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보도자료

Barun Medicine Institute

보도자료

25.03.12 [보도자료] 정부가 추진하는 지불제도 개편안의 문제점과 해외 사례 분석을 통한 올바른 방향 제언

관리자 2025-03-12 10:17:20 조회수 67

[바른의료연구소 보도자료]

정부가 추진하는 지불제도 개편안의 문제점과 해외 사례 분석을 통한 

올바른 방향 제언



1. 정부가 추진하는 지불제도 개편안의 문제점


(1) 서론


2024년 11월 20일 개최된 정부의 「제11차 의료개혁특위 필수의료·공정보상 전문위원회」에서는 바람직한 의료전달체계에 부합하는 보상지불체계 개선 방향과 지역 중심의 상생체계 확립을 위해서 의료 공급·이용 행태의 정상화를 유도할 수 있는 가치기반 지불제도로의 전환과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하지만 정부가 발표한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안은 현재의 왜곡된 시스템과 낮은 의료수가 수준을 유지한 채 지출 절감만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의료 행위량이 중심이던 기존의 행위별 수가제(Fee-For-Service, FFS)에서 가치를 중심으로 평가하여 비용을 지불하는 가치기반지불제(Value Based Payment, VBP)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도입하겠다고 밝힌 묶음지불제(Bundled Payment), 에피소드지불제, 성과기반지불제(Pay-for-Performance, P4P), 인구기반지불제, 책임의료조직(Accountable Care Organization, ACO) 등은 모두 가치기반지불제도에 포섭된다. 하지만 이러한 가치기반지불제는 먼저 도입된 해외에서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한국의 의료시스템이 외국과는 판이하게 다르고 한국의 의료수가가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저수가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불제도를 개편하여 비용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지불제도 개편안이 시행된다면, 의료현장의 혼란과 의료공급 체계의 붕괴는 가속화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본 연구소)는 정부가 추진하는 지불제도 개편안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외 사례를 통해 지불제도 개편안의 영향과 한계를 분석하고자 한다. 


(2) 저수가 구조 개선 없이 추진되는 지불제도 개편의 한계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 보강을 위해 수술 등 저수가 영역을 ‘원가’ 수준으로 보상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상식적으로 적정 가격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가'는 원가에 적정 이윤을 더해야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의 주요 수가는 OECD 국가에 비해 턱없이 낮다. 특히, 검사, 수술, 투약 등 의료서비스의 종류나 양에 관계없이 질병군별로 미리 정해진 금액을 지급하는 포괄수가제 수가를 외국의 수가와 비교해 보면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충수절제술 포괄수가제(DRG) 수가는 한국이 약 2,000달러로 미국(20,860달러)의 10% 수준에 불과하며, 제왕절개 DRG 수가 역시 1,769달러로 스위스(12,450달러)의 14.2%에 불과하다. 심지어 한국은 포괄수가에서 행위료(수술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68~71% 수준으로 OECD 평균인 82~85%보다 낮다. 포괄수가에서 행위료 비중이 낮은 것은 외국과 비교 시에 실제 수술 수가의 차이가 DRG 수가의 차이보다 더 크다는 의미이다. 


최근 건강보험 회계조사에 따르면, 수술·처치 행위의 원가보상률은 70% 남짓에 불과하여, 수술을 많이 할수록 의료기관들은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지금까지 수가협상 과정에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인상률을 제시했다고 주장하지만, 인상률은 대부분 물가상승률에도 훨씬 미치지 못하였다. 정부가 오랜 기간 저수가를 동결 또는 감축에 가깝게 유지해 왔기 때문에, 의료기관들은 필수의료 분야를 축소시킬 수밖에 없었고, 일자리가 줄어든 상황에서 사법 리스크까지 부각되면서 필수의료 분야의 인력 유출과 서비스 위축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실제로 정부도 한국의 의료수가가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저수가 체계이며, 비급여 수입 없이는 의료기관 운영이 어려운 현실임을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도 재정 투입 없이 기존 재정 내에서 수가를 조정하고자 지불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정부가 한 영역의 원가 보상을 위해 다른 영역 수가를 삭감하는 식의 제로섬 게임을 시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추가 재원 투입 없이 비급여는 통제하면서 원가 수준 보상만으로 수가 균형을 맞추려고 하면, 의료현장의 혼란과 부작용만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3) 새로운 지불제도의 무리한 도입으로 인한 의료 현장의 혼란과 의료 질 저하 문제


