한 여러 문제들로 인해 개정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실손 보험 관련 법안이 발의되었기에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본 연구소)에서는 김병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였고, 그 결과 해당 법안 자체가 많은 문제점이 있고, 향후 이 법안이 본 회의를 통과하여 추진되면 여러 문제들이 발생할 우려가 높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해당 법안의 문제점과 법안 통과 시 파생될 부작용들에 대해 밝히고자 한다.



2. 환자의 보험청구 편의를 위한다면 우선 보험사별로 다양한 보험금 청구 방식의 간소화 및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국회에서 보험업법 개정안을 입법할 때마다 법안 발의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것이 바로 환자들이 실손 보험금을 청구할 때 각종 서류를 발급 받아야 하는 과정이 불편하므로 그 과정을 손 쉽게 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환자들이 보험금을 청구할 때 진단서, 소견서, 의무기록, 세부 항목 영수증 등을 종이 문서로 출력 받아서 이를 보험사에 개별로 제출하는 것을 불편해하니까, 법 개정을 통해서 이 과정을 전산화시켜서 의료기관에서 바로 보험사로 보내주면 환자들의 보험금 청구 과정이 용이해 질 것이라는 주장인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보험금 청구 과정이 복잡해진 이유가 무엇이고, 환자들이 실손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할 때 어떤 점이 가장 불만인지에 대해서 면밀히 조사를 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실손 보험 보험금 청구 시에 환자들이 여러 서류를 발급 받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보험사들이 많은 서류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보험사별로 보험금 청구 시에 요구하는 서류의 종류가 상이하고, 상당수의 보험사에서는 불필요하게 많은 서류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이로 인해 환자들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일도 자주 발생하고 있다. 비급여 진료가 아니라면 모든 의료행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서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급여 진료의 경우는 처방전과 영수증 정도만 제출해도 실손 보험사들이 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이 합당하고, 비급여 진료의 경우에도 소액 청구인 경우는 큰 문제가 없으면 추가 서류를 요구하지 않는 방향이 환자 편의 측면에서 합당할 것이다.


또한 유사한 보험 상품이라도 보험사별로 요구하는 서류나 의무기록이 상이한 경우가 많아 이 부분에 대한 표준화도 반드시 필요하다. 보험사별로 요구하는 서류가 표준화되면, 의료기관에서 환자 진료 후 일괄적으로 서류를 준비할 수 있게 되고 환자의 서류 발급 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환자에게 많은 도움이 된다. 만약 이 부분에 대한 표준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실손 보험금 청구를 전산화시켜도 청구 관련 업무의 부담과 시간은 줄어들지 않게 된다. 따라서 국회가 진정으로 환자들의 실손 보험 청구 과정에서의 편의를 생각한다면, 우선적으로 보험사별로 상이하고 다양한 보험금 청구 방식의 간소화 및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3. 보험사들이 데이터화 된 방대한 환자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면 보험금 지급 거부 사례 증가 등 각종 보험 분쟁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환자 정보가 보험사들의 개별 이익을 위해 악용될 우려가 높다.


의료 관련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이 환자 정보를 통해서 손해율이 낮은 보험 상품을 개발하고, 보험금 지급 거부 사유를 체계화 시키고자 한다는 사실은 이미 전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별로 인종이나 문화적인 차이, 보험제도나 소득수준의 차이 등으로 인하여 환자들의 질병이나 의료 행위 관련 데이터는 나라마다 다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각 나라의 보험사들은 자국의 의료 관련 데이터와 환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적절한 대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환자의 의료 정보는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민간 보험사가 디지털화 된 데이터를 얻을 수 없었고, 오직 환자들이 보험금 청구를 위해 의료기관에서 받아온 서류를 통해서만 정보를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 이렇게 모아온 환자 정보를 통해서 각 보험사들은 자신들만의 보험상품을 개발하고, 손해율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그동안의 노력에도 실손 보험 손해율의 개선이 보이지 않자 보험사들은 보다 정확하면서도 가공하기 쉽도록 디지털화 된 데이터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의무적으로 환자 정보를 민간 보험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의 통과는 보험사들에게는 숙원 사업일 가능성이 높다. 보험사들이 디지털 데이터화 된 환자 정보를 이용해서 이루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손해율 낮은 보험 상품의 개발과 기존 보험 계약에서의 보험금 지급 거부 사유의 확대일 것이 분명하다.


결국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보험금 지급 거부 사례가 늘어나면서 보험 분쟁이 늘어날 우려가 높고, 이로 인해 실손 보험에 가입되어 있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금전적인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또한 신규 실손 보험 가입 시나 기존 가입자의 보험 갱신 시에도 정보의 비대칭에 의해 국민들이 손해 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국회에서 국민 편의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만든 보험업법 개정안으로 인해 국민들이 오히려 피해를 보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며, 국회가 이러한 문제점들을 알면서도 입법을 강행하는 것은, 보험사의 이익을 위해 국민들을 기망하는 행위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4. 환자의 의료 정보를 전문중계기관을 통해서 보험사에 넘기는 행위는 약학정보원 사태와 같이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위험이 있으며, 전문중계기관은 보험사들의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김병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의 내용을 보면, 의료기관에서 전자적 형태로 보험금 청구 서류를 보내면 보험사는 이를 위한 전산체계 구축 및 운영과 관련한 사무를 전문중계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내용은 개별적으로 청구 전산화와 관련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면 많은 비용이 들 것을 우려한 보험사에서 비용 절감 등의 목적으로 전문중계기관에 이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국회에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주 중요한 개인 정보인 환자의 의료 정보가 환자의 사전 동의도 없이 의료기관이나 보험사가 아닌 제3의 기관으로 전송되는 것은 절대로 바람직하지 않다. 설사 환자가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기관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은 증가하게 된다.


