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un Medicine Institute
Barun Medicine Institute
[바른의료연구소 보도자료]
정부의 비급여 및 실소보험
통제 정책의 문제점 및 올바른 방향
1. 서론
대한민국은 시장경제 시스템을 따르는 자본주의 국가이자 자유민주주의를 채택하여 헌법으로 보장하고 있는 국가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은 자본주의 및 자유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먼 정부 통제형 사회주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자본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적용을 의료 분야에만 예외로 하는 것은 엄연히 위헌적
조치이기에,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와 단일 공보험제로 대변되는 대한민국만의 통제된 사회주의 의료 시스템을
해외 선진국들은 채택하지 않고 있다.
해외에서는 헌법에 위배되는 제도라는 이유로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시스템이 대한민국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운영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서 내부적인 문제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미 의료계는 2000년과 2012년에 두 차례에 걸쳐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대한
위헌 소송을 제기했던 바가 있다. 하지만 두 차례에 걸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위헌 소송에서 헌법재판소는
합헌 판결을 내렸고, 이로 인해 정부 통제형 사회주의 의료 시스템은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런데 2012년에 제기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위헌 소송에서 헌법재판소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대해 합헌 판결을 내린 결정적인 근거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당시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린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대한민국 의료에는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가 자유롭게 선택하고 이용할 수 있는 비급여 의료가 존재하기 때문에, 제도에 의해 국민과 의료기관의 자율성과 선택권이 침해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최근 비급여 의료행위를 강력히 통제하고, 개인이 사적
계약을 통해 자유롭게 가입한 실손보험 보장 범위를 축소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이 정책을
추진하는 목적은 바로 국민 의료비 절감 및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이지만, 이 정책은 결국 의료 서비스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의 의료 선택권과 재산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위헌적 조치이므로, 국민적
저항에 부딪히게 될 우려가 높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본 연구소)에서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비급여 및 실손보험 통제 정책이 가지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 문제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 비급여
의료의 개념 및 의미
비급여 의료란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의료 행위를 의미하며, 환자가
의료비를 전액 부담해야 하는 항목이다. 건강보험 급여 항목과는 달리 비급여 의료는 의료기관과 환자 간의
개별 계약에 의해 가격과 서비스가 결정되므로, 자유 계약의 영역에 해당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비급여 의료는 새로운 의료기술의 개발, 기존 의료기술의 재평가, 정부 정책 변화 등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비급여 의료가
지정되는 방식은 건강보험 급여 항목의 선정 과정을 알아야 이해할 수 있다.
건강보험 급여화 대상 평가 과정을 보면, 보건복지부는 새롭게 등장한
의료기술, 치료법, 신약 등이 건강보험 급여화가 가능한지
평가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가
중심이 되어 항목의 급여화를 심의한다. 이 과정에서 해당 항목의 안전성은 기본적으로 검증되어야 하고, 치료 효과가 입증되었는가? (임상적 효과성), 건강보험 재정 부담을 고려하여 적절한 가격 설정이 가능한가? (경제적
타당성), 환자들이 해당 의료 서비스에 대한 요구가 높은가? (사회적
요구도) 등을 고려하여 급여 결정을 내리게 된다.