현재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진료에서 행위별 수가제를 적용하여, 개별 진료 행위 각각에 보상이 이루어지는 방식이다. 현재 거의 모든 의료시스템이 행위별 수가제에 기초하여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행위별 수가제를 없애고 새로운 지불제도로 전면 개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정부는 행위별 수가제를 점진적으로 대체하기 위해 성과기반지불제, 묶음지불제, 환자군별 지급(에피소드 지불), 책임의료조직(ACO) 모델 등의 가치기반지불제(VBP)를 확대 적용하려 애쓰고 있다.


문제는 한국은 초저수가를 유지한 채 행위별 수가제를 시행하고 있어, 의료행위가 감소하면 구조적으로 의료시스템의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성과지표 달성과 행위량 감소와 연동된 가치기반 지불제가 시행될 경우, 기존 행위별 수가제와 충돌하면서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료기관에서는 의료행위에 대한 평가지표를 맞추기 위해 환자 각각에 대한 맞춤 진료보다는 규격화된 진료 프로토콜을 우선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만성질환 관리 등에 성과지표 연동을 일부 시행한 결과, 의사의 상당수가 정부가 정한 지표에만 집중하게 되어 환자 진료에 왜곡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또한 가치기반지불제의 도입은 지표 보고와 관리에 따른 행정적 부담을 증가시키고, 성과가 나쁘거나 환자가 복잡할 경우 의료기관이 재정적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므로, 의료현장에서 고위험 환자와 중증 환자를 꺼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 시행된 여러 P4P 프로그램은 초기에는 일부 지표 개선을 보였으나 장기적으로 효과가 지속되지 않았고, 오히려 의료진에게 보고 업무 부담을 가중시켜 어려운 환자를 기피하려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행위별 수가제가 완전하지는 않지만, 이를 대체하려는 가치기반지불제 역시 의료의 질 향상보다는 비용 통제에 주 목적이 있는 제도라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이에 무리하게 가치기반지불제를 도입하여, 의료진이 환자 치료 과정에서 자율성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면. 환자들은 개별적으로 최적화된 의료 대신 평균적 지표에 맞춘 획일화된 의료를 받게 될 것이다. 결국 무리한 가치기반지불제로의 개편안 도입은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고, 그 피해는 전적으로 국민들이 입게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2. 해외 주요 지불제도 개편 사례와 문제점


(1) 미국: 성과기반지불제(P4P), 묶음지불제, ACO 도입 사례


미국은 의료비 급증 문제를 해결하고 의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지불제도를 도입한 대표적인 나라이다. 우선, 2000년대 중반부터 메디케어를 중심으로 성과기반지불제(P4P)를 도입하여 의료서비스의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나 페널티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2015년에는 의료보험 개혁법(MACRA)에 따라 기존의 여러 P4P 프로그램을 통합한 MIPS(Merit-based Incentive Payment System)가 시행되어, 의사의 질적 성과와 자원 활용 효율성을 종합 점수로 평가해 보상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MIPS는 진료 질(임상치료, 환자안전, 환자경험 등) 지표와 비용 지표, 전자의무기록 활용도 등을 평가하여 점수에 따라 보상조정을 하는데, 취지는 가치 높은 진료에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 내 평가를 보면, 이러한 P4P만으로 환자 임상지표의 뚜렷한 개선이나 의료비 절감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예를 들어 일차의료 영역의 예방·만성질환 관리를 강화한 초창기 P4P 사업들은 일부 프로세스에서 향상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자 효과가 점차 줄어들거나 지속되지 못했다.


의료진이 성과지표 보고에 적응하면서 처음에는 개선이 나타나지만, 관리가 가능한 지표만 향상되고 그 외 본질적 건강 결과에는 변화가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또한 의사 입장에서 MIPS 등 P4P는 행정 업무와 IT투자 부담이 크고, 상대적으로 환자 상태가 복잡한 경우 보상에 불리하기 때문에 프로그램 참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실제 미국에서도 P4P 도입 초기의 기대만큼 의료 질의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자, 보상 규모를 확대하거나 지표를 수정하는 등의 보완이 지속되어 왔다.


