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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Barun Medicine Institute

보도자료

20.06.11 [보도자료] 대한민국 원격의료 정책 추진 및 원격진료 도입에 대한 비판적 분석 보고서

임지예 2020-06-10 15:57:07 조회수 2,161

[바른의료연구소 보도자료] 대한민국 원격의료 정책 추진 및 

원격진료 도입에 대한 비판적 분석 보고서



OECD 원격의료 보고서는 대한민국의 원격의료 추진이 필요성도 낮고, 준비되지 않은 상황임을 말해준다


- OECD 보고서 『Bringing health care to the patient: An overview of the use of telemedicine in OECD countries』 분석을 바탕으로 -

















2020년 6월

바른의료연구소




- 목차 -



1. 서론


2. 국가별로 원격의료 관련 정책 및 법률, 지불제도의 차이가 많기 때문에 일부 국가들의 원격의료 성과를 일반화 시킬 수는 없다.


3. 원격의료는 다양한 방식과 분야가 있으나, 대부분 소규모 연구단계 이거나 특정 전문분야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4. 원격의료가 비용효과성이 우월할 것이라는 가설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


5. 원격의료는 불필요한 의료 수요를 늘릴 수 있고, 의료공급자간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 의료전달체계를 위협할 수 있다.


6. 정부 차원의 올바른 의료정책, 지불제도 정비, 원격의료 관련 기술 표준화, 정보 보안 강화, 법률 제정 등의 조치가 없으면 원격의료 추진은 반드시 실패한다.


7. 원격의료는 의료 역차별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높고, 지역간 의료 격차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8. 정부 주도의 하향식 원격의료 추진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공급자와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어 사업의 필요성을 평가해야 한다.


9. 원격의료 추진은 보건의료 종사자의 피로를 가중시키고, 노동 시장의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


10. 환자와 의료 공급자 모두에 대한 디지털 관련 교육과 지원이 이루어지고, 원격의료 관련 자료와 결과들이 수시로 평가 및 피드백 받을 수 있어야 원격의료 정착이 가능하다.


11. 원격의료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있어 대면진료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근거는 없다.


12. 결론



1. 서론


정보통신기술(ICT)이 발전함에 따라 산업 전반적으로 많은 분야에서 ICT를 이용한 새로운 변화와 혁신이 일어나고 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ICT를 이용한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데, 그 중에 최근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는 한 분야가 바로 원격의료(Telemedicine)이다. 사람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의료 분야는 새로운 기술이 도입될 때, 안전성과 유효성을 면밀히 평가해야 하고, 만약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되었다 하더라도 의료보험체제 내로 도입되기 위해서는 비용효과성까지도 증명되어야 한다. 하지만 그 동안 다양한 연구가 있어 왔으나 원격의료의 안전성과 유효성, 그리고 비용효과성을 확실히 입증할 만한 대규모 연구 결과는 부족했다.


원격의료를 발전시키고 확대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가 정책, 규제, 법률, 재정, 보험체계, 의료시스템, 의료공급자 측면, 의료소비자 측면, ICT 인프라 측면, 정보 보안 측면 등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분야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원격의료 추진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따라서 아직까지 전 세계적으로 의료 분야에서 원격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기만 하고, 원격의료를 추진하는 국가들마저도 그 수준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국가들이 원격의료 도입 및 추진에 관심을 지속적으로 가지는 이유는 원격의료가 기존의 전통적인 방식의 의료와 비교하여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고 접근이 용이하며, 비용효과성까지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들은 실제로 여러 연구 및 조사들을 통해서 어느 정도 입증된 부분도 있다.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이용자 수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고, 2007년부터 2017년 사이에 OECD 국가들에서 인터넷으로 건강 정보를 검색해본 사람의 수는 두 배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람들의 디지털 건강기술에 대한 관심 증가를 반영하는 것이다. 국가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의사를 방문하는데 드는 시간은 121분으로 나타났는데, 그 중에서 37분은 이동하는데 걸린 시간이고, 의료기관에서 보내는 84분의 시간 중에서 실제로 의사를 대면하는 시간은 20분 정도로 나타났다. 사회 및 경제적으로 이런 유휴 시간에 의한 기회비용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OECD 23개국에서 11%~65%의 사람들이 의료 접근 장벽, 거리 및 교통 불편 등으로 인해 의료 이용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되었다. 


반면에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원격의료는 성별, 연령, 지역, 경제 및 교육 수준에 따라서 접근 장벽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기존의 전통적인 의료 서비스보다 접근성이 뛰어날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원격의료는 선호하는 환자의 수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캐나다 의사협회가 디지털 건강 기술에 대한 여론을 알아보기 위해 시행한 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7명은 원격진료를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고, 10명 중 4명은 의사 방문 진료의 절반 이상을 원격진료로 대체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원격의료를 통해서 보다 시기 적절한 치료, 편의성 향상 및 의료 질 향상 등을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국내에서 이루어지는 원격의료에 대한 관심은 의료계나 국민 여론에서 자발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정부와 산업계가 중심이 되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정책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원격의료의 또 다른 이름인 비대면 의료 서비스의 활성화를 통해서 새로운 의료체계의 패러다임을 만들고, 원격의료 관련 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그 실효성과 현실성에는 아직도 의문점이 많고, 무리하게 추진되는 원격의료 정책에 의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앞서 언급한 대로 원격의료는 사회전반에 걸쳐 여러 분야가 얽혀있고, 현재까지도 안전성 및 유효성 그리고 비용효과성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여러 가지 한계점들로 인해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서 현재 비교적 원격의료가 가장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는 미국, 호주, 캐나다 및 일부 유럽 국가들에서도 원격의료 추진에 속도를 내지 않고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2020년 1월 OECD가 공개한 원격의료 관련 보고서인 『Bringing health care to the patient: An overview of the use of telemedicine in OECD countries』(이하 OECD 원격의료 보고서)는 코로나19 확산 직전까지의 세계적인 원격의료 흐름과 문제점 등을 살펴보는데 있어 중요한 자료로 생각된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이한 지금은 이전의 상황과 판이하게 다르고, 원격의료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 확산 예방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비교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이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하지만 가장 최근까지의 원격의료 관련 연구들이 종합적으로 잘 정리된 OECD 원격의료 보고서를 분석해보면, 국내 원격의료 정책의 성패 및 문제점 등을 가늠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본 연구소)는 OECD 원격의료 보고서의 내용을 분석하였고, 그 결과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발표되었던 OECD 원격의료 보고서 조차도 대한민국의 원격의료 추진이 필요성도 낮고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며,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판단하였다. 본 연구소가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리게 된 자세한 OECD 원격의료 보고서 분석 내용과 개선점 및 파생될 수 있는 문제점 등은 앞으로 단계적으로 기술할 것이며, 이를 통해서 대한민국에 적합하고 올바른 의료 체계에 대한 진정성 있는 논의가 시작되기를 기대한다.


