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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2 [보도자료] 지역의사제법의 문제점과 지역의료 발전을 위한 올바른 방향

관리자 2024-07-02 09:14:12 조회수 372

[바른의료연구소 보도자료]

지역의사제법의 문제점과 지역의료 발전을 위한 올바른 방향



1. 서론

 

정부가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는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로 인해 대한민국 의료는 붕괴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의료는 끝을 알 수 없는 위기에 빠지고 있음에도 정부의 폭주를 막지 못하고 있는 이유 중에는 국회의 무능과 포퓰리즘 입법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국회의 문제는 2024 6월 출범한 22대 국회에서도 변하지 않고 있고, 오히려 국회가 정부와 하나가 되어 대한민국 의료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국회의 이러한 만행 중 한 가지가 바로 지역의료를 살린다는 명분으로 추진하는 지역의사제법이다.

 

지역의사제법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민주당이 주도하여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바 있는 법안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여당의 반대 등으로 법사위에 법안이 계류되면서 최종 본회의 통과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간호법 때와 마찬가지로 여당과 야당 모두 지역의사제법을 발의하면서 법안 통과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 6 21일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과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같은 날에 지역의사제법을 발의했다. 법안의 내용은 지난 21대 국회에서 복지위를 통과했던 지역의사제법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지난 국회에서 지역의사제법이 복지위를 통과하자 2023 1월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본 연구소)에서는 해당 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지역의료 발전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하지만 본 연구소의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22대 국회는 또 다시 지역의사제를 발의하는 어이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에 본 연구소에서는 지역의사제법의 문제점과 올바른 지역의료 발전 방향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언급하고, 국회에 올바른 입법 활동을 촉구하고자 한다.

 

 

 

2. 지역의사전형의 실효성 문제와 학년 내 역차별 문제

 

지역의사제법에 따르면, 지역의사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같은 학교에 일반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과 일부 다른 과정을 겪는다. 김원이 의원이 발의한 지역의사제법 제4 3항에서는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에 대하여는 공공의료 관련 과정, 지역 내 실습과정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과정을 추가로 이수하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김원이 의원과 박덕흠 의원이 발의한 지역의사제 모두에서 지역의사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에게 국가가 장학금을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일반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졸업 후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지만, 지역의사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졸업 후 보건복지부나 지자체장이 정해준 지역 내 의료기관에서 10년간 근무해야 하기에 정해진 지역을 벗어날 수 없다. 물론 지역의사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국가로부터 장학금 지원을 받기 때문에 혜택을 받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 장학금 지원 규정으로 인해 실효성 논란이나 역차별 논란 가능성도 있다.

 

의과대학 교육은 의학이라는 방대한 학문을 4~6년의 기간 동안 밀도 있게 배우게 되기 때문에 교과과정의 변화를 주기 어렵다. 그리고 6년제 의과대학의 평균 재학 기간이 7년이 넘는다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한 과목이라도 제대로 이수하지 못하면 유급이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이에 전형에 따라 추가 과정을 이수하게 하는 등 학년 내 학사 일정을 개인별로 다르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의과대학 학생들은 입학 당시에 꿈꿨던 진로가 의학 교육 및 실습의 과정을 거치면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의대 졸업 후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서 지역과 전문과를 수시로 바꾸기도 한다. 그런데 지역의사 전형으로 입학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해당 지역의 정해진 기관에서 10년 동안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자유가 없고, 만약 지역의 의료 인프라나 인구 구조, 일자리 등의 문제로 인해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당 지역에서 제대로 할 수가 없다면 당연히 의무복무 기간 동안 근로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은 이 법에서 규정한 의무복무 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역의사 전형 입학의 가장 큰 문제는 입학 당시부터 결정되는 이질적인 교육과정과 향후 진로 및 장학금 수혜 등의 차이 때문에 학년 내에서 분열과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의과대학은 일반대학과 다르게 학년 개념으로 학사 일정이 운영되고, 1년 단위로 매년 같은 시기에 의사면허를 취득하기 때문에 학년 내 유대관계가 타 대학과는 다르게 깊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전형의 차이 때문에 학년 내에서도 일부 학생들의 교과 과정과 향후 진로가 다르다면, 동질감을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일반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 중에서도 지역 내에서 평생 근무하거나 공공의료에 종사하고 싶은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지역의사 전형으로 입학하여 해당 진로에 우선권과 혜택이 보장되는 학생들보다 불리한 조건에 놓이게 되어 역차별을 받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3. 의무복무 규정에 대한 위헌성과 형평성 문제

