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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Barun Medicine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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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05 [성명서]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 규탄 성명서_이대목동병원 사건의 진짜 책임자는 대한민국 정부이다

임지예 2019-06-25 17:32:30 조회수 411

[바른의료연구소 성명서] 이대목동병원 사건의 진짜 책임자는 대한민국 정부이다.


의료진에게 책임을 전가하지 말고 
불행한 사건 재발을 위해 대한민국 정부는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사법부는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구속을 즉각 철회하고, 
정부는 모든 의료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왜곡된 의료 시스템을 개혁하라.

지난 3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사건과 관련해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황당한 이유로 교수 2명과 수간호사 1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하였다.


바른의료연구소를 비롯한 수많은 의료계 단체들은 그 동안 경찰의 무리한 수사를 비판하고, 신생아 사망의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어야 제2의 이대목동 사건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경찰은 “주사제 준비 단계에서 오염이 역학적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는 질병관리본부의 개연성 없는 역학조사 결과만을 근거로 신생아 사망의 원인을 감염 관리 소홀로 단정짓고, 의료진들이 감염 관리 지도∙감독 업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을 신청하였다.


선의의 마음으로 최선을 다했을 뿐인 의료인들이 구속되는 상황을 보면서 이 땅에서 환자를 돌보는 모든 보건의료종사자들은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그간 열악한 환경에서도 환자를 살리겠다는 의료인들의 희생으로 간신히 유지되어 온 대한민국 중환자 진료체계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본 연구소는 법원의 구속영장 발부는 국민의 생명보호가 최고의 책무인 정부에게로 비난의 화살이 향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의료진을 희생양 삼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본 연구소는 이번 구속영장 발부의 문제점들을 지적하고자 한다.



1. 구속영장 발부의 사유가 증거인멸 우려라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대한민국 병원들은 거의 대부분 전산의무기록 시스템을 운영한다. 전산시스템은 의무기록을 수정하거나 삭제하면 그 흔적이 남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 시스템을 운용하는 병원들은 의료분쟁 발생시 사후 수정이나 삭제를 하면 가중 처벌을 받기 때문에 의무기록을 변경하려 하지 않는다. 이 사건에서도 신고를 받은 경찰들이 중환자실에 바로 들이닥쳐 대부분의 증거들을 압수하였고, 의무 기록의 수정이나 삭제 시도는 없었다.


처방 및 간호, 투약 기록 등은 경찰이 확보하고 있고, 더 이상 의료진이나 병원 측에서 인멸할 증거가 없음에도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어 구속한다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하는 대원칙에서 대한민국 의료인들은 제외된 것이 확실하다.



2. 의료진의 형사처벌은 의료인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만드는 것이다.


이번에 구속된 의료진의 혐의는 감염 및 위생관리 지도•감독 의무 위반에 의한 과실치사이다. 그러나 의료진의 지도•감독 의무 위반과 신생아 사망 간의 인과관계가 경찰조사에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주사제 준비 단계에서 의료진의 부주의로 시트로박터균에 감염되었다고 주장하나, 이를 입증할 실증적인 증거는 전혀 없다. 단순히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개연성'만으로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한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세계 병원에는 원내감염 환자들이 있고, 그 중에는 패혈증에 빠져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 사건처럼 원내감염으로 환자가 사망하면 담당 의료진을 모두 구속한다면, 그 어느 의료진이 구속될 것을 감수하고 중환자를 치료하려 들겠는가? 이는 필수의료 종사자들이 범법자가 되지 않기 위해 직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을 촉발할 것이다.


3. 이 사건의 진정한 책임자는 열악하고 왜곡된 의료시스템을 만든 정부이다.