2. 국가별로 원격의료 관련 정책 및 법률, 지불제도의 차이가 많기 때문에 일부 국가들의 원격의료 성과를 일반화 시킬 수는 없다.


이 보고서에서는 원격의료의 정의를 ‘원거리에서 정보통신기술(ICTs)을 사용하여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기술한다. 원격의료에는 크게 세 가지 카테고리가 있는데, 원격모니터링(telemonitoring), 저장 및 전달(store and forward), 실시간 원격의료(interactive telemedicine)이다. 원격모니터링은 모바일 장치 및 플랫폼을 사용하여 일반적인 검사를 수행하고 결과를 실시간으로 의료진에게 전달하면, 사전 프로그래밍된 자동 응답을 하는 방식이다. 저장 및 전달은 유사하지만 시간에 덜 민감하고, 전송과 응답 사이의 지연이 허용되는 임상 데이터(예를 들면 피부과 원격협진)에 사용된다. 마지막으로 대화식 또는 실시간 원격의료는 의료 제공자와 환자 간의 직접적 및 실시간 통신을 포함한다. 이러한 여러 방식의 원격의료는 적용 분야와 대상이 국가마다 상이하고, 각 국가별로 관련 규제 및 급여 기준 등에서 차이점이 많다.


국가별로 원격의료 관련 법안이나 정책 수립 여부는 상이하고, 재원 조달 방식도 다르다. 하지만 국가적인 법안이나 정책이 없다고 해서 원격의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고, 국가 정책이 없어도 원격의료가 추진되는 경우는 지역사회 또는 특정기관에 맡겨두는 경우가 많다. 스페인의 경우는 원격의료에 대한 국가 법률이나 정책을 지역사회 관점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국가적인 법률이나 정책은 없다. 호주, 캐나다, 독일 및 미국은 관련 규제 권한 일부를 지자체에 위임했지만 국가적인 법률이나 정책도 있는 국가이다.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스웨덴과 같은 국가에서는 원격의료에 관한 법률이나 정책은 없지만 광범위한 의료법에 따라 원격의료 서비스를 허용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네덜란드, 핀란드, 아이슬란드 및 노르웨이는 원격의료 사용에 대한 국가 전략과 정책이 있지만, 원격의료는 단순히 건강 관리를 제공하는 또 다른 방법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일반적인 건강관리 법규로 규제하고 있다.


원격의료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일반적으로 허용되지만, 원격의료 이용 시 중요한 법적 제한을 두는 경우도 있다. 헝가리는 원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 유형에 제한을 두고 있어, 최종 진단을 내리거나 중요한 치료 방법의 변화가 있을 때는 반드시 대면진료를 해야 한다. 또한 헝가리에서 전자처방전은 허용되지 않으며, 처방은 대면진료 이후에만 가능하다. 일본의 경우 의료제공자와 환자간의 원격의료 서비스는 2018년부터 허용되었지만, 의사와 환자 사이의 초기 대면진료 이후에만 가능하며, 원격 건강관리가 적절하고 안전한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의사의 책임이다. 미국의 조지아주와 텍사스주에서는 원격의료를 한 이후에 환자가 직접 대면 추적관찰 약속을 해야 한다. 일본, 그리스, 그리고 미국의 38개 주에서 환자들은 원격의료를 이용하기 전에 서면 또는 구두로 반드시 동의를 해야 한다.


