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un Medicine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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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의료연구소 입장문]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졸속으로 드러난 레켐비 허가 과정의 경위와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하고, 정부는
허가 과정에서의 특혜나 편법 여부 확인을 위해 식약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1. 서론
현대 사회에서 치매라는 질병이 가지는 위치는 가족 단위에서 해결하기에는
무리가 있고, 지역사회와 정부를 비롯한 다양한 계층이 함께 힘을 합쳐 이겨내야 하는 사회적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알츠하이머 치매는 지금까지도 완치할 수 있는 약이나 치료법이 없는 난치병이자
노인성 질환으로서 많은 환자와 환자 가족들을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이러한 사회적
무게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 세계 각국에서는 이를 치료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이나 신약을 개발중이다. 하지만 자칫 효과와 안전성이 확실하게 규명되지 않은 약이나 치료법임에도 환자와 환자 가족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하는 악질적인 행태가 늘어나고 있어 이 또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는 환자들의 절박함을 이용한 악질적인 행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치매 관련 신약이나 치료법을 허가하는 과정에서 특혜나 편법을 허용해서는 안 되고,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분석을 통해 이를 허가하는 과정을 거쳐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본 연구소)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에자이/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Leqembi, 성분명 lecanemab)를 허가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원칙과 행정 절차가 중대하게 훼손된 정황을 확인하였다. 이에 본 연구소는 이번 허가는 단순한 판단 오류가
아니라 국민 건강권을 담보로 제약사의 이해관계와 행정 편의에 손을 들어준 위험한 결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2. 과학 대신 ‘억지
해석’으로 가교시험을 면제해준 식약처
식약처는 한국인 하위그룹 분석에서 통계적 유의성이 확보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단지 “효과 경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교임상시험을 면제하였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레켐비는 2024년 5월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고, 11월 말에 비급여로 출시되어 현재 다수의 의료기관에서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신약이 해외에서 허가를 받았을지라도 국내에서 처방하기 위해서는
식약처 의약품평가부의 ‘가교자료 평가 가이드라인’에서
제시하는 절차에 따라 별도의 국내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는 외국 임상시험 자료의 국내 적용 평가를
위해 해당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이 민족 간 요인의 차이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교자료를 검토해 민족적 요인에 차이가 없음이 입증된 경우에는 가교시험이 면제되지만, 기존의 가교자료만으로는 외국 임상자료의 국내 적용이 어렵다고 판단한 경우 국내에서 새로운 가교시험을 실시해야
한다.
레켐비 3상 임상시험은
다국가 임상시험으로 전체 참가자 1,795명 중 아시아인은 303명이었으며, 그중 한국인이 130명 포함되어
있다. 전체군에서 임상 유효성 타당성 평가에서 18개월 후 CDR-SB 기준선으로부터의 변화에 대해 치료군과 위약군 사이에 평균 치료효과 차이가 -0.451(27.1%)로 통계적으로 매우 유의미하였다(p=0.00005). 하지만
한국인 대상 하위분석에서의 유효성은 치료 18개월 후 CDR-SB 점수
변화가 위약군 대비 -0.55(25.2%) 감소하여, 전체군 -0.451(27.1%)과 유사해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식약처는
이러한 근거로 별도의 가교시험은 실시하지 않았다.
가교자료 평가 가이드라인에는 다국가
임상시험 전체 결과를 한국인의 결과와 비교하고 통계분석을 하도록 명시돼 있다. 그런데 전체 유효성 평가에서는 통계적 의미를 구체적으로 기술했는데, 한국인
하위분석 평가에서는 통계적 의미(p값)를 제시하지 않았다. 전체군에서의 27.1%와 한국인에게서의 25.2%가 수치는 유사해 보일지라도 통계적
의미는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2024년 11월 한 학술대회에서
레켐비의 한국인 하위그룹 분석 결과가 공개됐다. CDR-SB 분석에 따르면, 전체군에서 위약군보다 치료군의 질병 진행 억제 효과가 27.1%
(p=0.00005) 개선됐으며, 한국인에서는 25.2%만큼의
차이를 보였다. 하지만 통계적 의미를 보인 전체군과 달리, 한국인의
경우에는 위약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다(p=0.16682).