한편, 미국에서는 특정 질환이나 시술 단위를 묶어 일괄 비용을 지불하는 묶음지불제(Bundled Payment)도 도입했다. 메디케어의 BPCI (Bundled Payments for Care Improvement) 시범사업이 대표적으로, 이는 입원부터 퇴원 후 일정 기간까지 발생하는 모든 진료비를 하나로 묶어 90일을 기준으로 정액을 지급하는 모델이다. 2018년부터는 BPCI-Advanced로 발전시켜 외래까지 포함하는 에피소드 묶음지불을 시행했는데, 이는 자발적 참여와 사후 정산(후향적 지불) 방식으로 운영되었다.


BPCI 도입에 대한 평가 결과는 복합적이었다. 긍정적으로는 기존 행위별 청구를 묶음으로 대체해 진료 패턴을 표준화하고 불필요한 서비스 중복을 줄였다는 평가가 있었으나, 의료비 총액 절감이나 환자의 건강결과 개선 측면에서는 뚜렷한 효과가 없었다고 보고되었다. 특히 여러 질환을 동반한 복합·중증 환자에서는 효과가 미미하여, 묶음지불이 간단한 케이스 외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편, 묶음지불의 부작용으로 환자를 가려서 받는 현상이 우려되었는데, 정해진 일괄지급금액 내에서 진료를 해야 하다 보니 예산을 초과할 위험이 큰 고위험 환자를 기피하거나, 반대로 묶음 단위를 늘려 수입을 유지하려는 행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미국의 일부 연구에서는 실제로 예후가 나쁜 환자를 제외하는 역선택 가능성이 지적되었고, 여러 종류의 제공자가 얽히는 묶음지불의 운영상 복잡성도 문제로 제기되었다.


또 다른 미국의 지불제도 개편 도입 사례는 책임의료조직(ACO)의 도입이다. ACO는 병원, 의사 등 의료 제공자들이 하나의 조직으로 묶여 특정 인구 집단의 토털 케어를 책임지는 모델이다. 주로 메디케어에서 도입되어 일정 지역 노인의 의료비 총액을 목표치 이하로 유지하면서 질적 지표를 충족하면, 절감된 비용을 의료진과 공유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지불제도이다. 이러한 방식은 인구기반지불제로 볼 수 있는데, 특정 지역이나 집단을 대상으로 한 총액계약제로 볼 수도 있다.


ACO에 대한 미국 내 평가 결과는 다소 엇갈리지만, 전반적으로는 좋지 못한 편이다. 일부 선도적인 ACO에서는 의료비 증가율을 낮추고 당뇨관리 등 질적 지표를 개선했다는 보고도 있으나, 전체적인 비용 절감과 임상 지표 개선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보고되었다. 병원 기반 ACO의 경우, 비용절감 효과가 거의 없었다는 분석도 있는 등 초기 기대만큼 혁신적인 결과를 내진 못했다. 그 원인으로는 미국처럼 민간보험이 다원화된 환경에서 ACO의 한계가 있다는 점, 환자 이동을 강제하기 어려워 인구집단 관리에 제약이 있다는 점 등이 꼽힌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여러 지불제도 개편 시도들은 부분적으로 성과가 있는 경우도 있지만, 의료비 통제와 의료의 질 향상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는 의료제도와 시스템이 미국과는 완전히 다른 한국이 미국의 제도를 그대로 들여올 경우, 비슷하거나 더욱 심한 부작용에 노출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2) 영국: NHS의 QOF 성과보상제와 기타 사례


영국은 국가보건서비스(NHS) 체계 하에서 일차의료를 강화하고 비용효율을 높이기 위해 성과보상제와 묶음지불제를 일부 도입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은 2004년부터 시행된 일차의료 질과 성과 프레임워크(QOF)이다. QOF는 전국 모든 일반의(GP) 의원을 대상으로 임상의 질과 환자관리 성과를 평가해 매년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대규모 P4P 프로그램이다. 영국의 GP들은 환자 등록(capitation)과 기본공급자 계약에 따른 고정급을 받으면서, 추가로 QOF 점수에 따라 성과급을 받게 된다.