원격의료 사용에 대해 법적 제한을 두지 않는 많은 국가들은 원격의료 사용을 제한할 수 있는 지불 및 상환 조건을 정해놓았다. 미국의 경우 메디케이드는 미국의 49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에서 실시간 영상상담 형태의 원격의료 제공에 의료비를 지불하고 있지만, 원격모니터링은 20개 주에서만 허용하고, 저장 및 전달 서비스는 11개 주에서만 허용하고 있다. 메디케어는 대부분 농촌 지역의 원격의료 서비스 제공에 중점을 두는데, 실시간 영상을 통해서 제공되는 서비스만 허용하고, 저장 및 전달의 경우는 알래스카와 하와이에서 시범사업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또한 31개 주에서는 개인 보험에 대한 원격의료 관련법이 있어 개인보험이 있는 경우 원격의료 서비스는 대면치료와 동등하게 상환된다. 26개 주에서는 직업 유형에 따라 원격의료 허용 범위가 다르기도 하다. 호주의 경우는 실시간 원격의료 서비스만이 MBS(Medicare Benefits Scheme)의 지원을 받는다. 다른 원격의료 서비스는 특정 주와 별도 국가 기금을 통해서 재정을 지원 받는다. 아래 표는 각 국가별로 정책 및 재원 조달 등에서 이러한 차이들을 정리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특수 상황의 원격진료 및 원격의료와 관련한 일부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원격의료 관련 서비스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고 있다. 정부의 원격의료 관련 정책도 구체적이지 않아서 어떤 종류의 원격의료 서비스를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방식으로 추진할지도 확정되지 않았으며, 원격의료 서비스의 수가와 지불 방식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앞으로 연구 용역들이 계획되어 있지만 그 연구들이 신뢰성이 있을지는 의문이고, 아직 보건의료계 및 국민 대상으로 원격의료 관련 교육 및 공감대 형성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이 무리하게 추진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나 정부가 우선적으로 추진하는 원격의료 서비스가 다름아닌 전화진료라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외국에서 일부 성과를 보인 실시간 원격상담 등의 서비스는 거리상 의료기관 방문이 어렵거나 물리적으로 의료기관 접근이 어려워 대면진료가 어려운 사람들을 주로 대상으로 하고, 실시간 화상 면담 및 환자의 상태를 알 수 있는 각종 정보들이 제공되는 상황에서 이루어진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의료 접근성이 가장 높아 원격진료의 필요성이 가장 떨어지는 우리나라에서,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알기도 힘든 전화통화를 통해서 대면진료를 대체하게 되면, 안전성과 유효성도 담보할 수 없고, 비용효과성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앞서 언급한대로 국가별로 원격의료와 관련된 정책, 규제, 법률, 보험제도, 의료시스템, ICT 인프라 등이 매우 상이하고, 대부분의 국가에서 성과를 얻었던 원격의료 관련 연구들은 지역사회 중심이거나 소규모로 이루어진 일시적인 사업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국내에 원격의료를 도입하기 위해 외국에서 성과를 보인 일부 연구 결과만을 토대로 마치 원격의료 자체가 매우 안전하고 효과가 있는 것인 양 포장하고, 제도적 준비나 국민 및 관련 전문가 집단과의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정책을 강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원격의료 추진은 세계적인 흐름을 읽어 여러 분야에서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고, 수시로 효과와 안전성 등을 검증할 수 있어야 비로소 가능하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3. 원격의료는 다양한 방식과 분야가 있으나, 대부분 소규모 연구단계 이거나 특정 전문분야를 중심으로 활발히 이루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OECD 국가별로 원격의료가 이용되는 방식에는 다양한 차이점이 있지만, 원격 의료를 통해 건강 관리를 안전하게 제공 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으며 기존의 대면 관리보다 환자의 결과가 더 좋은 결과가 나온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결과들을 일반화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에 있다. 이 보고서에서 시행한 Umbrella review에서는 13가지 의료 전문 분야에서 원격 의료의 효과에 초점을 둔 57 개의 체계적인 연구 및 메타 분석을 검토했고, 이 중에서 원격의료가 긍정적인 성과를 보인 세부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원격의료를 통해서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개선 할 수 있으며, 임신성 당뇨병에 대한 원격의료 관리는 대면 관리와 비교하여 혈당 조절 및 제왕 절개 분만률에서 유사한 결과를 나타낸 것으로 나타났다. 실시간 화상 원격진료는 당뇨병성 족부 궤양의 치료 시간 측면에서 일반적인 대면진료와 같이 비슷한 결과를 나타냈고, 원격 관리는 당뇨병 환자의 체중 감량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원격 모니터링은 만성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률과 입원률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의료는 심부전 관리에 있어 대면 관리와 유사한 결과를 보였다. 간호사 가정 방문과 비교할 때 원격 모니터링은 심부전 환자의 재입원 또는 사망률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은 없지만 전반적인 건강 관리 비용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재활은 통증 관리 및 신체 활동 증가에 효과적 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후 환자의 경우 원격 재활은 일반적인 치료만큼 효과적이라고 나타났다. 신체기능 향상과 관련하여 원격의료는 심장 및 정형외과 환자에게는 효과적이지만, 신경계 질환자에게는 효과적이지 않았다. 만성 통증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 운동 중심의 원격관리는 하지 않는 것과 비교할 때 통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며, 신체활동 증가 또는 일상활동에 대한 효과 측면에서는 원격의료와 일반적인 치료간의 차이가 없었다. 심장 재활의 경우, 원격의료는 심혈관 위험 요소 및 기능적 능력을 개선하는 데 있어서 대면진료만큼 효과적일 수 있으며, 재활센터에서 대면하여 시행하는 심장 재활에 참석할 수 없는 환자에게 재활치료의 접근성이 증가한다는 이점이 있다.


원격의료는 인지행동 요법을 통해 정신 건강을 향상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일 수 있다. 원격 의료는 우울증 및 불안, 강박장애(OCD) 증상, 불면증 및 알코올 중독증 등의 치료에서 대면치료만큼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의료는 모성 우울증 증상을 개선하는 데 효과적이고, 인터넷 기반의 인지행동요법(iCBT)은 어린이와 청소년의 정신과적 문제를 치료하고, 성인 불면증 환자에서 증상을 개선하는 효과를 보였다. 체중 조절을 위한 원격관리는 초등학생에게는 큰 이점이 없었지만, 산후 여성에게는 효과적 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원격관리는 일반적인 관리치료와 비교할 때 체중, 체질량 지수 및 혈압과 같은 심혈관 질환 위험 인자를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의료 서비스는 천식 및 COPD와 같은 호흡기 질환에 대한 치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서 천식에서 증상 조절을 개선시키고 악화율을 감소시켜, 대면 진료와 통계적으로 유사한 천식 증상 점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 모니터링은 급성호흡악화 및 입원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보이며,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지만 건강 관리 서비스 이용률 및 관련 비용을 감소 시키지는 못했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질환과 분야에서 원격의료 서비스를 이용하여 좋은 성과를 보인 연구들이 있지만 그 결과를 일반화 시키는 것은 위험하고, 실제로 원격의료가 활성화된 국가들에서도 원격의료를 성급하게 확대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는 원격의료가 비교적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OECD 국가들에서 조차도 원격의료가 여전히 의료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다는 점을 보면 알 수 있다. 캐나다, 호주, 포르투갈에서 원격진료는 대면진료 비중의 0.1~0.2% 정도만을 차지한다. 2016년 미국 메디케어에서는 총 예산 5,880억 달러 중 원격의료 서비스에 2,760만 달러만을 지출했다. 이 수치를 보면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격의료는 의료의 특수성에 의해 여전히 걸음마 단계이고, 매우 복잡한 영역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국가들은 부작용 발생이 적고, 효과가 여러 차례 검증된 원격의료 서비스들을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추진하고, 새로운 분야로의 확대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원격의료 서비스는 원격 방사선 진단(Teleradiology)이다. 원격 방사선 진단은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적어도 주 단위 및 지역사회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국가 수준에서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원격 방사선 진단 서비스는 외부 판독의뢰 등의 형태로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다. 원격 피부과 진단(Teledermatology) 및 원격 정신과 진료(Telepsychiatry)는 원격 방사선 진단 다음으로 활성화 되어 있지만, 여러 제한점들이 있어 확대되지 못하고 있고, 원격 모니터링은 가장 개발이 더딘 분야로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원격 방사선 진단(Teleradiology)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원격 의료 프로그램은 특정 전문 분야, 건강 문제 및 대상 환자 그룹에 중점을 둔 소규모 파일럿 프로젝트로 이루어지고 있다. 아래 그림은 이러한 세계적인 흐름과 상황을 알기 쉽게 보여주고 있다.


