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보도자료

Barun Medicine Institute

보도자료

21.05.03 [보도자료] 요양병원 인증 획득 강제 법안의 문제점 분석

임지예 2021-05-03 10:08:17 조회수 579

[바른의료연구소 보도자료] 요양병원 인증 획득 강제 법안의 문제점 분석


1. 서론


지난 4월 27일 국민의 힘 이종성 의원을 포함한 15명의 국회의원들은 요양병원의 의료기관 인증 평가를 통한 인증 획득 시까지 의료기관 영업을 정지시킬 수 있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의 내용을 보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법 제58조의4제2항에 따라 의료기관 인증을 신청하여야 하는 요양병원이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기간 내에 다시 인증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나 다시 인증을 신청하여 불인증을 받은 경우에는 해당 요양병원이 의료기관 인증을 받을 때까지 그 의료업을 정지시킬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는 사실상 요양병원이 의료기관 인증평가 기준을 무조건 따르도록 강제하는 법안이며, 대부분 민간의료기관인 요양병원의 운영을 사실상 국가가 좌지우지할 수 있는 법안이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본 연구소)에서는 해당 법안의 내용을 면밀히 분석하였고, 그 결과 법안 통과 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음을 파악하였다. 이에 법안 내용 분석에서 드러난 오류와 파생될 수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밝히고자 한다.



2. 법안 발의의 필요성에 해당하는 원인 분석과 기본적인 전제의 오류에 의해 잘못된 결론을 내고 있다.