QOF 도입 이후 초기 몇 년간 환자들의 생활습관 개선이나 만성질환 지표 향상(예: 혈압 조절)과 같은 긍정적 변화가 보고되었다. 특히 의료진에게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금연상담 실시율, 혈압·당뇨 수치 관리 등이 향상되어, 일차의료의 예방적 기능을 강화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는 시간이 지날수록 둔화되었다. 한 연구에 따르면 QOF 시행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는 초기의 건강지표 개선 효과가 지속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었다.


대부분의 의원이 금세 높은 점수를 받게 되고, 전국 97% 이상의 의원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점차 성과급이 당연시되는 새로운 기본소득화 현상이 나타났다. 결국 성과에 따른 변별력이 떨어지고, 보상의 효용성이 낮아진 것이다. 또한 QOF 지표에 포함된 질병 관리에 의료진의 관심이 쏠리다 보니, 지표에 없는 영역이나 환자 개별 상황에 대한 세심한 진료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최근 NHS는 병원들이 혼합지불제도(Blended Payment)를 도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혼합지불은 일정 수준의 고정예산(블록)을 병원에 보장하면서, 그 외 진료 활동량에 따라 변동지불을 결합한 모델이다. 이를 통해 순수 행위별 수가제에서 발생하는 과잉진료 유인을 억제하고, 동시에 병원의 안정적 운영에 필요한 기본 재원을 확보해주려는 것이다. 영국 NHS 병원들은 과거 포괄수가제(DRG) 유형 지불제를 적용 받고 있었는데, 이러한 시스템이 지나치게 지역 병원의 재정 악화를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에 최근엔 전체 예산의 일부는 고정 지불하고, 나머지만 성과·활동에 연동하는 부분 포괄 혼합모델로 개편하여, 효율성과 안정성의 균형을 모색하고 있다.


영국의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이러한 지불제도 개선이 대체로 충분한 재정 지원과 함께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QOF 도입 당시 영국 정부는 일차의료에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여 GP(일반의)들의 수입을 평균 20% 이상 인상하는 파격적 지원을 했고, 혼합지불 도입도 각 지역 보건당국과 병원의 협의를 거쳐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결국 영국에서는 공급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인센티브 수준과 기반 재정 확충을 병행함으로써, 지불제도 개편의 충격을 완화하고 성과를 유도하고 있다는 점이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3) 독일: 포괄수가제(DRG) 도입 및 만성질환 관리 개편 사례


2000년대 초반에 독일은 병원 재정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포괄수가제(DRG)를 도입한 대표적인 국가이다. 2003년부터 연방 보건당국은 전국 병원 입원 환자를 진단군별로 묶어 정액을 지급하는 DRG 시스템을 시행하여, 병원들이 진료비용을 사전에 예측하고 평균적인 진료행태를 따르도록 유도하였다. DRG 도입 후 독일 병원에서는 평균 재원일수가 크게 단축되고, 같은 질환에 대해 병원 간 비용 편차가 줄어드는 등 비용효율화에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부작용도 나타났다. 일정 금액만 지급되다 보니 병원은 수익을 맞추기 위해 진료량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려는 유인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증도 상향청구(업코딩)나, 상대적으로 경증인 환자 선호 현상이 보고되었다. 반대로 복잡하고 중증도가 높은 환자는 손해가 될 수 있으므로, 이런 환자를 기피하는 행태가 나타나 치료가 더 필요한 환자가 더 치료받지 못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 또한 한정된 지급액 내에서 수지를 맞추려다 보니 과소 치료나 조기 퇴원 후 재입원율 증가 등의 질 저하 가능성도 지적되었다. 실제 RAND 연구 등에서 DRG 도입 초기에 미국 메디케어 환자의 재입원율 증대가 관찰된 바 있으며, 독일도 이를 경계하여 DRG 체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왔다.


독일 의사들은 DRG로 인해 진료의 자율성이 제한되고 새로운 의료기술 도입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 정부가 비용 효율을 이유로 일률적인 지불방식을 강요하면, 의사는 환자 개개인에 최적화된 진료보다는 평균적 진료를 하게 되고, 혁신적인 치료를 시도할 동기가 약화된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러한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독일은 DRG 체계를 설계할 때 의사단체와 병원협회가 협의해 매년 상대값과 점수를 재조정하고, 중증환자 가산 등의 보완책을 마련했다. 또한 외래 진료 분야는 여전히 행위별 수가제에 예산총액을 연동하는 방식을 병행하여(연방 차원에서 의사협회와 보험자 간의 진료비 총액을 계약) 급격한 수입 변동을 막고 있다.