4. 원격의료가 비용효과성이 우월할 것이라는 가설은 제대로 입증되지 않았다.


고령화로 인해 대부분의 국가들에서는 만성질환자들과 장기 요양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여러 OECD 국가들에서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면서 2030년에는 이러한 지출이 대략 GDP의 1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지출 증가는 정부와 국민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해서 여러 국가들이 ICT를 이용한 디지털 헬스와 원격의료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가별로 다양한 상황과 방식으로 원격의료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원격의료 서비스의 비용효과성에 관한 평가를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 


이 보고서의 Umbrella review에 포함된 원격의료의 비용효과성에 중점을 둔 19개의 체계적인 검토 연구 및 메타 분석 중 8개에서는 원격의료가 비용효과적이거나 잠재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비용효과적인 원격의료에는 류마티스 관절염 관리, 전산화 인지 행동 치료(cCBT), 원격 신경과 진료, 모바일 장치를 통해 제공되는 원격의료 지원, 정보 및 데이터 수집, 인공 심박동기 원격 모니터링, 기질적 질병감별을 위한 원격 피부과 진단이 포함되었다. 이러한 분야들에서 원격의료는 임상적인 효과와 더불어 건강관리 직원의 업무량 감소, 환자의 대기 및 이동시간 단축, 불필요한 대면진료 감소, 상담 시간 단축, 대면 서비스 비용보다 저렴한 단가 등을 통해 비용효과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5개의 체계적인 검토 연구 및 메타분석에서는 비록 원격의료가 비용효과적이거나 비용절감이 된다고 하더라도 의료 질 저하와 비용 데이터의 부족으로 인해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3개의 체계적인 검토 연구 및 메타분석에서는 포함된 연구들의 결과들에서 변이가 심하게 나타나서 결론에 도달할 수 없었다. 비용효과성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같은 국가에서도 상황에 따른 차이 때문에 동일한 행위가 비용효과적이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였다. 일본에서의 원격 홈케어 이용에 대한 검토 연구에서 지역별 지불 방식의 차이로 인해 2개의 연구에서는 비용 절감 효과가 보고되었고, 3개의 연구에서는 비용이 오히려 증가하였다. 이렇듯 유사한 원격 의료 서비스라도 어떤 환경에서는 비용효과적이고 다른 환경에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


비용효과성 연구의 결과는 원격의료 행위가 평가되는 척도의 차이, 평가에 사용된 관점의 차이, 평가 기간 선택의 차이 및 비교 대상의 차이 등을 고려할 때 일반화 시키기 어렵다. 연구 방법을 일정하게 하여도 다양한 다른 요소가 결과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루어진 대부분의 원격의료 서비스에 대한 경제성 평가보고서의 질이 낮기 때문에, 원격의료가 비용효과성이 있다고 평가한 연구 결과들을 일반화시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문제는 국토가 넓어 의료접근성이 낮고, 의료 수가가 높아 원격의료가 기존 전통적인 치료보다 비용 절감 측면에서 우월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예상되었던 국가들에서 조차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 높은 의료접근성, 낮은 의료 수가로 대표되는 가장 비용효과성이 높은 의료가 이루어지는 국가이다. 이런 국내 상황에서 원격의료의 도입은 의료이용 옵션 추가에 불과하여 기존 대면진료의 감소는 거의 없이 의료비 폭증만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만약 정부에서 원격의료를 통해서 의료비 지출을 감소시킬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이는 완전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며 감당하기 어려운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5. 원격의료는 불필요한 의료 수요를 늘릴 수 있고, 의료공급자간 과도한 경쟁을 부추겨 의료전달체계를 위협할 수 있다.


원격의료 서비스의 수와 양에 대한 데이터를 국가적인 차원에서 수집하고 보고하는 국가는 매우 적다. 그런데 이들 국가의 데이터를 보면, 원격의료를 이용하는 의료기관과 환자 수 및 제공되는 서비스의 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2012년에서 2014년 사이에 원격의료를 이용하는 기관의 수가 42% 증가한 7297개에서 10351개로 나타났고, 원격모니터링 중인 환자의 수가 2465명에서 3802명으로 54% 증가하고, 실시간 원격의료는 282529건에서 411778건으로 46% 증가했다. 멕시코에서는 2016년에 비해 2017년에 원격상담이 152% 증가했다. 그리스에서는 원격의료 건 수가 2017년 370개에서 2018년 1205개로 3배 이상 증가했다. 호주에서는 원격의료에 지출되는 MBS 재정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포르투갈에서는 실시간 원격의료와 저장 및 전달 원격상담의 수가 2013년 12127건에서 2017년 188369건으로 증가했다. 미국에서는 전국적인 소비자 조사결과 환자와 의료제공자간 실시간 원격의료 사용이 2013년 6월 6.6%에서 2016년 12월에는 21.6%까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 의료 서비스는 불필요한 병원 이용을 감소시킬 수도 있지만 의료 수요를 더 자극 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 실시간 화상 상담 서비스는 대면 방문을 33% 줄였지만 18개월 동안 전체적으로 보면 원격 진료 및 기존 방문이 80 %이상 늘어났다. 또한 첫 해 이후에는 원격의료가 일반의료를 대체하는 효과가 감소했다. 일부의 경우에는 원격의료 수요와 이용의 증가가 원격의료가 아니었다면 충족되지 못했을 환자의 요구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경우에는 불필요한 의료 수요와 이용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조사에 참여한 국가 중에서 7개 국가의 전문가들은 1차 의료에 대한 원격의료 이용에 우려를 제기했다. 원격의료의 특성상 젊고 건강한 환자에게 보다 쉽게 원격 상담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을 중심으로 원격의료 수요가 증가하면 보험 재정이 고갈될 위험이 있다.


