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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un Medicine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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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3.04 [보도자료] 정부가 발표한 의료사고 안전망 대책의 문제점 분석 및 해외 사례 고찰을 통한 올바른 방향 제언

관리자 2025-03-04 09:59:26 조회수 131

[바른의료연구소 보도자료]

정부가 발표한 의료사고 안전망 대책의

문제점 분석 및 해외 사례 고찰을 통한 올바른 방향 제언

 

 

1. 서론

 

현재 대한민국에서 환자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의사들의 기피 현상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의사들이 해당 분야를 기피하는 이유로는 낮은 경제적 보상, 높은 업무 강도 등의 원인도 있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높은 사법 리스크 때문이다. 해외와는 다르게 대한민국은 의료 과오에 의한 분쟁 발생 시 의료진들에게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아주 쉽게 적용하여 형사처벌 결정을 내리고, 특별한 잘못이 없어도 의료진 및 의료기관들에 막대한 배상책임을 지게 하는 판결이 흔하게 내려진다. 사명감을 가지고 낮은 경제적 보상과 높은 업무 강도도 견뎌내겠다는 각오를 한 의사라고 하더라도, 감옥에 가거나 파산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공포감까지 이겨 내기는 어렵기에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필수의료 인력의 이탈을 방지하고 의료사고 발생 시 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발표하였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들은 대표적으로 의료사고 배상보험공제체계 개선,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설치, 사법적 보호 체계 구축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책들이 실제 필수의료 인력의 이탈을 방지하고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본 연구소)에서는 정부의 의료사고 안전망 대책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외 사례와 비교하여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의료 분야의 업무적 특수성을 고려한 처벌기준 재고의 필요성

 

의료 행위는 대부분 이미 환자가 통증이나 불편감을 느끼는 상태에서 의료기관을 방문하여 이루어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처음부터 생명의 위협을 받는 환자를 대상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의료 행위를 마치 심각하게 손상된 정밀 기계를 수리하는 것에 빗대는 경우도 있지만, 인체는 기계보다 훨씬 복잡하고 예측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의료 행위의 결과가 나쁘다고 해서 이것이 무조건 의료진의 과실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환자 상태가 악화되는 대부분의 경우는 환자의 기존 상태에 기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특히 고위험 환자의 경우, 모든 변수를 예측하고 완벽하게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의료진의 주의 의무 이행을 평가할 때는 이러한 의료 행위의 본질적인 불확실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의료사고에서는 의료진의 행위와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동일한 약제나 치료법을 적용해도 사람마다 나타나는 반응이 다르고, 경우에 따라서는 원인불명의 이상반응이 나타나 생명이 위급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는 의료 행위의 결과가 환자 상태, 병원 환경, 의료진의 업무 패턴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것이며, 단일 원인을 특정하는 것이 어려운 의료사고의 특수성을 보여준다. 이에 사고의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의료업에서의 과실은 다른 업종의 과실과 구별되어야 한다. 따라서 의료인에 대한 형사책임 적용 기준은 이러한 특수성을 반영하여 보다 신중히 설정되어야 한다.

 

의료 행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의료사고에 대해서 일반적인 업무상과실치사상죄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대신의료인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환자에게 심각한 위해가 발생했음이 명확히 입증된 경우에 한하여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옳으며, 이러한 기준이 바로 해외 선진국들이 의료사고 관련 사건을 다룰 때 적용하는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이다.

 

 

3. 정부의 형사처벌 완화 대책의 실효성 부족 문제와 강한 반대 여론

 

정부는 필수의료 인력의 이탈을 방지하고 의료사고 발생 시 법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의료사고 형사처벌 면제 또는 경감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법적 위험을 근본적으로 제거하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감면 조치는죄가 있지만 처벌을 줄여준다는 의미로, 여전히 의료진이 법적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료진들의 불안을 해소시키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법조계 및 시민단체는 다른 법률과의 형평성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법적 관점에서 해당 법안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업무상과실치사상죄가 다른 직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의료진에게만 예외를 두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살리기 위한 과정이며, 대한민국에서 건강보험 진료는 국가가 의료기관들에 법을 통해 강제하고 있는 일종의 공적 업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에 의료의 특수성도 감안되어야 하고, 경찰 및 소방관 등 공익을 위한 직업군에 대해 형사책임을 면제하는 사례처럼 의료 인력도 동일한 보호를 받을 필요가 있다. 형사법의 원칙에 따라 처벌은 고의적이거나 일반적인 의학적 기준으로 납득할 수 없는 중대한 과실이 있을 때만 이루어져야 하며, 고의성도 없고 중대하지 않은 과실까지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법의 본질과 맞지 않는다.

