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un Medicine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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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의료연구소 입장문]
국회는 사실과 다른 해외 사례를 인용하여 국민을 호도하지 말고,
‘응급실 뺑뺑이’ 문제에 있어서 현실을 도외시한 법 개정은 해결책이 될 수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필요한 이유
최근 부산 고등학생 경련 사망 사건 관련 왜곡 보도에 대해 바른의료연구소에서 해당 사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이후에 무슨 이유에서인지 '응급실 뺑뺑이' 관련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 각종 언론에서도 외상에 의한 뇌손상 환자가 소아간질 경련으로 오인되어 사망한 사건임을
다 알고 있음에도, 국회에서는 해당 사건을 끝까지 '응급실
뺑뺑이' 사건으로 규정하고는 편향된 자료를 제시하면서 여론을 호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회에서 '응급실 뺑뺑이'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언급하면서 각종 자료를 제시하는 역할을 앞장서서 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더불어민주당 양부남 의원이다. 양부남 의원실은 부산 고등학생 사망 사건의 진실을 알린 바른의료연구소의 발표 이후에도 119구급대와 부산소방본부에서 자료를 받아 당시 병원 14곳에서 수용을
거부했다는 말과 함께 소방본부 측 자료만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 환자가 외상 환자였고, 당시 구급대가 외상 관련 이송 문의는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일체 언급하지 않았다.
양부남 의원은 지난 7월 18일 119구조ㆍ구급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 하였고, 해당법안에서는, 현재의 응급의료법이 응급의료기관의 응급환자 수용능력을 사전에 확인하도록 정해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119구급대 또는 구급상황센터가 수용할 의료기관을 우선 선정하면 응급의료기관이 이를 따르도록 정하고 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이 법안 통과의 당위성을 주장하기 위해서인지는 몰라도 지난 11월 25일 양부남 의원실에서는 국회입법조사처에서 ‘119 병원 이송 관련 보고서’를 받아 미국,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 등 해외 주요 5개국에서는 구급대가 환자 상태를 평가한 뒤
이송할 병원을 선정하고, 특히 미국과 일본에선 병원 선정을 현장 구급대가 직접 한다고 밝혔다. 이 말을 언뜻 들으면 해외 주요 5개국은 구급대가 각 병원의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도 하지 않고, 응급환자를 가까운 응급실로 그냥 이송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 왜곡된 해외 사례의 진실과 왜곡의 이유
바른의료연구소에는 일본에서 의사로 근무 중인 2명의 연구위원이 있으며, 해당 연구위원들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일본 역시 환자 이송 전 정확한 환자 정보 전달과, 수용 가능여부 확인을 위해 전화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에
일본에서는 구급대가 병원에 아무런 확인 없이 이송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일본에서 응급환자
이송정보시스템이 가장 잘 되어 있다고 알려진 사가현의 상황을 보면, 해당 지역은 타 병원의 수용 가능
여부까지 각 병원에서 실시간으로 확인이 가능하고, 구급차 내 컴퓨터에서 환자 상태를 입력하면 중증도
점수를 산출하여 적합한 병원으로 자동으로 안내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시스템이
추천한 병원이라도 반드시 유선 확인 후 이송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전화 확인 없이 곧바로
이송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일본이 병원의 수용 가능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이송 병원을 현장 구급대가 결정한다는 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은
지난 9월 8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응급실 뺑뺑이'는어떻게 막을 것인가』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보고서에는 국내ㆍ외 응급실 재이송 방지 사례가 나와있는데, 여기서는 일본, 영국, 독일의
사례를 말하고 있다. 물론 해당 보고서에는 세 나라 모두 구급대가 병원에 수용 가능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지
않고 이송한다는 언급은 없다. 특히 일본 사례를 언급한 내용에서는
"만약 병원 4곳에서 응급환자 수용요청을 거절하는 긴급 상황이 생기면"이라는 문구를 정확히 적시하여 일본도 응급환자 이송 전에 각 병원 응급실에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그런데 언론 보도 내용을 보면 왜 해외에서는 현장 구급대가 이송 병원을 정할 권한이 있고, 마치 대한민국은 현장 구급대가 이송 병원을 정할 권한이 없는 것처럼 되어있을까? 현실을 보면, 대한민국도 구급대가 각 병원 응급실의 수용 여부를
사전에 확인하게만 되어 있을 뿐, 수용 가능한 병원이 여러 곳 확인되면 어디로 데리고 갈지 여부는 병원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송 거리나 환자의 응급 정도를 파악하여 구급대가 결정한다. 결국 구급대의 이송
병원 선정 권한은 외국이나 대한민국이나 다르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이송요원의 의료기관
대상 수용 가능 여부 확인 의무를 응급의료법으로 정해 놓았기 때문에, 이 법 조항을 없애고 싶은 인물들이
마치 권한이 없는 것처럼 호도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대한민국의 응급의료법에는 이송요원으로 하여금 환자 이송 전 의료기관에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하도록
법으로 강제해 놓았을까? 이는 해당 법 조항이 생겨나기 전까지는
119 구급대에서 아무런 연락 없이 병원 응급실에 환자를 내려놓고 갔었고, 이로 인해 특히
대학병원 응급실은 심각하게 과밀 되어 구급대가 이송해 온 환자들이 응급실 침대에 눕지도 못한 채, 구급
침대에 그대로 누워서 제 때 치료받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었기 때문이다. 결국 초기부터 응급 환자를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는 병원에 해당 환자를 이송해야만 최선의 치료 결과를 낼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구현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법이 개정된
것이다.
- 문제 해결을 위한 올바른 방향
현재 대한민국 응급환자 이송 및 전원 시스템의 현실을 보면, 현 상태에서
응급환자 이송 전 이송요원의 의료기관 대상 수용 가능 여부 확인 의무만 사라진다면, 이는 다시 과거의
후진적인 시스템인 과밀한 응급실로 돌아가자는 말이 된다. 문제는 과거 응급실은 환자들이 밀려드는 열악한
환경임에도 오로지 환자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현재는 사법부의 판결로 인해 열악한 환경에서
환자를 진료하다가 치료 결과가 나쁠 경우 해당 의사는 엄청난 사법 리스크에 노출된다는 사실이 굳어졌으므로 그렇게 일할 의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사법 리스크 해소와 유기적인 응급환자 이송
및 전원 시스템 구축이라는 확실한 사전 준비 없이 법만 개정했다가는 전국 주요 병원 응급실이 문을 닫게 되는 재난적 상황을 맞이하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응급실 뺑뺑이'는 전
세계 어디에나 존재하는 현상이고, '응급실 뺑뺑이'가 존재하지
않는 완벽한 응급의료 체계를 갖춘 유토피아는 지구상에 없다. 이에 이러한 현상을 최대한 줄이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응급현장을 도외시하고 응급의료기관에만 책임지우려는 법 개정은 능사가 아니며, 대한민국
사회와 국가조직 전체가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문제를 개선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현장에서 밤새워 힘들게
일하는 응급실 인력들만 처벌하는 보여주기식 대처만 내놓는다면, 더 많은 환자들이 희생될 것이다. ‘응급실 뺑뺑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사법 리스크를
해소시키는 것이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하고, 응급환자 이송 및 전원 시스템을 의료 전문가를 중심으로
고도화시켜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25년 11월 27일
바 른 의 료 연 구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