결국 위의 가교자료만으로는 레켐비의 유효성이 민족적 요인에 차이가
없음을 입증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가교시험 면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이를 무시하고 별도의 가교시험을 요구하지 않고 국내 임상 사용을 허가해줬다. 이는 근거중심 의학의 기본 원칙을 위반한 것이며, 규제기관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과학 기준조차 포기한 잘못된 결정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레켐비는 고비용, 고위험, 사회적 파장이 큰 약물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한국인 대상에서 효과가 명확히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에게 투여를 허용한 것은 식약처의 직무유기라
할 수 있다.
결국, 한국인 하위그룹
분석에서 통계적 유의성이 확보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단지 “효과 경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가교임상시험을 면제하였다. 이로 인해 초기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인 레켐비는 2024년 5월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받고, 11월 말에 비급여로 출시되어 현재 다수의 의료기관에서 처방이 이뤄지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전진숙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식약처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국내 처방 건수가 이미 1만건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 올해
초부터는 처방량이 급증하면서 이상사례 보고 건수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제에서 흔히
나타나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ARIA)’도 다수 보고되었다.
결국 국내 환자들은 한국인을 대상으로 임상적 효능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채, 사망을 포함한 부작용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를 위한 허가인가? 국민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제약사를 위한 것인가?
3.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채 레켐비를 허가해 준 식약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식약처의 레켐비 수입 품목 허가가 중양약사심의위원회(이하 중앙약심위)조차 거치지 않은 채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중앙약심위는 약사법 등에 근거해 의약품의 안전성·유효성에 대한 조사·연구 및 평가에 관한 사항, 의약품 부작용 피해 구제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하는 자문 기구다. 하지만, 식약처는 의약품 품목
허가 시 중앙약심위 회의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는 이유를 들며 자문 절차를 생략하고 허가를 내줬다.
치매라는 사회적 질병으로까지 인식되는 질병에 대한 치료제를 허가하는
과정이라면, 설사 반드시 중앙약심위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다시 한 번 신중을 기하기
위해서라도 재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다른 신약의 허가 과정에서는 일반적으로
거치는 중앙약심위를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인 레켐비가 거치지 않고 허가를 받았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보아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는 의도적인 절차 회피인지,
비정상적 행정 관행인지, 특정 결과를 향해 맞추어진 결정이었는지, 명확히 규명되어야 한다. 사회적 파급력이 큰 신약은 전문가들의 다층적인
검증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핵심 안전장치가 통째로 생략된 채 허가가 강행되었다면, 이는 단순 행정절차 문제가 아니라 국민 신뢰를 배신한 심각한 직무태만이다.
4. 결론
앞서 살펴본 것과 마찬가지로 식약처의 레켐비 허가 과정은 납득되지
않는 부분들이 많다. 이에 일각에서는 절차와 과정의 생략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이유가 특혜나 편법을 눈감아주기
위한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식약처는 적극적으로
레켐비 허가 과정의 경위와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특히, 가교자료
분석 원자료 및 통계 검증 근거, 허가 과정 관련 내부 문서 전부, 그리고 ‘효과 경향’이라는 모호한 판단의 과학적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 또한,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로부터 검증을 받고 레켐비 허가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며, 허가 과정에서 절차를 생략한 책임자를 규명하고 처벌해야 마땅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문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레켐비 허가
과정에서의 특혜나 편법 여부 확인을 위해 식약처에 대한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또한, 고위험 신약의 허가 시 의무적으로 전문가 심의체계를 적용하고, 이해충돌
방지 장치를 강화하는 등 행정 투명성 확보를 위한 방안을 법제화해야 할 것이다.
국민을 대상으로 위험한 실험을 허용할 권한은 식약처에 없다. 알츠하이머 환자와 가족들은 이미 충분히 고통받고 있다. 근거가 불충분한
약을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행정은 비윤리적일 뿐
아니라 잔혹하기까지 한 행태다. 본 연구소는 이번 사안을 끝까지 추적하여 국회, 감사기관, 언론, 의료전문가, 시민사회와 함께 식약처의 부실하고 부당한 조처를 낱낱이 규명하고, 잘못된
부분들을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다.
2025년 12월 23일
바 른 의 료 연 구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