 

환자단체 등에서는 환자의 피해 보상을 고려할 때, 의료진의 형사책임 면제는 피해자의 권리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의 권리 보호는 형사처벌이 아닌 민사 배상을 통해 해결하는 것이 국제적인 추세이다. 이에 정부가 의료사고 배상 체계를 강화하면 환자의 실질적인 피해 보상이 더욱 신속하고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의료진에 대한 형사처벌이 면제되면, 의료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현재 필수의료 분야에서 형사처벌의 두려움으로 인해 의료진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으며, 이는 오히려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형사책임을 면제한다고 해서 의료진이 의료 행위를 소홀히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근거는 없으며, 오히려 공정하고 객관적인 의료 감정 시스템이 확립될 경우 의료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고의성 없는 의료사고에 대해서는 형사처벌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 법적 장치는 의료진을 보호하는 효과를 통해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환자들의 반발을 없애기 위해서는 환자가 국가 등으로부터 체계적인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면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합리적인 의견에 대한 고려는 전혀 하지 않고 무조건 반대만 하는 집단의 주장에 정부 정책이 따라가면, 문제 해결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4. 의료사고심의위원회의 내용과 문제점

 

의료사고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원회)는 정부가 의료사고 발생 시 신속하고 공정한 조사를 수행하고, 수사 및 기소 과정에서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의료 감정을 제공하기 위해 제안한 기구로서, 의료사고로 인해 형사 및 민사 소송이 제기되는 과정에서 의료진이 과도한 법적 부담을 지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의료사고심의위원회는 의료 사고 발생 시, 법조인, 의료전문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사건을 심사하여 과실 여부를 판단하는 의료사고 감정 기능을 수행하며, 의료 과오로 발생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결정할 때 의료사고심의위원회의 의견을 참고하도록 규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설치를 통해 의료사고 발생 시 무조건적인 형사처벌로 이어지던 구조에서 벗어나, 공정한 심의를 거쳐야만 형사 기소가 가능하도록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의료진이 불필요한 법적 부담에서 벗어나 필수의료 분야 종사를 기피하는 현상을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의료사고심의위원회 구성은 해외에서도 유사한 사례들을 찾아볼 수 있는데, 영국과 독일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즉각적인 형사처벌로 이어지지 않고, 독립적인 감정기관을 통해 판단한 후 민사적으로 해결하는 사례가 많다. 이에 정부 및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설치를 옹호하는 쪽에서는 대한민국도 국제적인 기준에 맞춰 의료사고 대응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와 환자단체에서는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의료진을 보호하는 방향으로만 작동하여 의료진에게 지나친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심의위원회의 구성 방식에 따라 의료계의 입장이 과도하게 반영될 경우, 환자의 권리가 침해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한, 검찰과 법조계 일부에서는 심의위원회가 기소권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며 역시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반대 의견들 이외에도 심의위원회가 정부 산하 기관으로 운영될 경우,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공정성 등이 담보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이에 심의위원회의 구성에 있어 의료계와 법조계 전문가들의 균형 있는 참여가 보장되어야 하고, 위원회 심의 과정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환자 측의 의견이 전문적인 판단에 관여할 수는 없겠지만, 환자 권익 보호의 측면에서는 충분히 고려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문제는 정부가 다양한 반대 의견들을 수용하여 심의위원회의 기능을 대폭 축소시키고, 단순히 수사기관에 참고자료를 제공하는 정도의 역할만 하게 한다면, 심의위원회는 실효성 없는 불필요한 기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공익적 측면을 강조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심의위원회 결정에 시민단체 및 환자단체 의견을 과도하게 반영하면, 심의위원회가 의료진들을 법적으로 더욱 옥죄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의료진의 소송 부담은 오히려 늘어나고, 오히려 소송 과정만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측면들을 고려했을 때, 의료진을 법적으로 보호할 장치가 부족한 상황에서 심의위원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5. 의료사고 배상보험 및 공제체계의 문제점과 한계

 