기본적으로 급여 심의에 올랐던 항목 중에서 최종적으로 급여로 지정되지 않은 항목들이 비급여로 지정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에 비급여로 지정되는 흔한 경로로는 신의료기술 평가 후 건강보험 급여화 배제와 기존
급여 항목의 제외 등이 있다. 새로운 치료법이 도입될 경우, 정부는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를 통해 해당 기술의 효과를 검증하는데, 효과성이 부족하거나, 경제성 평가에서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클 경우 비급여로 지정된다. 그리고
일부 의료 서비스는 기존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었으나, 정책적 판단에 의해 급여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도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비급여 의료는 환자 안전성은 검증이 된 의료 서비스이며, 비용, 효과, 사회적 요구도 등의 기준을 가지고 이루어진 심의 결과에 따라서
급여 행위로 지정 받지 못한 의료 서비스이다. 일반 국민들은 흔히 비급여 의료라고 하면, 임상적 효과가 비교적 낮은 서비스나 미용 목적의 비급여 서비스만을 생각하지만,
상당수의 비급여 의료 항목은 효과와 사회적 요구도는 높지만 비용의 문제 때문에 지정되지 못한 경우들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신의료기술이나 약제들은 초기에는 비급여 시기를 거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비급여 의료는 의료 시스템의 유연성과 탄력성 유지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3. 정부
비급여 통제 정책의 내용
정부는 비급여 의료가 국민 의료비 증가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 것처럼 호도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비급여 의료비가 2014년
11.2조원에서 2023년 20.2조원으로 증가하는
동안, 건강보험에서 지출하는 급여 의료비는 2014년 54.4조에서 2023년 110.8조로
더욱 크게 증가했고, 전체 의료비 지출 규모에서 비급여 의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축소됐다. 즉, 비급여 의료비 증가가 전체 의료비 증가를 유발한 것이 아니라
의사 및 의료기관의 증가, 고령화, 국민 소득 향상, 의료 요구도 증가, 새로운 의료기술 도입 등 여러 가지 요인이 국민의
의료 이용을 증가시켰고, 이로 인해 국민 의료비가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정부는 비급여를 국민 의료비 상승의 주범으로 낙인 찍고, 적극적인 타도의 대상으로 여기며 통제
정책만을 남발하고 있다.
2021년부터 정부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비급여 항목과 가격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하였고, 2024년부터는 의원급 의료기관도 보고의무 대상기관에 포함시켰다. 자유 계약의 영역인 비급여 의료 항목을 국가에 보고하도록 하는 조치는 위헌적일 수 있으나, 정부는 통제가 목적이 아닌 국민 알 권리 충족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를 추진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결국 비급여 통제 정책을 위한 사전 작업에 불과했다는 사실이 최근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의료개혁특위 1차 실행방안 발표와 2025년 1월 9일 ‘의료체계 정상화를 위한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정책토론회’에서의
발표를 통해 비급여 의료에 대한 통제 계획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정부는 비급여 목록을 표준화하고, 주요 비급여 항목별 표준 진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비급여 의료의 자율성을 말살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또한, 비급여
의료에 대해서 참고가격고시제를 도입하여 비급여의 가격까지 통제할 계획을 발표했으며, 혼합진료 금지를
이름만 바꾼 비급여 병행진료 금지 정책을 도입할 것임을 밝혔다. 정부가 발표한 비급여 통제 정책들은
대부분 위헌적이고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높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시행할 가능성이 높으면서도
부작용 발생 우려가 높은 정책이 바로 ‘관리급여’ 도입이다.
정부는 비급여를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본인
부담률을 90~95% 수준으로 높여 사실상 통제되는 비급여인 ‘관리급여’라는 개념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이미 대한민국 급여 제도에는 일정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면 본인 부담률을 50% 보다 높게 책정해서 환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선별급여’ 제도가 있다. 기존에
선별급여라는 제도가 있기 때문에 관리급여 제도가 도입되어도 큰 차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주장을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두 개념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선별급여는 급여의 영역에 포함된 의료
항목이지만 비용이나 남용 우려 등을 고려해서 기준에 따라 본인부담률 차등을 둔 것이고, 관리급여는 원칙적으로는
정부가 관여할 수 없는 비급여 항목을 강제로 통제하기 위해 급여 영역에 비급여 의료를 임의로 포함시킬 수 있도록 만든 제도이다.
선별급여와 관리급여의 차이점은 관리급여의 환자 본인 부담률이 100%인
비급여와 다를 바 없는 수준이라는 점도 있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관리급여 항목 지정을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비급여 보고 등 모니터링을 통해서 진료비, 진료량, 가격 편차가 크고 그 증가율이 높은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
항목으로 우선 지정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는 규모가 큰 비급여 시장부터 손을 보겠다고 공언한 것이고, 정부가 기준을 어떻게 삼는지에 따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모든 비급여 의료 시장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즉, 관리급여가 도입되면 사실상 미용 목적의 비급여를 제외하고는
대한민국에 비급여 의료행위는 존재하지 않게 된다.
