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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un Medicine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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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3.30 [보도자료] 간호 단독 법안의 문제점과 파급 효과에 대한 분석

임지예 2021-03-30 18:02:55 조회수 675

[바른의료연구소 보도자료] 간호 단독 법안의 문제점과 파급 효과에 대한 분석 


1. 서론

 

현재 보건의료인들은 왜곡된 대한민국 의료체계를 다같이 힘겹게 지탱해 나가고 있다. 이 중에서도 간호사 및 간호 인력들의 노력과 헌신은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해 왔으며, 이제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통해서 이들의 희생을 전 국민이 알게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간호사들은 의사 못지 않게 정부의 포퓰리즘 보건의료 정책의 희생양이 되어 왔다. 낮은 임금, 높은 노동 강도, 경직된 조직문화 등으로 인해 많은 간호사들은 힘겹게 취득한 간호사 면허증을 포기하고 간호 현장을 떠났다. 이로 인해 의료기관들은 만성적인 간호 인력 부족에 시달릴 수밖에 없었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정부는 간호대학 정원 확대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기본적인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현실 때문에 간호사들의 이탈은 더욱 늘어나고 있고, 간호 인력 부족 현상은 전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결국 간호사들의 직업 포기를 막고 간호 인력 수급을 안정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간호사들이 의료 현장을 떠나는 근본 이유인 낮은 임금과 높은 노동강도 및 경직된 조직문화를 개선시켜야 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가 인상 및 수가체계 개선, 효율적인 간호 인력 수급 계획 수립, 의료기관 내 체계적인 간호 교육 및 업무 시스템 정비 등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보다는 간호대학 정원 확대, 효용성 없는 간호인력 숫자 중심의 질 평가 가산 등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안일한 정책으로는 현재 간호사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없으며, 간호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회에서는 간호사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간호사협회의 숙원 사업 중 하나였던 간호 단독 법안(이하 간호법안)이 여야 가릴 것 없이 발의되었다. 국회는 지난 3월 25일에 2개의 간호법안(김민석, 서정숙 대표발의)과 1개의 간호조산법안(최연숙 대표발의)이 발의가 되었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본 연구소)에서는 해당 법안들을 면밀히 검토하고 분석해 보았고, 그 결과 이 법안들은 간호 인력들의 권익을 보호해 줄 수도 없을뿐더러 직역간 형평성에도 위배되어, 의료인 면허체계의 혼란을 가져오고 많은 문제점들을 파생시킬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본 연구소는 간호법안의 문제점이 무엇이고, 이 법안이 파생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문제점들에 대해서 언급하고자 한다.

 

 

2. 간호법안은 간호사들의 권익 보호 보다는 간호 직역을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게 할 우려가 높다.

 

현재의 의료법은 의료인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의무 및 책임과 권한에 대해서는 '의료인'이라는 하나의 집단으로 묶어 내용을 명시하고 있고, 업무 특성상 직역별로 분리해서 적용해야 할 일부 법령만 세부 직역마다 개별적으로 내용을 명시해 놓고 있다. 간호사협회가 그 동안 간호법안을 추진했던 이유는 의료인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법령의 내용이 간호사들에게는 너무 과하다고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고, 추후 간호사 직역의 이익을 보다 쉽게 도모하기 위해서는 의료법을 개정하는 것 보다는 간호법안이 만들어져서 이를 개정하는 것이 훨씬 용이할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이는 추후 이 법안이 간호사들을 더욱 옥죄는 용도로 악용될 수 있음을 간과하고, 정부 및 정치인들을 지나치게 신뢰하여 내린 판단으로 보인다.