정부는 의료사고에 대한 대책으로 의료사고 배상보험 및 공제체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나, 의료계에서는 이러한 방안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의료사고 배상보험 및 공제체계가 의료사고 문제의 핵심적인 원인을 해결하지 못하며, 오히려 의료진에게 추가적인 부담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의료사고 배상보험의 기본 개념은 의료기관과 의료진이 보험료를 납부하고, 사고 발생 시 배상금을 지급받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필수의료 분야(산부인과, 외과, 응급의학과 등)의 의료진은 사고 위험이 높아 보험료 부담이 매우 크다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산부인과나 외과의 배상보험료는 연간 수백만 원에서 천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다. 이에 배상보험 가입이 더 필요한 의료사고 위험이 높은 과목일수록 보험료가 과중해지고, 특히 중소 병의원 및 개원의들은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어 가입율이 오히려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의료사고 배상보험은 민사적 배상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으며, 의료진의 형사책임을 면제하거나 경감하는 역할을 하지 못하는 문제도 있다. 현재 의료진이 의료사고 발생 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형사처벌 및 기소 위험이다. 그러나 배상보험은 환자 보상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의료진 보호 기능이 없다. 지난해 정부가 필수의료정책패키지를 발표할 때, 배상보험 및 공제체계에 형사적 책임 면제나 감경을 연계하는 계획이 포함되어 있었으나, 이는 강한 반발에 부딪혀 없던 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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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 배상보험을 통한 보상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보험사의 배상 승인 과정이 까다롭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있으며, 이는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일부 보험사들은 의료진에게 과실을 인정하도록 강요하는 방식으로 배상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어, 의료진의 법적 책임을 강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일부 국가에서 의료배상보험이 적용된 사례를 보면, 의료진이 보험사로부터 배상을 받기 위해 과실을 인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 형사소송에서 불리한 증거로 작용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의료사고 배상보험이 강화될 경우, 의료진이 부담해야 할 보험료가 증가하면서 결국 의료 서비스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한, 배상보험을 통해 환자 보상 절차가 자동화될 경우, 사실상 과실이 인정되는 모양새가 되어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이 의료진에게 더욱 강하게 부과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 환자 보상과 의료진 보호 사이의 균형이 부족한 상황에서 배상보험을 강화하게 되면, 오히려 의료진을 더욱 위축시키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결국 의료사고 배상보험 및 공제체계는 민사적 보상을 강화하는 데에는 유용할 수 있지만, 실질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배상보험 및 공제체계로는 형사처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보험료 부담이 높아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며, 보험사 중심의 배상 구조가 의료진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정부는 의료사고 배상보험 및 공제체계를 해결책으로 제시하기보다는, 형사처벌 배제 원칙 확립과 건강보험 진료 영역의 경우 정부 차원의 공적 배상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6. 해외 의료사고 안전망 사례와의 비교

 

미국에서는 의료진이 고의적이거나 극단적으로 부주의하지 않은 이상 의료사고에 대해 형사적으로 기소하지 않는다. 2022년 기준, 미국에서 의료과실로 기소된 사례는 연간 20건 미만이며, 이 중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5% 이하이다. 대부분의 의료과실 사건은 민사 배상 소송으로 처리되며, 배상 책임도 주로 의료배상보험을 통해 해결된다. 일본에서는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을 최소화하는 대신, ‘의료분쟁 조정위원회를 통해 의료분쟁을 해결하는 시스템을 운영한다. 2021년 기준, 일본에서 의료 과오 사건 중 형사 기소된 사례는 연간 30건 이내이며, 유죄 판결 비율은 7% 정도이다.

 

영국은 ‘NHS Resolution’라고 불리는 환자안전기구를 통해 의료사고 피해자를 신속히 보상하면서도 의료진이 형사적으로 처벌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달리 NHS Resolution은 배상제도를 운영하여 NHS 기관들이 일괄적으로 보험 형태로 의료사고를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의료기관별 개별 배상 책임이 크고, 분쟁 발생 시 조정중재원이 중재를 하지만 의료기관과 환자 간의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통해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영국 내에서 의료 과오로 기소된 사례는 50건 미만이며, 유죄 판결 비율은 3%에 불과하다.