원격 의료 서비스가 기존의 대면 치료의 이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은 적절성 여부에 관계없이 의료 요구에 대한 환자의 인식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심장 마비에 대한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검토한 결과 응급실 방문 가능성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증상의 급격한 악화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고, 모니터링 결과를 환자가 수시로 확인하면서 증상에 대한 평가를 자의적으로 해석한 결과일 수도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원격 모니터링을 통해 일부 지방 자치 단체에서 병원 방문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1차 진료는 약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원격 모니터링이 일차의료 이용률을 감소시키지 못한다는 이전의 연구결과들과 일치하는 것으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또한 1차 의료 영역에서는 원격의료로 인해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원격의료 이후에 대면진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대면진료를 환자에게 권해도 마땅히 대면진료를 받을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결국 원격의료가 완전히 대면진료를 대체할 수 없고, 원격의료를 하더라도 대면진료의 접근성은 유지되어야 함을 알 수 있다. 또한 원격의료 제공자가 기존 대면진료 의사와 다르고, 환자가 원격의료 제공자를 조건 없이 선택할 수 있다면 의료전달체계에도 문제가 발생한다. 영국에서는 일반적으로 1차 의료 수가는 인두제를 적용 받는데, 원격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은 자신의 할당 지역 밖의 환자도 원격으로 진료할 수 있어 젊은 환자들을 위주로 자신의 지역 밖에서 환자를 유치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되니 실제 대면 진료는 비교적 건강한 젊은 환자 보다 복잡한 질환이 있는 환자나 고령 환자들만을 담당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어 1차 의료기관의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격의료 제공자가 환자가 자주 보던 의사가 아닌 경우에는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오진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진료의 연속성도 제한된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국가와 지역에서는 원격의료를 받기 전이나 후에 직접 대면 진료를 하도록 하고 있으며, 1차 진료의 원격진료를 제한하거나 급여 보장을 해주지 않는 경우도 많이 있다. 결국 원격의료는 1차 의료 영역에서의 수요 감소 효과도 없이 의료기관간 과다한 환자 유치 경쟁 및 의료전달체계 왜곡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원격의료 서비스를 상급 의료기관에서도 제공할 수 있게 허용하면, 환자 유치 경쟁이 더욱 과열된다. 현실적으로 1차 의료기관은 상급 의료기관과의 경쟁을 이겨내기 힘들기 때문에 이는 경영 악화로 인한 1차 의료기관의 폐업 증가로 이어지고, 이렇게 되면 의료전달체계가 붕괴와 함께 대면 진료의 의료접근성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6. 정부 차원의 올바른 의료정책, 지불제도 정비, 원격의료 관련 기술 표준화, 정보 보안 강화, 법률 제정 등의 조치가 없으면 원격의료 추진은 반드시 실패한다.


원격의료 서비스 확대에 있어 가장 많이 알려진 8가지 장애 요소 중 7가지가 공공 정책과 관련이 있다. 재원 조달과 명확한 지불 및 상환 방식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문제는 원격의료 추진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이며, 이는 유럽에서 정책 담당자, 보험자 및 공급자들도 공감하는 것이다. 원격의료가 공공재정의 지원을 받지 않는 경우에는 원격의료 제공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급여 범위뿐만 아니라 원격의료에 디스인센티브를 가하는 지불제도도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그리고 의료기관 종별로 재원 조달 기관이 다른 것도 장애 요인으로 꼽힌다. 노르웨이의 경우 1차 의료 재정은 지방정부가 담당하고, 병원의 경우는 중앙정부가 재정 지원을 맡는다. 호주의 경우는 메디케어에서 일차 의료 재정을 담당하고, 병원의 경우는 주 정부 연합과 연방정부 및 비정부 기금 등을 통해 재정을 지원 받는다. 미국에서는 지불 정책에 따라 특정 원격의료 서비스에 대해 지불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정보통신 기술의 호환성 부족도 장애 요소로 꼽혔다. 정보통신 기술과 호환성의 표준화 작업이 되어야 원격의료 응용 프로그램 개발의 핵심 사항인 기록의 공유와 교환이 가능해진다. 21개 OECD 국가에는 이러한 부분에 대한 국가 표준을 설정하는 국가기구가 있지만, 18개 국가에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11개국 만이 표준을 채택하고 구조화 된 데이터를 사용하도록 하는 인증 절차를 보유하고 있었다. 6개 국가에서는 원격의료 서비스 이용에 있어 개인 사생활 보장 및 개인정보의 보안을 중요하게 언급했다. 원격의료 서비스에는 서로 다른 기관간에 개인 건강 정보를 교환해야 하며, 다른 의료기관의 종사자가 이러한 정보에 접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정보는 개인적으로 민감한 사안(예: 정신 건강 및 가정 학대 등)이 대상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민감한 개인 정보의 유출과 사생활 침해의 위험이 커지게 된다. 원격의료 서비스는 개인정보 보호가 확실히 담보되지 않으면 신뢰를 잃을 수 밖에 없고, 이렇게 되면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개인 정보 보안을 담보할 수 있는 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하다.


조사에 참여한 국가 중 7개 국가는 정부의 일관성 있는 관리 정책의 부재, 재원 조달 정책의 부재를 원격의료 확대의 장애 요소로 지적하였으며, 또 다른 6개국은 원격의료에 특수하게 적용될 법률(예: 의료 책임 및 과실)을 제정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오진 가능성이 높은 원격의료의 특성을 감안해서 의료인의 책임 범위를 정하고, 오진 및 과실이 발생하였을 때 이를 대면진료와 차별화하는 법률의 제정은 원격의료 활성화 및 의료 제공자들의 부담 해소에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하지만 이러한 법안은 환자들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울 수도 있고, 비양심적 의료 행위를 조장할 우려도 있어 쉽게 만들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원격의료는 복잡하고 광범위한 전문 분야, 그리고 다양한 수단과 기술을 포괄하고 있다. 따라서 일관된 전략을 만들고, 원격의료의 범위를 다양한 측면(예: 임상, 법률, 재정, 윤리 등)에서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부분에서 우리나라는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원격의료 추진 계획은 발표하였지만 구체적인 정책 추진 방안, 재원 조달 방안, 원격의료 서비스 급여 범위 및 지불 방식 선정, 원격의료 관련 기술 및 데이터 표준화 및 정보 보안 시스템 마련, 원격의료 관련 특별법 제정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준비되어 있는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이렇게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전화진료가 중심이 되는 비대면 진료라는 이름으로 원격의료를 추진하게 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것은 당연해 보인다.


7. 원격의료는 의료 역차별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높고, 지역간 의료 격차를 심화시킬 우려가 있다.