 

대부분의 의료법 내의 법령들이 의료인들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해 직역별로 독자적인 이익을 추구하기가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은 모든 직역의 불만 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구조는 정부나 국회에서 의료법 개정을 통해 특정 직역에 불이익을 가하고 싶어도, 의료인들이 공통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되기 때문에 쉽사리 그런 행동을 할 수 없는 순기능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간호법안이 통과되면 간호사 및 간호 인력들은 의료법의 간섭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의료법의 보호는 받지 못하게 된다. 이는 정부나 국회가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법 개정을 통해 간호 직역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실제로 발의된 간호법안들에는 이러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발의된 간호법안 3개 중 2개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의료 시책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면허를 내줄 때 3년 이내의 기간을 정하여 특정 지역이나 특정 업무에 종사할 것을 면허의 조건을 붙일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이는 초임 간호사들에게 일할 지역이나 분야를 정부가 강제할 수 있는 내용으로, 간호사들의 직업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내용으로 보인다. 이렇듯 간호법안 곳곳에는 정부나 정치인들의 입맛에 맞게 간호인력을 운용할 수 있는 여지가 다분한 법령들이 숨어 있다. 과연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들도 이러한 위험성까지 모두 인지하고 간호사협회가 추진하는 간호법안 제정을 찬성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권한에는 반드시 책임과 의무가 뒤따르며,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손해 보는 사람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3. 간호법안은 의료인의 직역간 업무 형평성을 해치게 되어 결국엔 의료 시스템의 왜곡 및 면허체계의 혼란을 발생시킬 우려가 크다.

 

여야에서 발의한 3개의 간호관련 법안들에는 공통적으로 '간호사가 아니면 누구든지 간호업무를 할 수 없으며, 간호사도 면허된 것 외의 간호업무를 할 수 없다'고 명시해 놓았다. 기존 의료법에도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에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어 기존 의료법에서 의료인을 간호사로만 바꾼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업무범위 항목을 보면 기존 의료법과는 상이한 부분이 보인다. 의료법에서는 간호사의 업무 항목 중 두 번째를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라고 명시해 놓았다. 그런데 이번에 발의된 간호법안들에는 간호사 업무 항목의 두 번째를 '의료법에 따른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의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는 표현으로 바꾸어 놓았다.

 

기존 의료법에는 의료인들이 면허된 것 이외에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규정이 있기에 직역간 업무의 배타적 독립성이 유지되고 있지만, 간호사의 업무 범위만큼은 '진료의 보조'로 명시한 이유는 간호 업무의 범위가 매우 넓고 모호하여 해석에 따라 의료인간 면허의 경계가 허물어져 분쟁이 발생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발의된 간호법안에서는 '진료의 보조'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간호사가 아니면 간호업무를 할 수 없도록 명시하여 앞으로 의료인간 면허 범위 관련 분쟁이 잦아질 우려가 크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의사와 간호사가 모두 할 수 있는 특정 의료행위가 있었을 경우에 이 의료행위를 간호업무로 규정하게 되면, 이후부터 법 해석에 따라 해당 업무는 의사는 할 수 없고 간호사만 할 수 있게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의료기관들은 더 많은 간호 인력을 채용해야 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현재도 간호 인력 수급이 어려운 일선 의료기관들은 경영 압박과 더불어 억울하게 행정 처분을 받게 되는 사례가 속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는 문구는 불법PA 의료행위 합법화의 명분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사료된다. 기존에는 간호사의 업무를 '진료의 보조'로 명시해 놓았기 때문에, 간호사 직접 처방이나 침습적 시술, 그리고 초음파 시술 등의 행위는 '보조' 업무로 볼 수 없기에 지금까지는 불법 의료행위로 처벌 대상이었다. 그런데, '보조'가 사라지고 '지도 또는 처방 하에 시행하는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라는 표현으로 대체되면서, 이제는 의사가 처방하기만 하면 간호사가 침습적 시술이나 수술, 초음파 시술 등을 직접 해도 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 불법이었던 PA 의료행위가 합법화되는 것을 의미하며, 이로 인해 의료인간 업무 범위를 엄격히 규정하는 의료법이 무력화되고, 각 직역별 단독법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의료인 면허 체계의 대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4. 인력 수급 및 재원 마련 없이 추진되는 강압적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는 공공병원의 부실화를 조장할 것이다.

 

이번에 발의된 간호법안들에는 병원급 의료기관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병동에 간병인 및 보호자 상주를 없애고, 환자 및 보호자의 간병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병원 자체적으로 간호 및 간병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것이다. 초기에 이 제도가 시범사업으로 실시되었을 때에는 비교적 높은 수가가 책정되어 인건비 등을 충당하고도 의료기관에 이익이 되는 부분이 있었기에 운영에 큰 문제가 없었고 많은 의료기관이 이를 시행하였다. 그런데 점점 간호간병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들이 늘어나고, 상급종합병원들까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에 나서면서 정부가 수가를 낮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간호사를 비롯한 많은 간호 인력들이 대형병원 및 종합병원들로 집중되면서 가뜩이나 간호인력 수급이 어려운 지방병원 및 중소병원들은 이중고가 가중되고 있다.