 

독일에서는 의료 과오로 인한 형사소송보다는 의료 과오 조정위원회를 통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2020년 기준, 독일의 의료사고 관련 형사 기소율은 0.2% 수준이며, 유죄 판결 비율은 2% 미만이다. 프랑스 역시 의료책임을 독립적인 조정 기구에서 심사하며, 형사소송으로 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2019년 기준, 프랑스에서 의료과실로 인해 기소된 사례는 연간 15건 이하이며, 이 중 유죄 판결을 받은 사례는 5% 미만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대한민국의 의료사고 관련 기소율과 유죄율은 외국과 비교가 어려울 정도로 높다. 대한민국의 의사 수 대비 평균 기소율은 약 0.5%, 이는 의사 200명 중 1명이 형사 기소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형사 재판을 받은 의료인 중 약 21.7%가 유죄 판결을 받아 유죄 판결 비율도 높았다. 이렇듯 해외와 비교해서도 대한민국 의사들이 짊어져야 하는 사법 리스크는 너무 과도하다. 따라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깨닫고, 해외의 사례를 참고하여 국내에 적용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의료사고 안전망 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7. 대한민국 의료사고 안전망 대책의 올바른 방향

 

지금까지 정부나 국회에서 내놓았던 의료사고 안전망 정책이나 의료분야 사법 리스크 감소를 위한 대책들은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의료 행위는 아무런 개입이 없다면 악결과를 향할 수밖에 없는질병을 가진 환자를 구하기 위해서 의료진이 개입하는 것이기에 기본적으로 선함이 전제된 행위이다. 해외에서는 의료 행위가 가지는 이러한 본질적인 선함을 받아들이는 선에서 대책이 만들어지지만, 대한민국은 이러한 의료의 특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대책을 만들어왔다. 또한, 지금까지의 대책들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통해 건강보험 진료가 모든 의료기관에 강제되고 있고, 이를 통해 사실상 민간 의료기관도 공적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대한민국만의 독특한 현실도 반영하지 않았다는 문제도 있다.

 

의료진의 사법 리스크를 낮추어 몰락의 길을 걷고 있는 대한민국 의료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생각해왔던 의료에 대한 생각의 틀을 완전히 바꾼 상태에서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에 고의에 의하지 않은 의료 행위로 발생한 의료 과오는 형사처벌 하지 않도록 하고, 건강보험 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분쟁에 대한 배상 책임은 국가가 지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건강보험 진료 이외의 경우에 발생한 의료분쟁의 민사적 책임에 대해서는 개별적 또는 의사회 차원의 배상보험 및 공제체계를 통해 배상하도록 지원하는 방향이 합당하다.

 

고의에 의하지 않은 의료 과오로 인한 사고를 처벌하지 않기 위해서는 의료 행위 중 발생한 과실치사상죄에 대한 특례를 규정하고, 고의성이 없고 합리적인 표준 진료를 따랐을 경우에는 의료 과오로 인한 형사 책임을 묻지 않는 법적 면책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 검찰의 의료 관련 사건 기소 기준을 강화하여, 중대한 과실 또는 고의적 행위가 아닌 경우 불기소를 원칙으로 해야 하고, 독립성과 공정성이 담보된 의료사고 심의위원회를 설치하여 검찰 기소 전 의료사고의 법적 책임 여부를 독립적으로 심사하도록 조정하는 방법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앞서 밝혔듯이 대한민국에서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를 통해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진료를 의무적으로 수행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는 민간 의료기관이라 하더라도 법적으로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역할을 부여받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정부는 건강보험 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의료진과 의료기관에 떠넘기고 있으며, 이에 의료계는 건강보험 진료 중 발생한 의료사고 배상을 정부 또는 건강보험공단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무원이 공적 업무를 수행하다가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국가가 배상 책임을 지는 것처럼, 정부가 법적으로 강제한 건강보험 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해서도 국가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 국가배상책임제의 핵심 논리이다.

 

정부는 의료수가에 이미 배상 비용이 반영되어 있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정부가 수가에 위험도를 반영했다고 하는 근거로 사용하는 연구가 바로 2012년 연세대 의료법윤리학연구원의 「위험도 상대가치 개선을 위한 의료사고 비용조사 연구」이다. 하지만 이 연구는 의료 행위 각각의 위험도를 계측한 것이 아니라, 진료과별 및 종류별(수술, 진찰 등 5개 유형)로 위험도를 계측하여 집단 평균화해서 결과를 도출했다.