법안에도 나와있지만 국내 요양병원은 `19년 기준 1,577개이며 병상 수는 302,840개로 연평균 11.7%의 증가세로 늘어나 인구대비 병상 수는 OECD 평균의 두 배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이에 법안 발의자들은 요양병원 병상의 과다공급은 지나친 경쟁을 유발해 의료비 부정청구, 비용절감으로 인한 의료서비스 질 저하, 각종 환자 안전사고 발생의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 19로 인한 요양병원 환자의 집단감염 사례가 계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요양병원의 환자 안전관리 강화가 시급한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요양병원에 대하여 의료기관 의무인증제를 준수하도록 하고, 이를 통한 인증 획득을 실패할 경우 의료기관 영업을 중단시킬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국내 요양병원 병상이 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하는 이유는 상대적인 저수가로 인해 요양원 등의 일반 요양시설과 비교하여 비용 차이가 크지 않고, 요양원 등의 요양시설이 요양병원보다 더욱 낙후되어 있거나 고비용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요양병원을 찾는 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이전과 비교하여 세대 당 세대 원 수가 현저히 적고, 초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특히 노인들을 중심으로 1인 가정도 많아진 상황이기에 본인 집에서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재택 요양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도 그 이유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가정에서 장기 요양 케어를 할 사회적인 인프라나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므로, 이에 대한 사회적 준비 부족도 장기 요양 치료 및 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을 요양병원으로 몰리게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법안의 제안이유에서 요양병원 병상의 과잉으로 인해 요양병원들이 지나친 경쟁을 해서 부정청구 및 비용절감을 위한 의료서비스 질 저하 및 환자 안전사고 발생이 일어난다고 하였으나 이 또한 원인과 결과를 잘못 연결시킨 논리의 오류이다. 요양병원 서비스의 질 저하에서 가장 중요한 원인은 요양병원 수가가 매우 낮기 때문이고, 부정청구 및 과도한 비용절감 행위가 일어나는 이유는 상당 수의 요양병원이 사무장병원이기 때문이며, 일부 한의사 개설 요양병원도 문제가 되고 있다. 결국 법안에서 언급한 문제들은 과도한 경쟁으로 인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저수가와 사무장병원 등의 난립으로 일어난 것인데, 이것이 마치 경쟁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경쟁이 생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의료기관들도 시설이나 인력 및 서비스 개선을 위해 노력하면서, 환자 및 서비스 이용자들의 선택을 받기 위한 차별화를 시도할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과도한 규제로 인해 경쟁이 사라지게 되면 정부의 규제에서 살아남은 요양병원들은 현실에 안주하게 되고, 자발적인 개선 의지는 줄어들 것이며, 정부가 요구하는 기준의 하한선에 맞춘 인력, 시설, 서비스를 제공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차별화된 장기 요양 치료를 원하는 환자들은 오히려 선택의 기회가 박탈 당하는 문제가 생긴다. 그리고 규제에서 살아남은 요양병원들 중에 사무장병원이 다수 존재한다면 경쟁이 없음에도 의료서비스 질 저하와 과도한 비용절감 시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문제가 발생한 원인인 저수가와 사무장 및 한방요양병원, 사회적 장기 요양 인프라의 부족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만 현재 요양병원에서 파생되는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다. 수가를 개선시켜 병원들이 의료 서비스에 재투자할 여력을 만들어주고, 사무장병원을 적극적으로 적발하여 불법 의료행위를 근절시키고, 지역사회와 요양병원 및 요양원 등의 요양서비스 제공 기관들이 협력하여 재택 요양 인프라를 유기적으로 구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필요한 법적 장치가 있다면, 이를 국회에서 법안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요양병원 인증 획득 강제화를 통해서 요양병원에 추가적인 규제만 가하게 되면, 이는 자칫 사회 전반적인 장기 요양 시스템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3. 의료기관 인증평가 제도의 획기적인 개혁 없이는 인증제도는 의료기관 규제책에 불과하며, 의료 시스템의 왜곡만 조장한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의료기관 인증평가 제도는 저수가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의료기관들에 시설 및 인력 부분에서 지키기 어려운 기준을 제시하는 등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인증 기준들이 우리나라의 수가 체계나 보험 체계와는 다른 외국 선진국들의 기준을 많이 차용했기 때문이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만한 특정한 이벤트가 의료계에 발생했을 때, 무리하게 해당 분야의 기준만을 강화하는 식으로 기준을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번 코로나19 사태처럼 감염 확산 사태가 일어나면 감염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의료기관 화재 등 시설 관련 문제가 발생하면 시설 기준을 대폭 강화하며, 의료 인력과 관계된 일이 발생하면 인력 기준을 대폭 강화하는 식으로 기준을 만들어 왔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증 기준은 현재 대한민국 의료기관들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인증 평가 자체가 평가만을 위한 평가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현실과 동떨어진 인증 기준에 부합하도록 보이기 위해, 인증 평가 기간이 도래하면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추가적인 업무 부담에 시달리지만 이에 대한 보상은 전무하다. 이에 의료기관 인증 평가 기간이 되면 병원 직원들의 퇴사가 급격하게 증가하여 의료기관 운영에 더욱 어려움이 발생하는 등의 문제도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인증 제도를 의료기관 영업 정지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의료기관들은 어쩔 수 없이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에 부합하도록 보이기 위해 거짓말과 함께 직원들에게 추가적인 업무 부담을 요구하게 되고, 의료 인력의 이탈은 더욱 가속화될 수 밖에 없다.


이대목동 신생아 사망 사태에서도 드러났듯이 현재의 인증 평가 시스템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 최근에는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는 하나, 아직까지도 의료 현장에서는 인증 평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현재 너무나 복잡하고 많은 인증 평가 기준을 간소화 하면서도 실효성 있게 바꾸고, 의료기관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함으로써 의료기관이 기본은 지키면서도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인증 획득을 하지 못하면 페널티를 주는 방식이 아닌, 인증 획득 시 많은 인센티브를 주는 포지티브 방식을 채택하여 의료기관들이 스스로 인증 기준에 맞게 시설, 인력, 시스템을 정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4. 의료기관 인증 평가의 기준은 정부가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증 획득을 강제하게 되면 이는 정부의 의료기관 통제 정책으로 악용될 수 밖에 없다.