제3의 기관에서 환자의 의료 정보를 처리했을 때 얼마나 위험한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우리는 이미 2013년 약학정보원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통해서 목도한 바 있다. 지난 2013년 약학정보원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약 5년 간 약국 보험청구 프로그램을 이용해 환자들의 질환 및 의약품 청구 내역 등의 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고, 이를 다국적 의약정보제공 기업에 제공했다는 혐의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서 알려지자 당시 전체 보건의료계는 발칵 뒤집혔다. 그리고 이 사건은 당시 피해자들의 집단 소송으로까지도 이어졌을 정도로 파장이 컸다. 이 사건 이후로 민감한 개인정보인 의료 정보의 취급에는 매우 주의를 기울여야 하고, 철저한 보안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환자의 의료 정보는 보험업계나 헬스케어 업계에서는 자신들의 수익과 직결되는 매우 중요한 정보이고, 따라서 이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은 음지와 양지를 가리지 않기에 언제든 유출될 위험이 높다. 결국 환자의 의료 정보는 매우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하기에 가급적 처리 기관의 수가 적어야 함은 물론이고, 이 정보가 디지털화 및 전산화 되었을 때는 정보 유출에 의한 국민 피해의 위험이 더욱 높아질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에서는 보험사들의 비용 절감을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전문중계기관에 해당 업무를 위탁할 수 있게 함으로써 정보 유출의 위험은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따라서 진정 국회가 국민들의 개인 정보를 소중하게 여긴다면, 의료 정보 유출의 위험이 높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철회해야 마땅할 것이다.



5. 개인과 보험사가 맺은 사적 계약의 편의를 위해 계약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의료기관에 온라인 자료 전송을 의무화하는 것은 부당하다.


전 국민과 전 요양기관이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건강보험과 달리 실손 보험은 보험 소비자 개인과 보험사간의 사적 계약이고, 이 계약 관계에는 국가나 의료기관이 개입할 여지나 권한이 전혀 없다. 그런데 이번에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에서는 환자가 요구하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의료기관에서 보험사 및 전문중계기관으로 온라인 전송하도록 하고 있고,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더욱 어처구니 없는 것은 의료기관들이 이러한 환자의 요구를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면서도, 해당 자료 전송 업무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나 수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는 점이다.


개인과 보험사가 맺은 사적 계약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제3자에 불과한 의료기관들에게 국가가 개입하여 부당하게 추가적인 업무 수행을 강요하는 것은 명백한 공권력 남용이고, 이를 거부도 할 수 없도록 규정한 것은 의료기관들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내용이다. 국민 편의나 공익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특정 직역이나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합리화하는 것은 전체주의적인 발상에 다름 아니며, 서비스 제공에 대한 대가나 보상에 대한 언급도 없는 것은 공익을 앞세운 폭력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위헌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사고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철회되어야 마땅할 것으로 보인다.



6. 실손 보험의 역할을 강조하고 이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은 결국 단일 공보험 시스템의 한계점을 부각시키는 것이며, 장기적으로 다 보험자 경쟁 체제로의 보험 체계 전환의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적정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비급여 의료 행위들을 대규모로 급여화 시키는 것을 주 골자로 하는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지 3년을 넘어 이제 4년이 다 되어 간다. 당시 정부는 문재인 케어를 통해 국민들이 건강보험만으로 적정한 보장을 받을 수 있게 되어 의료비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당시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포퓰리즘적인 접근으로는 보장률을 높일 수도 없고, 건강보험 재정의 고갈로 인해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을 경고했다. 문재인 케어 시행이 4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서 평가를 해보면, 당시 정부의 주장은 틀렸고, 의료계의 주장이 모두 옳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결국 현재의 단일 공보험 체제의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지속 가능한 전 국민 의료보험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단일 공보험 체제는 더 이상 답이 아니며, 이제는 보험 체계의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을 보면 이러한 단일 공보험 체제의 한계점을 이미 국회에서도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만약 건강보험 자체만으로 국민 의료보험 서비스가 원활히 이루어진다면 굳이 민간보험사들이 운영하는 실손 보험의 역할을 중요하게 여길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민들에게 건강보험만으로도 충분하니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막기 위해 실손 보험 가입을 만류하는 캠페인을 벌여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국회에서 나서서 개정안까지 발의해 가면서 실손 보험사들의 이익을 챙겨주고, 간접적으로 국민들의 실손 보험 가입을 확대시키려는 노력을 하는 것은 단일 공보험 체제의 한계점을 명확히 인식했기 때문이라고 밖에 설명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정부와 여당은 국민 앞에 현재까지 유지해왔던 단일 공보험 체제의 실패를 인정하고, 다 보험자 경쟁 체제 등 다양한 방식으로 보험 체계를 전환시켜 지속 가능한 보험 체계를 만들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자신들의 정책 실패는 감추고, 국민들이 자유롭게 가입한 실손 보험에까지 국회와 정부가 개입하여 국민과 의료기관에 피해를 입히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기에 이번 보험업법 개정안은 철회되어야 한다.



2021년 04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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