 

예컨대 신경외과의 뇌종양 절제술(상대위험도 7.5)과 경추추간판탈출증 수술(3.2)이 동일 과목으로 취급되며, 대학병원의 복합암수술과 1차 의원의 단순절개술이 동일 '외과 수술' 카테고리에 편입되는 식으로 계산한 것이다. 또한 대형병원과 1차 의원의 소송 규모 차이 등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이에 산부인과 분만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의 상대위험도 가치가 333.54(의원 기준)로 책정되어 실제 배상금(평균 5,000만 원) 대비 0.6%만 반영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함부로 수가에 위험도를 포함했다는 허언을 해서는 안 된다.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수가 자체가 원가에도 못 미치는 매우 낮은 수준으로 설계되어 있어, 의료진과 의료기관이 실제 부담해야 하는 배상 비용을 수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의료사고 발생 시 의료진과 의료기관이 부담하는 배상액은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까지 이르고 있으나, 건강보험 수가는 이에 비례하여 조정된 바가 없기도 하다. 수가에 배상 비용이 반영되었다면, 소송 위험이 높은 고위험 진료 분야의 수가는 매우 높게 책정되어야 맞겠지만, 현실은 오히려 고위험 의료와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가 더욱 낮다.

 

건강보험 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 사고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제가 도입되면 의료진이 필수의료 분야로 복귀할 동기부여가 가능해지며, 의료 시스템 전반의 안정화를 기대할 수 있다. 환자 입장에서도 의료사고 발생 시 정부가 책임을 지고 신속한 배상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현재는 의료진이나 의료기관이 개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배상 절차가 길어지고 법적 다툼이 심화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국가가 배상 책임을 맡게 되면 환자가 보다 신속하고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체계적인 시스템이 구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건강보험 진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분쟁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제가 도입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법을 개정하여 건강보험 진료 과정에서의 의료사고는 공적 배상 체계로 해결하도록 명문화해야 한다. 또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 및 의료사고보상법 제정 등을 통하여 의료분쟁 조정 및 배상 기준을 명확히 하기 위한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 또는 건강보험공단이 건강보험 진료에서 발생한 의료사고 배상을 직접 처리하는 보상 기금을 설치하고 운영해야 한다. 또한 건강보험 진료가 아닌 의료 행위로 인한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가 제 때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의료기관들이 의료배상보험에 더 많이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이를 촉진하기 위해 정부는 의료기관들에 추가적인 지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결국, 사법 리스크를 낮추고 필수의료를 포함한 대한민국 전체 의료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Global standard)를 따르는 사법, 행정, 입법 시스템의 변화가 필요하다. 고의에 의하지 않은 의료 과오로 인한 사고는 원칙적으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고, 민사적 해결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 독립적인 의료감정 기구 설치를 통해 사법기관과 독립된 전문가 그룹이 의료사고 감정을 수행하도록 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보장해야 한다. 분쟁 조정제도를 개선하고, 건강보험 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제를 통해 의료진과 환자 모두가 안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개정과 조치가 이루어질 경우, 의료진의 불필요한 형사처벌을 방지하고 필수의료 분야를 보호하면서도, 환자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는 균형 잡힌 의료사고 대응 체계가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정부나 국회의 대책이 고의에 의하지 않은 의료 과오를 형사처벌 하는 방향이 아니라 감경 또는 감안하는 수준이라면, 아무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 채 필수의료 기피 현상은 심화될 것이다. 그리고 건강보험 진료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제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피해를 구제해줄 의지가 없다는 뜻이므로, 국가가 모든 것을 관리하고 강제하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와 단일공보험 제도는 폐지되어야 마땅하다.

 

 

8. 결론

 

지난 해 2월 정부는 필수의료정책패키지를 발표하면서 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 의료사고 안전망 대책을 밝혔지만, 계획의 실효성과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이를 구체화시키기 위해 의료개혁특위 산하에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까지 구성하며 논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초기 계획들은 대부분 무산되었고, 이후 내놓는 대책들도 대부분 각계의 반발에 부딪히며 제도 현실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료계에서도 정부가 내놓는 대책들은 대부분 근본적인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거나, 오히려 의료진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본 연구소는 최근 정부가 제시한 의료사고 안전망 대책들을 분석해본 결과, 정부 대책으로는 필수의료 인력의 이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해외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의에 의하지 않는 의료사고는 불기소를 원칙으로 하도록 법 체계를 정비하고, 의료 분쟁은 합리적인 조정과 배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도록 건강보험 진료에 대한 국가배상책임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수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직면한 대한민국의 의료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해외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 전체가 의료 행위의 선의를 인정하는 선에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에 정부는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통해 의료진과 환자 모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의료사고 대응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본 연구소의 제언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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