한편, 만성질환 관리 측면에서 독일은 2002년부터 질병관리프로그램(DMP)을 도입한 바 있다. 이는 1차의료 의사가 등록 환자의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지속 관리하면 보험자가 별도 수가를 지원하는 제도로, 환자는 규칙적으로 교육·관리를 받고 의사는 표준화된 치료지침에 따라 관리 실적을 보고하게 되어 있다. DMP 도입 이후 당뇨병 환자의 합병증 관리 지표가 개선되고, 질환 악화로 인한 입원률이 감소하는 등의 긍정적 성과가 보고되었다. 다만 이 역시 관리대상 환자를 선별하는 비용이 들고 행정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있어, 현재까지도 꾸준히 개선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독일 사례의 핵심 교훈은 지불제도 개편이 의료공급자의 충분한 동의와 보완장치 하에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DRG나 DMP 모두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한 것이 아니고, 의사협회·보험자와 협상을 거쳐 단계적으로 도입하였고, 시행 후에도 재정을 투입하여 부족한 부분을 메워가면서 안정화를 도모했다. 이는 현재 의료계와는 아무런 협의나 대화 없이 일방적으로 지불제도 개편을 추진하는 한국 정부의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에 정부는 독일의 사례를 참고하여 의료계와 충분한 협의와 대화를 통해 지불제도와 관련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4) 네덜란드: 일차의료 중심 만성질환 통합관리 및 지불제도 개편


네덜란드는 강력한 일차의료와 민간보험 기반의 의료체계를 바탕으로 만성질환 통합관리에 초점을 맞춘 지불제도 개편을 시행하고 있다. 2007년경부터 네덜란드는 당뇨병,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심장질환 등 만성질환에 대해 케어그룹(care group)이라는 일차의료 제공자 연합을 구성하고, 이들에게 질병별 묶음지불(bundled payment)을 제공하는 모델을 도입했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 1인의 1년간 관리에 필요한 의사 진료, 영양상담, 검사 등을 모두 포괄하여 1인당 정액을 지불하면, 케어그룹이 그 예산 안에서 팀을 꾸려 환자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케어그룹을 통한 묶음지불로 개별 서비스별 청구에 따른 과잉진료를 억제하고, 의료 제공자들 간 협진을 촉진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그러나 네덜란드 Menzis 보험사의 공유절감 프로그램(shared savings) 평가에 따르면, 일차의료 차원에서 이러한 인구기반 관리를 도입한 결과, 일부 지표에서는 개선이 있었지만 다른 지표는 악화되는 등 혼재된 결과가 나타났다. 예를 들어 만성질환 환자의 발병 억제나 합병증 관리 지표는 좋아졌으나, 비용 면에서는 유의미한 절감이 없거나 오히려 특정 환자군에서는 진료 이용이 줄어 적절한 치료 기회를 놓치는 부정적 사례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통합적 만성질환 관리를 위한 지불제도를 설계할 때, 단순히 묶어서 준다고 자동으로 효율이 오르는 것은 아님을 시사한다.


한편 네덜란드는 민간 다보험자 체계이지만 정부가 보험사들을 규제·감독하여 표준화된 패키지를 제공하게 하고, 보험사-병원 간에 진료비를 계약제로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는 질 높은 병원을 선별 계약하려는 시장경쟁 압력을 받으며, 병원들은 비용 효율을 높여 계약을 따내려는 인센티브가 생긴다. 네덜란드 일부 보험사는 특정 만성질환 케어 개선을 위해 의사들에게 절감액을 공유해주는 실험도 했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결국 네덜란드의 지불제도 개편은 비교적 강한 일차의료 인프라를 기반으로 이루어졌고, 민간보험과 공급자가 자율적으로 협상하며 실행된 것이 특징이다. 한국처럼 정부의 통제를 받는 건강보험공단이라는 단일보험자가 강력한 통제 권한을 쥔 시스템과는 다른 환경이어서, 네덜란드 모델을 한국에 이식할 계획이라면, 제도적 차이점과 이에 의한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5) 해외의 지불제도 사례를 통해 본 한국 지불제도 개편의 고려점