 

지역의사제법에서는 면허 취득자로 하여금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시ㆍ도지사가 지정하는 기관ㆍ시설에서 10년간 복무하여야 한다는 의무복무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10년 장기 의무복무를 강제하는 것은 외국과 비교하면 복무기간이 긴 까닭에 중간 탈락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 때문에 여러 가지 법적 분쟁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장기 의무복무는 과잉금지의 원칙 위배,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거주지 이전의 자유 침해와 같은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요소가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이에 만약 제도 시행 이후 헌법소원 등을 통해서 해당 법안이 위헌 결정을 받게 되면, 지역의사전형은 의대 입학의 편법적인 통로로만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외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지만 면허 취소까지 시키는 것은 위헌이라는 이유로, 장학금만 반환하면 의무복무를 하지 않아도 되기에 의무복무 규정의 실효성 논란이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경찰대를 로스쿨 진출을 위한 통로로만 이용하고는 이탈하여 원래 취지인 경찰 간부 육성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사관학교에서 장기 군의관 양성을 위해 우수 자원들을 의과대학에 위탁교육 보냈으나, 이들이 의사 면허 및 전문의 자격 취득 후 편법으로 이탈하여 제도 시행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경우 등이 있다.

 

법안 자체에도 편법을 통한 의무복무 회피가 가능하도록 한 규정들이 있는데, 질병 또는 심신의 장애가 있는 경우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사유가 없어질 때까지 의무복무 회피가 가능하다. 문제는 질병 또는 심신의 장애라는 상황이 의학적인 판단에 의해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득이한 사유는 언제든 새로 만들어지거나 없어질 수 있는 가변적인 규정이라는 점이다.

 

또한 법안에는 전문의가 되려는 의무복무의사가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전문과목을 전공으로 수련하는 경우 그 수련기간을 의무복무 기간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어떤 전문과목을 수련전문과목으로 지정하는가에 따라서 개인별로 수련기간이 의무복무 기간에 최소 3~4년씩 포함되어 특혜 및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4. 지역의료 활성화에 실효성 없는 의무복무 규정

 

지역의사제법의 문제는 의무복무 기간이 종료된 이후 왕성한 활동력과 숙련도를 갖춘 의사들의 상당 수가 해당 지역을 떠나 대도시로 이동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의사제는 10년 동안 숙련된 필수 의료 분야 종사 의사들을 대도시에 대량 공급하는 제도로 전락하게 된다. 결국 지역 의료를 살려보겠다고 만든 제도가 의사들의 대도시 집중 현상만 더 가중시키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의사도 인간이고 한 명의 생활인으로서 보다 나은 의료 환경과 생활 인프라에서 의사 생활을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모든 지역이 대도시와 같은 의료 환경과 생활 인프라를 갖추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인력의 대도시 집중화 현상은 막을 수 없고, 비난할 수도 없다. 만약 정부가 의무복무 종료 후 지역을 떠나는 의사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불이익을 주거나 이탈 금지를 강제하게 되면 이는 위헌적 규제가 될 것이기에 불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문제는 지역의사제로 인해 지역 의료 시장이 교란되면서 장기적으로는 지역 의료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최악의 경우에는 의료 공백 사태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역의사제법이 실시되면 기존에 지역에 자리 잡고 일하고 있었던 의사들의 경우, 의무적으로 해당 지역에서 일해야 하는 지역의사제 의사들과 경쟁해야 한다. 한정된 일자리와 감소하는 인구 수를 감안했을 때 이러한 경쟁 구조는 결국 기존 의사들의 이탈을 불러올 수밖에 없고, 이들이 떠난 이후에는 지역의사제 의사들만 지역 의료를 책임지게 되는 구조가 된다. 결국 지역의사제를 통해서 의무복무 10년을 다 마친 의사들은 매년 떠날 것이고, 이 제도가 종료되어 마지막 의무복무 의사가 떠나 간 이후에는 지역 사회 필수 의료는 대규모 공백 사태를 맞을 수밖에 없다. 결국 잘못된 제도로 인해 오히려 지역 의료가 완전히 붕괴될 수도 있는 것이다.