대한민국 의료는 90% 이상을 민간자본이 공급하고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라는 파쇼적인 정책을 통해서 민간이 공급하는 의료를 국가가 운영하는 것처럼 강제 징발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의료 자원을 징발한 대한민국 정부는 자신들의 책임을 완전히 방기하였다. 민간의료기관이 환자를 열심히 진료하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진료비를 청구하면, 동일한 사안도 지역에 따라서 삭감여부가 달라지는 등 심사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이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바이알제제 분할 투여 문제도 건강보험재정의 절감이라는 이유로 아주 오래 전부터 심평원이 장려해왔던 사안이다.


병원감염 관리규정을 수시로 교육하고 자료를 배포해야 함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질병관리본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형식에 그치는 인증기준으로 의료기관 인증평가를 한 의료기관인증평가원의 책임도 반드시 물어야 한다. 이렇듯 이 사건은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의 총체적인 부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벌어지게 만든 근본 원인은 고치려 하지 않고, 의료진에게만 모든 책임을 덮어씌워 형사처벌로 끝내버린다면, 앞으로 제2, 제3의 이대목동병원 사건은 계속 벌어질 것이다.


4. 이대목동병원 사건은 의료시스템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의료기술의 발달과  의료진들의 실력 향상으로 대한민국은 초저체중아도 너끈히 살릴 수 있는 의료수준을 확보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훌륭한 의료수준이 더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신생아 중환자를 담당해야 할 의사와 간호사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의사 및 간호사 1인당 돌봐야 하는 신생아 환자 수가 OECD 선진국의 5배 이상이면서도 OECD 선진국 보다 낮은 신생아 사망률을 기록한 것은 자신의 개인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오로지 환자 진료에만 전념한 의료진들의 희생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이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것이 시스템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 드러나면 그 시스템을 바꾸는 노력이 당연히 뒤따라야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이슈가 되는 의료관련 사건이 발생하면 그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수립에 중점을 두고 있다. 본 연구소가 일전에 언급한 영국의 신생아실 녹농균 집단감염 사건이나 미국의 신생아실 황색포도상구균(MRSA) 집단감염 사건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어디에도 해당 의료진을 처벌했다는 내용은 없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선진국들의 대처와는 완전히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불명확한 심사 기준, 인색한 필수의료 지원, 부족한 인력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려야 하는 중환자실 의료진 등의 문제는 이번 이대목동병원 사건을 통해서 비로소 수면 위로 부각된 대한민국 의료의 고질적인 적폐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전혀 보여주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의료진을 형사 처벌함으로써 왜곡된 의료체계를 더욱 더 왜곡시키려 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환자진료에 최선을 다해왔을 뿐인데, 이제는 살인자로 매도 당할 위기에까지 몰려있는 의료인들이 어찌 직업적 소명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겠는가? 만약 정부가 이 사건을 교훈 삼지 않는다면, 이는 당장 신생아 중환자실 의료인력의 대대적인 유출을 초래하여 대한민국 신생아중환자 진료체계가 파국을 맞게 될 것이다. 그 때 가서는 또 어떤 미봉책을 내놓을 것인가?


이제 정부는 고의성이 없는 의료 관련 사고들은 시스템의 문제임을 인식하고 이를 개선하려 노력하여야 한다. 시스템 개선을 통하여 다시는 이러한 비극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정부가 이번 사건을 통해 고귀한 생명을 잃은 신생아들과 유족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을 위해서도 마땅히 할 일이다. 그리고 의료진들의 구속 결정으로 인해서 일어날 파국을 막기 위해서라도 사법부는 의료진 구속 결정을 철회해야 할 것이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도 이 사안이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 본 연구소를 비롯한 모든 의료 관련 종사자들과 국민들은 이 사태를 해결해 나가는 정부, 검찰, 사법부의 모습을 똑똑히 지켜볼 것이다. 부디 정상적이면서도 상식적인 결정이 내려져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올바른 의료 시스템 내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 지기를 바란다. 이러한 결과가 도출될 수 있도록 본 연구소는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며 이번 이대목동병원 사건 해결을 위한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2018년 4월 5일

바른의료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