지금까지 살펴본 해외 지불제도 개편 사례들은 각 나라마다 장단점을 보였다. 미국의 ACO나 P4P, 영국의 QOF, 독일의 DRG, 네덜란드의 만성질환 묶음관리 등은 일부 긍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한계와 부작용이 존재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한 국가에서는 효과적이었던 제도도 다른 나라의 의료 환경에서는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각국의 제도 도입 배경에는 그 나라만의 의료전달체계, 재원 구조, 문화적 요소가 반영되어 있다. 영국처럼 일차의료 의사가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체계에서는 QOF 같은 방식이 가능했지만, 한국은 누구나 언제든 대형병원에 갈 수 있는 개방형 접근 구조이므로 동일한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다. 또 독일은 DRG 도입 당시 정부가 의료계와 충분히 협의하고 기존 수가체계와 병행하면서 추진했지만, 정부가 의료공급자에 대한 신뢰와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할 경우 큰 반발과 혼란이 불가피하다.


최근 대한의사협회 조사에서 의사들의 90.5%가 정부의 성과 및 가치기반지불제 개편안이 의료의 질 향상이나 비용 절감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과반수 이상(58.3%)의 의사는 미국식 ACO 모델을 한국에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을 정도로 정부의 지불제도 개편안에 대한 의료현장의 불신감은 아주 큰 상황이다. 이는 현재 논의되는 개편안이 한국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고, 의료계와의 소통 부족으로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해외 사례들은 대체로 지불제도 개편과 함께 의료재정 확충, 전달체계 정비, 의료진 참여 유도책 등이 패키지로 시행되었다. 반면 한국 정부처럼 재정 투자 없이 제도만 바꾸려 하거나, 의료이용 행태나 전달체계 개선 없이 지불제도만 바꾸면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 결국 해외 사례가 주는 교훈을 정리하면, 지불제도 개편은 전체 보건의료시스템 개선의 한 요소로 종합적으로 다루어져야 하며, 의료계와의 협력과 대화를 전제로 한국 실정에 맞게 치밀한 설계와 단계적 실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 한국 의료 현실에 맞는 지불제도 개편의 전제 조건과 올바른 방향


(1) 지불제도 개편을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한국 의료시스템 구조 변화


해외의 지불제도를 한국에 도입하기 어려운 가장 핵심적인 이유는 바로 자유민주주의 국가로서는 유례없는 국가 중심으로 통제된 의료시스템 때문이다. 영국의 NHS처럼 국가가 모든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아니고, 사회보험 형태를 취하면서도 민간의료기관까지 국가가 통제할 수 있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와 단일공보험제로 대표되는 통제된 국가 주도형 의료시스템을 운영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국가가 운영하고 관리하는 공공의료 및 공보험의 영역과 민간이 운영하고 관리하는 민간의료 및 민간보험의 영역이 존재하고, 이들이 서로 다양한 계약 관계를 통해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이와 동시에 국민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의료시스템이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유지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기본적으로 해외에서는 공급자와 국가 및 보험자가 서로 계약이라는 관계를 통해서 맺어지기 때문에 대화와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계약, 대화, 협의 등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새로운 지불제도가 도입되거나 보완되는 것이 해외에서는 보편적인 상식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런데 현재 국가가 민간의료기관까지 법으로 통제할 수 있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라는 사실상 정부의 어용 기구에 불과한 조직의 의결을 통해서 모든 의료정책을 정부가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한국에 해외의 지불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과 다름없다. 따라서 정부가 해외에서 도입되었던 지불제도를 국내에 도입할 생각이 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지금의 통제된 국가 주도형 의료시스템을 바꾸는 일이다.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와 단일공보험제를 폐지하여, 다 보험자 경쟁체제와 보험자와 의료기관 간 자유 계약제를 도입해야 한다. 국민에게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는 제공되어야 하기 때문에, 네덜란드처럼 국가가 필수적인 의료서비스 분야는 관리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에서 국민이 자유롭게 의료 보험 상품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런 시스템이 구축된 상황이 되어서야 비로소 다양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지불제도를 도입하고 보완해 나가는 일이 한국에서 가능해질 것이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2) OECD 평균 수준으로의 의료수가 정상화 및 재정 확충