4. 정부
비급여 통제 정책의 문제점과 부작용
비급여 의료는 본질적으로 국가 개입이 불가능한 자유 시장의 영역에 속한다. 이는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급여 의료와 다르게 의료 소비자(환자)와
공급자(의료기관) 간의 자율적 계약에 의해 이루어지는 행위이다. 대한민국 헌법상, 국민의 기본권 중 하나인 계약의 자유와 재산권
보장은 매우 중요한 원칙이다. 따라서 정부가 비급여 의료를 강제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명백한 기본권 침해이며, 국가가 민간 의료 서비스의 가격과 내용을 직접 개입하여 통제하는 것은 시장경제 원칙에도 정면으로 위배된다.
정부가 주요 비급여 의료를 통제하고, 대부분의 비급여 의료를 국가가
직접 개입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경우, 저수가 체제에서 비급여를 통해 힘들게 적자를 면하고 있던 의료기관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 자명하다. 특히 중소병원과 의원급 의료기관은 비급여 항목(도수치료, 초음파, MRI, 건강검진
등)에 대한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높은데, 이러한 항목이 정부
통제 아래로 들어가면 의료기관 운영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대형 종합병원 역시 비급여 재료대 등에
의존도가 큰 고난이도 치료에 대한 비용 보전이 어려워져 기피하게 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해 고난이도
의료 분야의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
결국 의료기관의 수익성이 악화되면 경영이 어려운 의료기관이 급증하며, 특히
중소병원 및 개인 의원이 먼저 폐업의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결국 의료 서비스의 공급
부족을 초래할 것이며, 환자들은 의료기관을 찾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일 수밖에 없게 된다. 또한 의료기관 경영 악화는 필연적으로 보건의료 인력 고용의 감소를 불러와 보건의료 노동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의료기관 내 근무 인력의 감소는 의료의 질 저하까지도 유발하게 된다.
비급여 통제 정책으로 인해 국가가 모든 의료 서비스의 가격을 강제하면, 의료기관은
시장 원리에 따라 가격을 조정할 수 없게 되고, 이는 의료기관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거나, 환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상당한 제약으로 작용하게 된다.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진다는 뜻이다. 또한, 비급여 의료는
신의료기술의 개발과 도입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데, 비급여가 통제되면 의료기관과 기업들이 신기술
개발에 투자할 동기가 줄어들고, 결과적으로 대한민국 의료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
비급여 통제 정책으로 인해 환자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 서비스의 다양성이 줄어들고, 대기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의료 이용이 꼭 필요한 환자가 제대로 의료를 이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중증 환자나 희귀 질환 환자의 경우, 정부
통제 아래에서는 최신 치료법을 적용 받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또한, 기존에는 비급여 의료를 통해 환자들이 다양한 치료 옵션을 선택할 수 있었으나,
정부가 이를 통제하면 환자의 선택권이 대폭 축소된다. 그런데 이러한 조치는 고급 의료 서비스를
원하는 환자들이 국내에서 치료받지 못하는 결과를 만들게 되고, 고급 의료 서비스 이용을 원하는 환자들을
중심으로 해외로 나가려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의료 이용의 양극화를 조장하게 된다.
