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un Medicine Institute
Barun Medicine Institute
[바른의료연구소 보도자료]
2025년 12월 23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보고 내용 분석 및 문제점
1. 서론
보건복지부가 2025년 12월 23일 배포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 회의 결과 보고는 건강보험 수가체계 개편을 위한 일련의 대책들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번 보도자료의 전반적인 내용과 정책 방향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정부는 의료비용 대비 수익 분석을 기반으로 이른바 ‘상시 상대가치점수 조정’을 추진하고, 과보상된 항목의 수가를 깎아 저보상 필수의료에 투입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또한 검체검사 위·수탁 체계 개편과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 등의 구조적 변화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일련의 정책들은 표면적으로는 의료서비스의 불균형 개선과 일차의료 강화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부 주도의 의료통제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대한민국 의료체계에 사회주의적 통제 요소를 더 강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의료 공급자의 자율성과
시장 기능을 저해하고 궁극적으로 의료의 질과 효율성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무엇보다 정책 추진 과정과 방향이 일방적이고 탑다운(top-down)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정부는 비용 분석 결과를 근거로 한 수가 조정을 기정사실화하면서 의료계와의
충분한 소통이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위로부터의 개혁은 현장의 저항과 무관심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는 이번 건정심 발표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책이 현장에 안착하려면 상향식 논의와 의료계 의견 수렴이 필수지만, 현재
추진되는 변화들은 의료계 전문가들의 우려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보도자료의 핵심 내용별로 그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짚어보고자 한다.
2. 의료비용 분석 표본 구성의 대표성 부족
정부는 2023 회계연도 의료비용 분석을 통해 각 행위별 비용 대비
수익률을 산출하고 이를 수가 조정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분석의 표본 구성과 대표성에 심각한
한계가 있어 보인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2023년 분석 대상
기관은 상급종합병원 6개, 종합병원 74개(신포괄수가제 참여), 의원급 88개소로 구성되었다. 먼저 종합병원의 경우 신포괄수가제를 시행 중인
병원들 포함 74개 병원만 포함되었는데, 이는 국내 다수의
민간 종합병원을 배제한 편향된 표본이다.
신포괄수가제 참여 병원은 국공립이나 특정 규모의 병원이 대부분이며, 민간
종합병원들은 상당수가 신포괄수가제를 시행하고 있지 않다. 그 결과 해당 표본은 전체 종합병원들의 평균적인
원가 구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복지부도 전년도(2022년) 분석은 신포괄 참여 종합병원만 대상으로 한 제한으로 인해
공개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렇듯 일부 참여기관에 편중된 자료로 산출된 결과를 두고 보편적 정책을
도출하는 것은 타당성이 부족하다. 민간 대형 종합병원의 비용 구조나 수익률이 배제됨으로써 왜곡이 발생할
소지가 있으며, 자칫 잘못된 진단으로 잘못된 처방을 내릴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의원급 의료기관 표본 88개소 역시 전체 의원 규모에 비해 턱없이
작은 표본에 불과해서 그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 전국에 수만 개에 이르는 의원급 의료기관 중 극히 일부분만을
표본으로 삼았고, 그마저도 어떤 전문과목과 규모별 분포인지 명확하지 않다. 의원급 의료기관은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피부과 등 전문의료과목에 따라 비용구조와 운영형태가 매우
이질적이다. 또한 1인 개원 의원과 수명의 의사가 근무하는
규모 큰 의원은 경영 여건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이러한 과별·규모별 차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평균치만을 제시하고 있다. 일례로 정부 분석에서는 고가 장비를 이용하는 영상검사의 수익률이 매우
높다고 하지만, 대다수 개원가 의원들은 CT나 MRI 같은 특수 장비를 보유하지 않아 영상검사 수익 자체가 없다. 따라서
영상검사의 “과잉 수익”이라는 문제제기는 주로 대형 병원에
해당하는 이야기이며, 이를 근거로 일률적인 수가 조정을 할 경우 상당수 의원에는 맞지 않는 옷을 입히는
격이 된다.