현재 전세계 사람들이 디지털 기술을 보다 폭 넓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여전히 성별, 연령, 지역, 경제 및 교육 수준에 따라서 원격의료에 대한 접근 장벽은 존재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영상상담을 이용하는 경우를 보면 25~44세 연령대가 65세 이상에 비해 서비스 이용을 원하는 경우는 1.5배만 높았으나 실제로 이용한 것은 35배나 높았다.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집단의 경우 원격상담 이용을 원하는 경우가 평균에 비해 1.6배 낮았지만 실제 이용은 6배나 더 낮았다. 이러한 패턴은 농촌 지역 환자들에게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원격의료 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은 연령이 높고, 지역적으로 의료 접근성이 낮은 농촌 지역에 살고, 소득이 낮고,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이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디지털 이해 능력이 낮고, 접근도 쉽지 않아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 아래 그래프는 이러한 계층별 디지털 정보 접근성의 차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25세에서 54세 사이의 사람들 중 약 61%가 인터넷을 사용하여 건강 정보를 검색했지만, 55세에서 74세 사이의 사람들에서는 이 비율이 40%로 낮아졌다. 앞서 언급했듯이 영국 1차 의료에서 제공하는 대화형 원격의료 서비스는 노인 환자보다 젊은 환자가 더 많이 이용하는 경향이 있었다. 연령은 디지털 의료 활용 능력의 중요한 요소이며, 원격 의료 이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원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젊은 환자들은 쉽게 받아들이고 이용할 수 있는 반면, 노인들은 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하지만 원격의료 서비스가 더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는 만성 질환의 수는 연령에 따라 증가하여 65~84세의 환자 중 거의 65%가 하나 이상의 만성 질환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었고, 85세 이상인 경우 이 비율이 89%에 이르렀다. 농촌 지역은 도시지역에 비해 노인의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결국 고령의 만성질환자에게 더 필요한 원격의료 서비스는 실제로는 필요한 환자들이 이용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교육 수준이나 경제적 수준과 같은 사회 경제적 요인들이 원격 의료 이용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OECD 전체적으로 보면, 평균적인 수준의 사람들과 비교하여 가장 빈곤한 계층은 인터넷을 이용하여 건강정보를 검색한 비중이 65% 낮았고, 교육 수준이 가장 낮은 계층은 인터넷을 이용하여 건강정보를 검색한 비중이 50% 낮았다. 열악한 근로 환경, 흡연, 과체중 및 과음과 같은 문제는 유럽에서 교육 수준이 낮은 사람들에게 더 빈번히 일어난다. 의료의 접근 장벽이 높아질 수록 소득이 낮은 사람들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의사, 특히 전문의를 만나 진료 받을 가능성이 낮다. 그런데 이들에게 원격의료는 또 다른 접근 장벽으로 작용하기에 저소득층과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은 원격의료를 이용하기 힘들 수 밖에 없다.


조사에 참여한 5개의 국가는 원격의료 서비스의 장애 요인으로 농촌 지역의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 부족 등 ICT 인프라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원격의료 서비스 제공은 교환되는 정보의 양과 유형에 따라 크게 다르다. 예를 들어, 로봇을 사용한 원격 수술 등에는 안정적인 고속 연결(최대 100Mbps)이 필요하지만, 실시간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저장 후 전달 서비스 및 원격 모니터링 서비스는 흔히 사용중인 대부분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제공할 수 있다. 하지만 OECD 전역에서 농촌 지역은 도시 및 기타 지역보다 이러한 광대역 네트워크 인프라가 뒤떨어져있다. 미국, 캐나다, 노르웨이, 스웨덴 및 핀란드와 같이 의료 서비스가 더 제한적인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광대역 네트워크가 제한되어있어 가장 필요한 곳에서 오히려 원격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든 일이 발생한다. 5세대 무선 네트워크인 5G는 다운로드 및 업로드 속도가 상당히 빠르기 때문에 많은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인구가 적은 농촌 지역에 대한 투자가 미비하기 때문에 지리적 디지털 격차 해소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이다.


OECD 원격의료 보고서에서도 지적했듯이 원격의료는 언뜻 보면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사용자 편의성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의료 이용에 있어 진입 장벽이 높은 저소득층과 저교육층, 만성질환이 많아 의료 이용량이 많지만 디지털 기기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 대면진료가 어려운 격오지에서 생활하는 농촌 지역 주민 등은 원격의료 서비스 이용이 가장 필요한 사람들로 생각되지만, 실상은 정반대로 이들이 가장 원격의료를 이용하기 힘든 계층이다. 이것이 바로 원격의료가 가지는 한계점이며,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고려나 보완책 없이 추진되는 원격의료 정책은 의료 역차별을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8. 정부 주도의 하향식 원격의료 추진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공급자와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어 사업의 필요성을 평가해야 한다.