또한 정부의 비급여 통제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의료비 절감 효과를 만들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 부담이 오히려 커질 가능성이 크다. 비급여가
통제된 의료기관들은 생존을 위해 급여 항목의 진료량을 더욱 증가시키려는 경향을 보일 것이고, 이는 결국
건강보험 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정부의 통제로 인해 공식적인 비급여 의료가 줄어들면, 편법적이고 우회적인 방식으로 비급여 진료를 제공하는 비윤리적 의료 행위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환자들은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편법적인 비급여 진료를 받게 되어 국민 의료비 부담은 오히려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5. 비급여
통제가 유발할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위헌 소송
기존 헌법재판소의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합헌 결정 근거는 “비급여 의료가
존재하므로 의료기관과 환자의 선택권이 남아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비급여 의료를 사실상 없애거나 '관리급여'
등의 정책을 통해 통제하게 되면,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이외에 다른 대안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즉,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가 의료기관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15조와 제119조는
계약의 자유 및 직업 수행의 자유를 보장한다. 의료기관이 국가와 개별 계약을 체결할 수 없는 대한민국과
같은 구조에서, 국가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강제하는 것은 직업의 자유 및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적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비급여가 사라진다면, 의료기관은 오로지 건강보험이 정한 수가에 따라서 진료해야 하며, 개별적인
가격 책정이 불가능해진다. 이는 의료기관의 재산권(헌법 제23조)을 제한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건강보험 급여 진료만이 유일한 대안이 된다면, 환자는 본인의
의료 요구도를 조절할 수 있는 비급여 선택권을 잃게 되는 것이므로, 이는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의료
선택권 제한 문제로 확대될 수 있다.
물론 지금까지 헌법재판소의 판결 경향을 보았을 때, 정부의 비급여
통제 정책으로 인해 비급여가 통제되더라도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그러나
비급여가 완전히 사라진 경우라면, 건강보험 외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는 의료기관의
자율성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논리가 강해질 것이다. 반면에 비급여가 일부라도 남아 있는 경우라면, 형식적으로라도 의료기관의 선택권이 보장된다는 논리가 유지될 수 있어, 헌법재판소가 '공익적 필요성'을 강조하며 합헌 결정을 유지할 수도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비급여 의료행위가 사실상 사라진 이후에도 헌법재판소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합헌 결정을 내리게
되면, 오히려 대한민국 의료는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6. 대한민국
실손보험의 역사와 한계
1960년대까지는 공적 의료보험 제도가 마련되기 전이기에 개인의 의료비
부담이 컸고, 이에 일부 민간보험사에서 제한적으로 실손보험과 유사한 형태의 보험 상품을 제공하였다. 이후 1977년부터는 의료보험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의무화되면서 실손보험의
필요성은 상대적으로 줄었지만, 의료보험이 보장하는 급여 항목이 제한적이라는 점 때문에 보완적 기능을
하는 실손보험이 도입될 여지는 여전히 있었다.
1990년대 들어서 경제 성장과 함께 보험산업이 성장하면서 민간보험사들이
실손보험 상품을 확대해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2003년 8월에 보험업법이 개정되면서 생명보험회사와 손해보험회사 모두 실손보험을 취급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실손보험 시장의 확대와 다양한 상품 개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되었다. 여기에
더해 2009년 정부가 실손보험 상품을 표준화하여 관리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이후부터 실손보험 가입자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실손보험은 시기에 따라 보험상품이 1세대부터 4세대까지 나뉘어져 있다. 1세대 실손보험(2009년 이전~2013년)은
본인 부담금이 없거나 매우 낮게 설계되어, 과잉 의료 이용을 통한 과다 보험금 청구가 발생하는 등 이용자의
도덕적 해이를 제어할 수단이 없다는 점이 문제가 되었다. 이에 2세대
실손보험(2013년~2017년)에서는 본인 부담금을 10~20% 수준으로 설정하면서 일부 과잉 의료
이용 억제 효과가 있었으나, 여전히 도덕적 해이 문제는 있었고, 보험사의
손해율도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보험사들은 3세대 실손보험(2017년~2021년)부터는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제, MRI 등 비급여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하여 가입하도록 변경하였고, 이 시기에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인해 건강보험 급여항목이 강화되면서 실손보험 청구 비율이 낮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보험사들은 자신들의 높은 손해율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4세대 실손보험(2021년~현재)을 통해서 비급여 진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차등 부과되는 방식을 도입하였다.