현재의 건강보험 제도 하에서 지불제도 개편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의료수가의 적정 수준 보장이 전제되어야 한다. 한국의 의료수가가 OECD 타 국가들과 비교하여 지나치게 낮다는 것은 다양한 통계자료를 통해 이미 여러 차례 밝혀졌다. 이런 상황에서 원가 수준에도 훨씬 못 미치는 보상만으로는 정상적인 의료기관 운영이 어렵고, 저수가가 방치된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지불제도 개편은 부작용만 양산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정부는 최소한 OECD 평균 수준으로 의료수가를 정상화하는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정상적인 의료수가를 일시에 달성하기에는 건강보험 및 국가 재정상 무리가 따르므로, 단계적으로 수가를 정상화하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매년 물가상승률을 크게 상회하는 수가 인상률을 명문화하고, 필수의료 분야에 별도 재정을 우선적으로 배정하여 의료진의 이탈을 막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낮은 수가의 대명사인 외과계 수술료 같은 경우는 1차적으로 원가의 2배 수준까지 즉시 인상하고, 이후 장기간에 걸쳐 원가에 적정이윤을 반영한 수가로 끌어올려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추가로 필요한 재원은 건강보험 국고지원 확대 및 정부 재정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


(3) 의료이용 행태 개선을 위한 방안 마련 및 의료전달체계 구축


한국은 의료전달체계의 미비와 방임에 가까운 의료기관 이용의 자율성으로 인해 의료이용의 남용 및 비효율성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의료이용 행태를 개선하고 의료전달체계를 제대로 확립하지 않으면, 어떠한 지불제도를 도입해도 효과를 얻기가 어렵다. 그런데 문제는 국민들의 의료이용 행태를 강제로 개선시키는 일이 현실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다.


부산 시민이 서울의 빅5 병원에서 오전에 외래 진료를 받고나서, 저녁에 다시 부산에서 친구와의 약속 장소에 갈 수 있을 정도로 한국은 1일 생활권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한국의 모든 국민은 내가 원하는 병원이라면 전국 어디든 마음대로 갈 수 있는 환경에 익숙해져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로 타 지역에서 진료를 보지 못하게 하거나, 상급병원 이용 시 개인의 비용 부담을 너무 크게 해버리면, 국민적 반발이 강하게 유발되고 각종 부작용 및 편법이 난무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강제적인 정책을 정부가 사용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현실적으로 적용해볼 수 있는 방법 중 한 가지는 국민들의 의료에 대한 심리적인 비용 장벽을 높이는 방법이다. 구체적으로는 전체 의료비를 의료이용자가 의료기관에 선납부하고, 본인 부담금을 제외한 금액을 개별적으로 건강보험공단과 같은 보험자로부터 환급 받는 프랑스식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는 국민이 부담하는 비용에는 차이가 없지만, 초기에 부담하는 비용 규모를 올려 의료남용을 방지하는 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심사를 통해 경증질환임에도 상급 병원을 이용했거나 불필요하게 의료남용을 한 정황이 보인다면, 환급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의료이용 행태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의 의료이용 패턴이 더욱 합리적인 방향이 될 수 있고, 의료전달체계 확립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1차 의료기관이나 지역 의료기관 이용 시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을 도입해 볼 수도 있다. 1차 의료기관에서 입원이 필요 없는 경증질환 진료에 대한 서비스를 적절히 이용하고, 입원이 필요한 수준의 중증 질환 진료도 지역 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이용자에게는 비용적인 할인이나 추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더욱 도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러한 시스템을 더욱 공고히 하려면, 1차 의료기관을 국민들이 더욱 신뢰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육성해야 한다. 따라서 지금 정부의 정책 방향처럼 1차 의료기관을 단순히 진찰과 처방만 하는 영국식 GP와 같은 역할만 하도록 제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입원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전문의에 의한 전문진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1차 의료기관에서 다양한 전문의들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지역민들이 1차 의료기관을 믿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되어야만 2차 및 3차 의료기관에 집중되고 있는 경증환자 진료 비중을 자연스럽게 줄여 올바른 의료전달체계가 확립될 수 있다.