의료 제공자들이 주도적으로 제공하는 원격의료 서비스에는 지역 사회가 진정 필요로 하는 요구들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의료의 최전선에서 의료를 제공하는 보건의료 종사자는 대면이든 원격의료던지 상관없이 환자의 요구와 의료 서비스에 대한 만족 여부를 이해하고 평가하는 데 가장 적합하다. 결론적으로 의료 제공자들이 특정 환자나 지역 사회에 대한 원격의료 서비스의 적합성을 가장 잘 판단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원격의료 정착을 위해서는 지역 사회에서 주도적으로 필요한 부분과 선호 사항을 파악하여 지역 사회 상황에 가장 적합한 보건의료 계획을 세워야 하고, 정부 부처는 지역 사회에서 세운 계획들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모범 사례를 찾아내어 평가하고 이를 타 지역 사회로 전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원격의료와 관련한 변화와 혁신이 일어나고, 이런 것이 지역 사회에 확산되려면 정부의 지원 및 규제 완화와 같은 정책 환경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 주도의 일방적인 하향식 접근은 위험하다. 정책을 결정하는 책임자나 기관이 특정한 계획을 추진할 때, 해당 계획이 환자 및 의료 종사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실패할 위험이 높고, 의료 종사자들에 의해서 계획은 변하게 된다. 실제로 정부 주도의 대규모 ICT 프로젝트는 소규모 프로젝트보다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건강 관리 분야의 공공 ICT 프로젝트 중 하나인 영국의 NPfIT (The National Program for IT in the NHS)는 시행 후 거의 10년이 지난 후에 예산을 크게 초과하고, 많은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은 채로 공식적으로 중단되었다. 프로젝트 종료를 발표한 정부 보도 자료에 따르면, 중앙집중식 및 하향식 접근 방식은 궁극적으로 부적절하며, 국가 보건 서비스의 향후 IT 프로젝트는 지역 사회의 의사 결정에 의해 필요성과 적용 범위 등을 잘 조율하여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격의료 사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의료 제공자가 치료의 질을 향상시키고 환자와 지역 사회의 요구하는 바와 선호하는 바를 충족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의료 제공자가 주도적으로 원격의료를 추진하고 관리하면, 원격의료와 관련한 의료 질을 개선하고 환자에게 더욱 도움이 되는 사람 중심의 원격의료 서비스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결과의 이유는 의사와 간호사 등에 대한 대중의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며, 환자는 치료의 연속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에 원격의료도 기존 대면진료 의료진으로부터 받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 주도의 하향식 원격의료 추진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고, 의료 공급자와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어 사업의 필요성을 평가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원격의료 정책 추진의 방향은 정부 주도의 하향식 접근 방식을 고수하고 있고, 의료 공급자들이나 지역 사회와는 어떠한 구체적인 논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9. 원격의료 추진은 보건의료 종사자의 피로를 가중시키고, 노동 시장의 큰 변화를 가져오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의사의 절반 이상이 번아웃(Burn-out) 증상의 주요 원인으로 업무 프로세스의 비효율성과 과도한 업무량을 꼽았다. 그리고 비효율적인 업무 프로세스의 상당 부분은 행정 및 관리 프로세스의 디지털화와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매년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새로운 지침과 규정에 적응해야 하는데, 이러한 새로운 지침과 규정에 적응하고 이를 학습하기 위해서 근무 시간을 추가로 할애해야하는 경우가 많아 부담을 느끼고 있다. 보건의료 종사자들이 이러한 노력을 기울여도 현실적으로 새로운 지침이나 규정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경우가 있고, 새로운 소프트웨어나 디지털 관련 업무에는 이러한 실패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2011년에서 2015년 사이에 보건의료 분야에서 추진되었던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들의 경우를 보면 거의 5개 중에서 1개 꼴로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의료는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의 변화를 필요로 하고, 이를 위해서는 여러 관계 기관 및 직업군에 걸쳐 광범위한 변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변화와 관련된 업무량 증가에 이미 심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고, 추가적인 변화를 꺼려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상황에서 원격의료 추진과 같은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는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저항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정책이 본래 추진되고자 하는 방향에서 벗어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나 원격의료 추진에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할 보건의료인 단체나 전문가 조직의 협조 없이는 정책이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낮을 수 밖에 없는데, 현재 국내 원격의료 추진 정책은 보건의료인 단체나 전문가 조직과의 협의 과정이 전무하기에 우려스럽다.


원격의료 서비스의 확대 및 적용은 보건의료 관련 노동 환경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원격의료를 제공하는 의료기관들이 대면진료의 비중을 줄이고, 원격의료 서비스의 비중을 늘리게 되면 기존 대면진료와 관련된 업무를 하던 간호, 행정, 진료지원 인력들의 채용은 감소하게 된다. 원격의료 서비스와 관련된 인력의 채용은 늘어나게 되지만, 기존 대면진료 중심의 서비스가 원격의료 서비스에 비해서 노동 집약적인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보건의료계 노동 시장은 축소될 수 밖에 없다. 


또한 원격의료 서비스 관련 일자리는 디지털 친화적인 인력 중심으로 생겨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일자리의 감소는 디지털 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고연령, 저학력 인력들의 일자리부터 빠르게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더불어 상급 의료기관에서까지 원격의료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지면, 1차 의료기관들의 경영난이 심화되어 1차 의료기관들의 수는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이는 1차 의료기관 종사자들의 일자리 감소로도 이어진다. 따라서 정부는 원격의료 서비스 도입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보건의료계 실업률 증가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지만, 현재 추진되는 원격의료 정책 속에 이러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지는 의문이다.


10. 환자와 의료 공급자 모두에 대한 디지털 관련 교육과 지원이 이루어지고, 원격의료 관련 자료와 결과들이 수시로 평가 및 피드백 받을 수 있어야 원격의료 정착이 가능하다.


앞서 언급했지만 원격의료가 가장 필요한 환자군이 오히려 원격의료에 접근하기 어렵고, 원격의료를 수행해야 할 보건의료 종사자들은 많은 업무량과 잦은 변화 요구에 지쳐 있다. OECD 보고서에 참여한 국가 중에서 9개 국가의 전문가들은 원격의료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의료진의 훈련과 자격 및 인증 등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OECD의 보건의료 종사자 중 약 3분의 1은 데이터 분석 지식이 부족하고 역량의 한계로 인해 디지털 관련 시스템을 사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보고되었다. 이에 일부 국가에서는 보건의료 종사자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주, 캐나다, 독일, 미국은 디지털 기술 관련 예비 서비스 교육 커리큘럼 및 지속적인 디지털 관련 개발 교육을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원격의료가 성공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환자와 의료 공급자 모두에 대한 디지털 관련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OECD 원격의료 보고서에서는 원격의료 서비스의 장점이 극대화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학습(learning)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보건의료 시스템은 학습 보건의료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근거 및 결과물들은 자연스럽게 치료 과정에 다시 적용되고 개발에 이용된다. 아래 그림은 원격의료의 장점이 극대화되기 위해서 학습 보건의료 시스템이 어떻게 운용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원격의료 정착 및 확산을 위해 위와 같은 복잡한 검증과 피드백 과정이 필요한 이유는 원격의료 분야가 Randomized Controlled Trial(RCT)과 같은 전통적인 의학적인 검증 방법을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RCT 결과는 높은 타당성을 인정받고 있지만 해당 결과를 일반화 할 수 있으려면 평가되는 대상의 표준화가 필요하고, 대상이 바뀌어도 동일한 방식이 적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원격 의료 서비스는 완전히 표준화 할 수 없으므로 전통적인 방식의 RCT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위의 그림처럼 수시로 평가와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유기적인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고, 이러한 시스템이 구축된 상황에서 원격의료가 추진되어야 한다. 하지만 원격의료 추진에 꼭 필요한 디지털 교육 지원 계획과 유기적인 평가 및 피드백 시스템 구축과 같은 준비가 우리나라에 되어 있는지를 냉정히 평가해 보아야 한다.

11. 원격의료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있어 대면진료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근거는 없다.