 

따라서 인력 수급 및 재원 마련 없이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의 확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런데 여당 김민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간호법안에는 병원급 공공의료기관에서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공공병원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강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데, 문제는 현재도 대다수의 공공병원들은 경영 부실과 간호 인력 부족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한 고찰도 없이 막무가내로 추진하는 강압적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확대는 공공병원의 부실화를 더욱 조장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이번 법안이 통과된 후에 개정안 발의 등을 통해서 준비되지 않은 민간병원들에도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를 강제하게 되면, 이는 병원급 의료기관들의 줄 도산 및 의료시스템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5. 국회는 간호법안을 통해 간호사를 의료인 면허 취소 강화 법안 대상에서 제외시킴으로써 법 제정의 명분을 스스로 훼손했다.

 

현재 국회에 계류되어 있는 법안 중에서 의료계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사활을 걸고 막으려고 하는 법안 중에 하나가 의료인 면허 취소 강화 법안이다. 이 법안은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지만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본 회의에 상정되어 통과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의료인 면허 취소 강화 법안은 의료인 전체에 적용되는 것이므로, 의사뿐만 아니라 타 직역들도 그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발의된 3개의 간호법안 중에 2개의 법안을 보면, 의료인 면허 취소 법안의 핵심인 의료법 제8조와 제65조의 대상 의료인에서 간호사를 제외시키고 있다. 간호법안들에는 '이 법은 간호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하고'라는 문구가 있어 아무리 의료법을 개정해도, 의료법이 상위법이 아니기 때문에 간호사는 처벌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법사위에 계류되어 있는 의료인 면허 취소 강화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에 나와 있는 제안 이유를 보면, '의료인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지위의 특성상 높은 수준의 직업적 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됨'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의료인 면허 취소 기준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가 의료인에게 높은 수준의 직업적 윤리와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기 때문인데, 국회에서는 간호법안을 통해 의료인인 간호사의 경우는 이 법에 적용 받지 않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국회가 의료인으로서의 간호사의 직업적 윤리와 책임 의식을 폄하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결국 이러한 행동은 의료인 면허 취소 강화 법안의 법 제정의 명분을 국회가 스스로 부정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리고 간호법안이 현안대로 통과되고 의료인 면허 취소 강화 법안도 통과된다면, 이는 의료인 처벌 기준에 있어 형평성에도 크게 어긋나게 되는 것이므로 다른 직역의 의료인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6. 결론

 

현재 여야에서 발의한 간호법안은 지금까지 힘들게 대한민국 의료시스템을 지탱해온 간호사 및 간호 직역의 권익을 위하는 법안이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이 법은 간호사 및 간호 직역을 보호해주지 못하고, 정부나 정치인들의 정치적 목적에 이용당할 위험에 놓이게 만드는 법이 될 수 있다. 또한 이 법안은 의료인 업무 범위의 경계를 허물어 의료 시스템의 혼란과 의료인 면허 체계의 근간을 뒤흔들게 될 것으로 보이며, 공공병원 및 지방중소병원으로부터 시작되는 병원급 의료기관의 부실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국회 스스로도 의료인의 정의에 대한 개념 정립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진 입법이므로, 이로 인해 심각한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

 

본 연구소는 정부 및 국회가 진정으로 간호 인력의 권익을 보호해주고 이들의 희생을 보상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실효성 없는 간호법안 제정을 할 것이 아니라 수가 인상 및 수가체계 개선, 효율적인 간호 인력 수급 계획 수립, 의료기관 내 체계적인 간호 교육 및 업무 시스템 정비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간호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간호사협회도 이 정책이 진정으로 간호사 및 간호 인력을 위한 정책인지를 냉정하게 판단하고, 일선에서 일하고 있는 민초 간호사들의 목소리를 더욱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2021년 03월 30일

 

바 른 의 료 연 구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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