(4) 필수의료 육성 및 의료 질 제고를 위한 올바른 지불제도 방향


정부는 의료시스템 개혁 및 수가 정상화, 그리고 의료전달체계 개선을 전제로, 한국 실정에 부합하는 지불제도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해외에서 지불제도로 도입된 요소들을 우리 현실에 맞게 재조합하고 보완하는 과정도 필요할 것이다. 핵심 원칙은 필수의료를 보호하면서도 의료의 질 향상을 유도하고, 의료기관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면서 대화와 협의를 통해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행위별 수가제를 기본 골격으로 유지하되, 취약 분야의 동기 부여를 위해 성과보상(P4P)을 선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때 성과지표는 의료현장과의 합의를 거쳐 과도한 행정부담 없이 측정 가능한 지표로 선정하고, 절대평가를 통해 대부분 기관이 노력하면 받도록 설계한다. 즉 페널티보다는 인센티브 중심으로 운영하여 의료진의 사기를 진작하고 처벌적 요소를 최소화해야 한다. 또한 지표 달성이 어려운 중증환자 비율이 높은 기관에는 가산점을 주어, 성과평가로 인해 중증 환자를 회피하는 부작용을 차단해야 한다.


시장 논리만으로는 유지되기 힘들지만 국민건강에 필수적인 분야는 정부가 직접 지원하고 제공하는 지불제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민간의료기관에서 기피하고 있는 분만, 중증 소아진료, 취약지 응급의료, 고난이도 외과수술 등에 대해서는 공공의료기관이 전담해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하거나, 이러한 시스템 구축이 여의치 않아 민간에서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내용을 법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권의 변화나 정부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재정적 지원이 위협받을 수 있는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처럼 지불제도 개편을 일방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되고, 한국 실정에 맞는 지불제도 개편의 설계 및 시행의 전 과정에 걸쳐 의사협회를 중심으로 한 의료공급자 및 전문가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해외 사례를 보더라도 의료계의 이해와 지지가 없는 상태로 제도를 시행하면 현실성과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된다. 이에 정부는 지불제도 정책을 건정심에서 논의하고 결정할 것이 아니라 별도의 지불제도 협의기구를 만들어, 개편안의 목표 지표, 재정 투입 규모, 평가 방법 등을 의료계와 사전에 조율해야 한다.


현재 정부가 내놓는 지불제도 개편안에 대한 의료계 불신은 재정 계획이 부실하고, 재정 절감 이외에는 목표를 제대로 알기 힘들다는 점에서 비롯되었다. 이를 해소하려면 개편안의 세부 설계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면밀한 시범사업을 통해서 근거 축적과 수정 과정을 거치는 신중하고 정교한 정책 설계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지불제도 개편과 관련한 장기적인 재정 투입 계획을 의료계에 제시함으로써 신뢰를 쌓아야 한다. 또한 개편 시행 이후에도 모니터링 위원회 등을 통해 의료 현장의 애로 사항을 수렴하고, 유연하게 보완책을 마련하는 거버넌스 마련이 요구된다.


(5) 결론


한국에서 지불제도 개편을 하기 위해서는 앞서 밝혔듯이 통제된 국가 주도형 의료시스템을 혁파하고, 재정 기반 확충을 통한 수가 정상화와 국민의 의료이용 행태 개선을 포함한 의료전달체계 확립이 먼저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 실정에 맞는 지불제도 정책 마련을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적극적을 대화하고 협의해 나가는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지불제도 개편의 목적은 단순히 비율 절감에 그쳐서는 안 되고, 필수적인 의료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으면서도 의료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가 내놓는 개편안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해외의 지불제도 모형을 단순히 수입하는 행태는 지양하고, 우리 현실에 맞는 창의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 정부는 지불제도 개편을 위해 필수적인 이러한 준비는 전혀 하지 않고, 해외의 지불제도 모형을 무리하게 도입하려고만 하고 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의료계와의 대화는커녕 의료계를 적대시하면서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황당한 행태마저 보이고 있다. 철저한 준비와 대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이루어져도 성공 여부가 불확실한 지불제도 개편을 아무런 준비와 협의도 없이 지금처럼 밀어붙이면, 결국 의료의 질 저하와 의료 공급망의 붕괴는 피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이는 국민 건강에 악영향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이에 무리한 지불제도 개편으로 인한 파국을 막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정부는 본 연구소의 제언을 받아들여 올바른 방향으로 정책을 재수립해야 할 것이다.




2025년 3월 12일


바 른 의 료 연 구 소


http://barunmd.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