OECD 원격의료 보고서는 2020년 1월에 발표되었다. 2020년 1월은 코로나19가 중국 내에서만 확산되고 있었고, 중국과의 인접 국가에서도 산발적으로만 환자가 발생하고 있던 시기였기에 지금처럼 코로나19가 확산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힘든 시기였다. 따라서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되어 지금 상황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정부 및 원격 서비스 이해관계자들은 원격의료 서비스 및 원격진료 시행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고, 일부 언론 및 관계자들은 2020년 1월에 발표된 이 OECD 원격의료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원격의료의 장점만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원격의료의 장점만큼 위험성도 충분히 경고하고 있고, 무엇보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의 확산 방지에 원격의료가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

지금까지 원격의료 서비스로 대표되는 비대면 의료 서비스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도움이 되고, 예방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현 상황을 보면, 원격의료 서비스는 코로나19 확산과 아무런 관계가 없거나 악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인다. 그 이유는 비슷한 의료 수준을 보이는 국가들을 비교해 보았을 때, 비교적 원격의료 선진국이라고 알려져 있는 미국, 중국, 캐나다 및 유럽 국가들이 한국, 대만, 일본 등 원격의료가 활성화 되어있지 않은 국가보다 코로나19 발생률 및 사망률이 더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은 원격의료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들의 원격의료가 활성화된 정도와 각 국가들에서 인구 100만명당 코로나19 발생률(2020년 6월 4일 기준)을 알기 쉽게 나타낸 것이다. 그림의 위쪽에 위치한 국가들은 원격의료가 국가적으로 제도화 되어 있는 국가들이고, 아래쪽에 위치한 국가들은 아직 원격의료가 민간이나 지역별로 시범사업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들이다. 그리고 좌측에서 우측으로 갈수록 원격의료의 범위가 넓은 국가들로 배치되어 있다. 따라서 위쪽에 위치하고 우측에 있을수록 원격의료가 활성화된 국가로 볼 수 있다. 그림을 보면 원격의료의 활성화 정도와 코로나19 발생률은 상관관계가 없고, 오히려 원격의료가 활성화된 국가들에서 코로나19 환자 발생률이 더 높은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코로나19와 같은 전파력이 강한 감염병은 원내 감염이 아니라 지역 사회 감염이 주 전파 경로이기 때문이다. 지역 사회 감염의 상황에서는 가정 및 직장을 포함하여 사람 사이의 접촉이 일어나는 모든 상황에서 감염이 일어날 수 있기에 진료만 비대면으로 한다고 해서 전파를 막을 수 없다.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는 최대한 빨리 환자를 찾아내고 환자와 밀접 접촉자를 격리하여 추가적인 전파를 막아야 하는데, 원격의료와 같은 비대면 의료는 진단이 지연되어 더 많은 환자와 접촉자를 양산하게 되고, 이는 감염병 확산을 더욱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원격의료 서비스가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있어 대면진료보다 우월하기 때문에 이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없다. 

앞으로 감염병에 있어 원격의료가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주제는 광범위한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다. 연구 결과상 원격의료가 감염병 치료와 관리, 확산 방지 등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검증된다면, 원격의료의 국내 도입 및 추진이 명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효과가 검증되기 전임에도 막연한 가설을 검증된 사실인양 호도하며 무리하게 원격의료 정책을 추진한다면, 이는 정부가 국민들을 실험 대상으로 삼는 것과 다르지 않다.

12. 결론

OECD 원격의료 보고서에서는 원격의료 서비스는 장점도 있지만 그 위험성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리고 보고서의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보면, 우리나라는 아직 원격의료를 도입할 준비도 되어 있지 않고, 그 필요성도 낮기 때문에 장점보다는 위험성이 더 크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이 인터넷 강국이자 IT 강국이기 때문에 원격의료 기술을 선도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렇기 때문에 국내에 원격의료 서비스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서로 인과 관계가 없고, 의료의 특수성을 무시한 주장이다. 원격의료 기술이 차세대 유망 산업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국민에게 도움이 되지도 않고, 오히려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은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옳지 않다. 원격의료는 전세계적으로 아직도 걸음마 단계 수준이고, 효과 및 안전성, 비용효과성 등에 대한 검증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분야라는 점에서 도입 및 추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따라서 원격의료 서비스가 안전하게 이루어지고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와 검증이 필요하다.

OECD 원격의료 보고서에서는 원격의료가 반드시 충족해야 하는 조건으로 세 가지를 이야기 하고 있다. 첫째, 원격의료는 궁극적으로 의료의 질을 개선하고 환자에게 분명한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만 추진해야 하며, 환자와 지역 사회의 요구 및 필요성을 충족시켜야 한다. 둘째, 적절한 원격의료 이용을 장려하여 모범 사례가 전체 보건의료 시스템에 확산 될 수 있도록 하면서, 이를 위해 정책 입안자들은 명확한 규정과 지침, 지속적인 자금 조달 및 지불 방안, 올바른 거버넌스 구축 등의 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 학습 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하여 이를 통한 평가 및 피드백이 가능하도록 하고, 새롭고 혁신적인 의료 모델에 대한 지원과 디지털 교육 지원 등을 통해서 원격의료의 이점을 여러 분야에서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과연 이 세 가지 조건 중에서 우리나라가 충족시킬 수 있는 부분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원격의료 서비스는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게 될지 예측이 어렵고, 향후에 원격의료와는 또 다른 혁신적인 의료 서비스의 도구가 개발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의료에 있어서는 어떤 방식과 도구를 이용하던지 그 대상은 결국 사람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람에게 있어 의료 서비스는 건강과 생명이 좌우될 수 있는 특수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 도입 시 항상 신중한 판단과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OECD 원격의료 보고서 분석을 통해서 확인한 우리나라의 상황은 긍정적인 면을 찾아보기 힘들다. 

정부는 원격의료와 관련한 국내의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 원격의료 서비스가 국토가 넓고, 의료 수가가 높아 의료접근성이 낮은 국가에서 우선적으로 발전한 이유와 의료접근성이 높은 국가에서는 발전하지 않은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원격의료가 비교적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들에서도 그 규모나 대상이 매우 한정적이고 발전이 더딘 이유도 알아야 한다. 무엇이 진정 국민을 위하는 길이고, 국가 보건의료 시스템의 발전을 위하는 길인지를 판단하여 올바른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이 무리한 원격의료 추진으로 귀결된다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감수해야 함을 명심해야 한다.



2020년 6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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