 

 

 

5. 지역의료 발전을 위한 올바른 방향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의 제공은 의사 한 명만 있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의료는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및 진료지원 인력 등 다양한 인력들에 의해 제공된다. 지역의 의료서비스가 수도권 및 대도시와 격차가 벌어지게 된 이유에는 수도권 및 대도시로의 인구가 집중되면서 의사 이외 다른 보건의료 인력의 대도시 편중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지금도 지방에서는 의사보다 간호사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총체적인 보건의료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정부는 의사 수 늘리기에만 급급한 상황이다. 병원에 간호사, 간호조무사 및 다른 진료 지원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의사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서 정부가 우선하여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은 바로 전체적인 지역 보건 의료 인력의 확보 방안이다.

 

대도시 이외의 지역에 인력들이 부족한 이유는 열악한 근무여건 및 생활 인프라, 대도시와 별 차이 없는 임금 수준, 일자리 부족 등의 원인 때문이다. 열악한 근무여건과 임금수준의 이유는 지역 의료기관들이 경영난으로 인해 병원 인프라 개선과 임금 인상의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에서는 저수가 시스템 때문에 많은 환자를 보아야 의료기관의 운영 및 유지가 가능하기에 의료기관들은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생존하기 어렵다. 의료 취약지역은 인구수가 현저히 낮아 적절한 의료 수요가 창출되기 어렵고, 취약한 도로 사정 및 대중교통 이용의 불편함 때문에 그나마 있는 의료기관들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결국 의료 취약지 문제의 핵심에는 저수가와 열악한 인프라가 자리 잡고 있다. 지역 의료 서비스 향상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자발적으로 민간의료기관들이 대도시 이외의 지역에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의료기관들의 경영난 해소를 위한 수가 인상과 세제 혜택 등이 필요하고, 이를 통한 수익 창출이 직원 복지와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관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전체적인 수가의 정상화가 이루어진 수준에서 취약 지역의 수가 가산이 더해지는 정도가 되어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위의 조치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의료 공백이 있는 지역은 필연적으로 일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인구가 극도로 적어 민간의료기관이 진입하기 어려운 지역에 한해서 국가가 내실 있게 의료 서비스 제공을 책임져주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재정 안정적이며 서비스 만족도나 의료의 질 측면에서도 좋은 결과가 도출될 것이다. 이미 90% 이상의 의료 서비스를 민간이 제공하고 있는 현 구조에서 무리하게 국가가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는 목적으로 의사 수만 늘리고 실효성 없는 제도를 시행한다고 해서 의료 서비스 이용의 편의성 향상이나 의료의 질 향상을 담보할 수는 없다. 따라서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는 목적으로 지역의사전형을 만들어 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포퓰리즘 정책일 뿐이다.

 

 

 

6. 결론

 

본 연구소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 의대정원 증원과 지역의사제도로는 필수의료, 지역의료가 살아날 수 없다는 사실을 밝혀왔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진정으로 의료취약지 문제 해결에 의지가 있다면 이미 과잉인 도시의 의사와 보건의료 인력들이 자발적으로 의료취약지로 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앞서 말했듯이 저수가 개선, 의료취약지 의료기관 지원책 마련, 교통 인프라 개선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귀를 닫고 의대정원 증원을 외치고 있고, 국회에서는 위헌적이고 실효성 없는 지역의사제법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현재 정부에서 지방 의대를 중심으로 의대정원을 대폭 늘리고, 늘어난 정원을 지역인재전형으로 대폭 선발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수도권 학생들이 지방으로 유학까지 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일정기간만 지방으로 이동한 학생들이 지역인재전형으로 의사가 된다면, 이들이 지역 의료에 종사할 가능성은 극히 낮을 수밖에 없다. 이는 지역의사전형을 통해서 입학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의무복무를 편법으로 회피하거나 이에 대한 위헌 소송이 빈발할 것이고, 의무복무를 마친 이후에는 대다수의 지역의사전형 의사들은 수도권 및 대도시로 이동하게 되어 제도는 실효성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잘못된 제도가 한 번 만들어지면 이로 인해 파생되는 부작용을 수습하는 일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의료와 관련된 법과 제도는 국민 건강과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따라서 의료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이나 식견 없이 국회에서 양산되는 포퓰리즘 법안은 제도적으로 제한될 필요가 있다. 본 연구소는 지역의사제법과 간호법 등 의료 관련 포퓰리즘 법안이 22대 국회에서도 양산되는 현 상황에 유감을 표하며, 국회가 진정으로 국민의 건강에 도움되는 입법 활동을 의료 전문가인 의사들과 상의하여 해 줄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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