하지만 4세대 실손보험부터는 실손보험 도입의 취지가 무색하게 실질적인 보장이 축소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7. 실손보험
통제 정책의 문제점
실손보험은 대한민국에서 전 국민의 75% 이상이 가입할 정도로 보편적인
보험 상품이 되었지만, 최근 보험사의 손해율 문제 해결을 위해 보장 범위가 점점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초기 실손보험의 보장 범위가 비급여 의료에 국한되지 않고, 급여
의료의 본인 부담금까지 보장하도록 설계한 구조적 문제로 인해 연쇄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된다고 판단한 정부는 최근 실손보험 정책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정부는 실손보험이 의료비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는 논리를 내세워 보장 범위를 대폭 축소하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기존 1세대 및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보험사의 계약 재매입(보험사에 일정 금액을
받고 기존 계약을 해지하는 방식)을 유도하는 등의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실손보험은 건강보험과 달리 민간보험사가 운영하는 사적 계약의 영역이며,
이는 가입자의 자유로운 선택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이러한 계약을 강제로
변경하거나 축소시키려 시도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개인 재산권에 대한 침해에 해당하므로 위헌적 조치이다.
보장 범위를 비급여 의료 행위를 비롯한 제한적인 영역에만 국한하지 않고, 최대한
많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건강보험에 기생하는 형태로 설계된 대한민국 실손보험은 태생적으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는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와 국민의 의료 이용 행태를 제대로 예측하지도 않고, 당장 자신들의 이익에만 급급하여 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한 보험사들의 근시안적 이기심이 만든 결과이다. 그리고 해당 상품의 부작용에 대한 고려도 없이 정치적인 목적으로 보험사의 손을 들어주었던 정부 역시도 이 문제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따라서 보험사와 정부는 자신들의 잘못을 철저히 반성하면서 실손보험 통제라는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위헌적 정책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와 근본적인 의료 시스템 개혁을 통한 자발적인
실손보험 이용 행태 개선을 정책 방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8. 결론
모든 의료 행위를 정부가 통제할 수 있게 되면, 의료기관의 독립성과
자율성은 침해될 수밖에 없고, 정부는 보험 재정 안정화를 명목으로 추가적인 의료비 절감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하지만 저수가 체제하에서 비급여를 박탈당하여 자구책 마련의 방법이 없어진 의료기관들을 상대로
자행되는 정부의 과도한 통제는 결국, 의료기관 연쇄 도산 등을 통한 의료 시스템 붕괴를 촉발시키게 된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입게 된다. 정부와 일부 관변학자들은
비급여와 실손보험을 그대로 놔두는 것도 문제이고, 이를 통제하는 것도 문제라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항변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명은 왜곡된 현 시스템을 바꾸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에 불과하다. 즉,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바꾸면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은 1970년대 산업화 시대에 설계된 건강보험
체제를 유지하고 있기에, 변화하는 사회 현실에 맞추어 재설계가 필요하다. 의료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은 초기에는 효과적이었지만, 국민 소득
증가와 의료 서비스 수요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구조적 모순이 심화되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비급여 의료 통제 정책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의료 시장을 더욱 왜곡하고 의료 시스템 붕괴 가능성만 높이게 될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을 보다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인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건강보험은 단일 공보험 체제로 운영되며,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통해 모든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건강보험 체제 내에서 진료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구조는 지속
가능성이 낮으며, 건강보험 재정의 파탄은 필연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건강보험 체제를 다보험자 경쟁 체제로 전환하여, 의료기관이 다양한 보험자와 자유롭게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의료기관이 보다 창의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이 될 것이다. 또한
국민도 필수적인 의료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보장받는 범위에서 자신의 상황에 맞게 적정한 의료보험 상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다양한 보험 상품이 만들어지게 되어 의료 보험 시장의
비용과 시스템 혁신을 유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은 더 이상 현재의 방식으로 지속될 수 없다.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부는 근시안적인 의료 정책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의료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폐지, 건강보험
다보험자 경쟁 체제로의 전환, 국민 선택형 의료보험 도입, 건강보험
급여 항목의 합리적 조정 등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은 지속적인 재정 악화와 의료 서비스 질 저하의 악순환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본 연구소를 비롯한 의료계와 국민의 목소리를 반영하여 보다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의료
정책을 설계하고 의료 시스템을 개혁해 나가야 할 것이다.
2025년 2월 24일
바 른 의 료 연 구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