현재 대한민국은 강제지정제를 통해서 민간의료기관을 정부가 마음대로 통제하는, 전세계에서도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파시즘적인 의료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건강보험 강제지정제를 통해서 민간의료기관을 정부가 통제하는 사회주의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인증제를 통해서 정부가 의료기관의 영업 정지까지 시킬 수 있게 되면, 이는 과잉 규제일 뿐만 아니라 민간의 재산을 갈취하는 위헌적 행위이다. 혹자들은 의료기관이 인증 획득을 하는 것은 당연하고, 인증 획득을 하지 못한 질 낮은 의료기관은 퇴출되어야 마땅한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의료기관 인증 평가 시스템과 그 내용을 자세히 안다면 절대로 그러한 주장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의료기관 인증을 담당하는 의료기관평가인증원은 보건복지부 산하공공기관으로 사실상 인증 기준은 정부가 정할 수 있는 구조이다. 따라서 인증 획득과 영업 정지를 연계하게 되면 정부가 시설 및 인력 기준 하나만 바꾸어도 의료기관을 자발적으로 폐업 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보다 병상 간격을 1m씩만 더 늘리게 하고, 환자 1인당 필요한 의사 및 간호사 등의 의료인력 기준을 대폭 강화하도록 인증 기준을 만들고, 이 기준을 필수 영역에 포함시킨다고 가정해보자. 병원들은 병상 간격을 확보하기 위해 병상을 줄일 수 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병상 수 부족으로 인해 경영이 악화될 것이나 영업 정지를 피하기 위해서는 기존 인력의 해고는커녕 인력을 추가로 고용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게 된다. 인증 획득 시 수가를 대폭 인상한다면 모르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인증 기준 강요는 의료기관 폐쇄를 유도하는 결과로 이어질 뿐이다. 


이러한 우려는 특히나 정부가 요양병원 병상 과잉을 문제라고 생각하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하여 병상 수를 줄이려 하고 있었다는 측면에서 매우 현실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김윤 교수가 발표한 의료전달체계 개선 전략이나 2016년과 2018년 발표했던 건강보험 의료이용지도 구축 연구에도 나와 있듯이, 정부는 전체적인 병상 감축을 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요양병원과 중소병원의 병상을 줄이고,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급 병상만을 유지 및 확충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또한 포퓰리즘 성격이 짙고, 실효성 낮은 커뮤니티케어 등을 통해서 재택 요양을 확대시켜 요양병원 입원 수요를 줄여 건강보험 재정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만들려 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민간의료기관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요양병원 및 중소병원 병상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인증 획득을 강제하는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목적 달성을 위한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게 되는 것이다. 법안 내용에 따르면 현재는 요양병원만이 인증 획득 강제화의 1차 대상이 되지만, 앞으로 정부는 인증 제도를 무기로 삼아 중소병원, 종합병원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의원급 의료기관에까지 지배력을 넓히려고 할 것이 자명하다. 따라서 이 법안은 요양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의료기관의 문제이며,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사 및 전체 보건의료인들의 생존권 및 업무 환경과 관계된 문제라는 점에서 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5. 결론


요양병원의 인증 획득을 강제하는 의료법 개정안은 현재 요양병원과 관계된 문제점과 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엉뚱한 결론을 낸 오류투성이의 법안이다. 요양병원 병상 및 서비스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가 개선, 사무장병원 척결, 사회적 장기 요양 인프라 구축이라는 근본 해결책이 우선되어야 하며, 이러한 근본 해결책이 동반되지 않는 무리한 요양병원 규제책은 현재에도 위태롭게 유지되고 있는 대한민국 장기요양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이 법안이 통과되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인증 기준으로 인해 의료기관들과 의료기관 종사자들은 고통 받게 되고, 의료 현장의 현실 왜곡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그리고 인증 기준을 정부가 만드는 현재의 시스템 하에서 인증 획득 강제화는 요양병원의 운영권을 정부가 몰수하는 폭압적 행태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정부는 요양병원을 시작으로 전체 의료기관으로 이러한 규제책을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높고, 이는 북한이나 쿠바 식 파시즘적 사회주의 의료의 완성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소는 국회가 앞서 말한 문제점들을 다시 한 번 면밀히 검토하고 숙고하여 법안을 철회시켜 줄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2021년 05월 03일

 

바 른 의 료 연 구 소

 

http://barunm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