요약하면, 정부 의료비용 분석의 표본 편중으로 인해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되며, 특히 민간 종합병원의 배제로 인한 왜곡과 의원급의 이질성 미고려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불완전한 자료에 기반해 산출된 결과를 정책에 직접 반영하는 것은 위험하며, 분석 결과를 맹신하여 수가를 조정하기 전에 자료의 신뢰성과 대표성을 보완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3. 의료행위별 수익률 산출 결과의 신뢰성 논란
보도자료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행위별 수가 항목의 비용 대비 수익률 분석 결과이다. 정부는 상급종합병원 기준으로 몇몇 항목에서 매우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하였다. 예컨대 검체검사료는 192%, 방사선 특수영상진단료는 169%, 방사선치료료는 274%에 달하며 이는 병원이 들인 비용
대비 1.7~2.7배의 보상을 받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반면
기본진료료(진찰료 등)는
63% 수준에 불과하여 적자 구조임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수치는 기존의 원가분석 연구들과는
상당한 불일치를 보이기고 있기에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정부 발표에서 특정 검사·치료 항목은 원가 대비 훨씬 높은 수익률을
보이는 반면, 기본진료나 물리치료, 약국 조제 등의 항목은 100%를 크게 밑돌고 있다. 그러나 이전까지 알려진 분석에서는 이
정도의 극단적인 차이가 보고된 바 없다. 예를 들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공개된 의료비용분석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검체검사의 원가보전율은 약 160%, 영상검사는 144% 수준으로 나타났고, 과거 제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시 시행된 회계조사에서도 검체검사 135%, 영상검사 117.3% 등으로 원가 이상의 보상이긴 하지만 현재 발표보다 낮은 수치를 보인 바 있다.
즉, 기존 연구들도 진찰료 등 필수영역의 원가미만 보전과 검사영역의
상대적 과잉보상을 지적해온 것은 맞지만, 그 격차의 규모는 이번 정부 발표보다 작았다. 이번 분석에서 유독 검체검사료 192%, 방사선치료료 274% 등 이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산출된 것은 표본과 방법론의 차이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정책적 의도가 반영된 결과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의료계 일각에서는 이번 분석 설계에 대한 심각한 신뢰성 우려를 표명한다.
앞서 지적한 표본 문제도 영향을 미쳤겠지만, 더 큰 의문은 분석의 전제와 방법론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가 산정 방식, 공통비용 배분
기준, 감가상각 및 인건비 계상 등 세부 요소에 따라 수익률 산출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올해 분석 결과를 2026년 1분기에 보고서로 발간해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핵심
수치를 발표하고 정책 방향을 정해버린 상황이다. 이는 마치 결과를 먼저 정해두고 분석을 뒷받침 자료로
동원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상대가치점수의 대폭 삭감을 원하는 특정 항목(검사, 영상 등)에 대해 과도한 수익률을 보여주기 위해 분석 조건을 입맛에
맞게 한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상급종합병원은 규모의 경제로 검사 원가가 낮아 수익률이
높게 나올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전체 평균인 것처럼 발표하여 수가 삭감의 명분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정부는 이번 분석을 통해 곧바로 2026년부터 약 6천여 개 의과분야 수가항목에 대한 상시적 상대가치 조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과보상 항목은 낮추고 저보상 필수의료는 높이는 방향이라지만, 이러한 대대적인 수가 개편이
부정확한 표본을 통해서 얻어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계되고 있는 셈이다. 이는 통계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매우 위험한 접근 방식이다.
또한 세부 항목별로 보면, 정부 발표 수치 자체에도 의문이 있다. 예를 들어 방사선치료의 경우 274%라는 숫자는 이전 어느 분석에서도
제시된 바 없을 만큼 높은데, 만약 이 수치가 사실이라면 국내 방사선치료 수가체계에 심각한 불균형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과연 그 정도의 초과이익이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는지, 아니면 특정 원가 산정 방식이 초과이익을 부풀렸는지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
검체검사료 192%도 마찬가지로, 앞서 언급한
기존 자료들의 135~160%보다 훨씬 높아 동일한 검체검사임에도 불구하고 30%p 이상 차이가 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러한 신뢰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은 채 수가 조정이 추진된다면 정책의 정당성은 추락하고, 정책의 수용도 역시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의료행위별 비용 대비 수익률 분석 결과는 이전부터 제기된
문제였던 필수 영역 저보상과 일부 영역 과보상 현상을 재확인하기는 하였으나 그 수치 자체의 신뢰성이 낮기 때문에,
세부 수치의 적정성과 분석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해소해야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잘못된
데이터로 제대로 된 정책이 설계될 수 없다는 당연한 사실을 인지해야 하며, 정부가 이 결과를 성급히
수가 삭감의 근거로 삼아서는 절대로 안 될 것이다.
4.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안의 문제점
보건복지부는 이번 건정심을 통해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 및
질 관리 강화 방안을 의결했다. 그 핵심은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온 위탁검사관리료 제도를 손보기로 한
것이다. 현재는 병·의원이 환자 검체를 외부 수탁기관에 보내면, 고시에 따라 검사료 100%와 위탁검사관리료 10%를 별도로 청구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위탁의료기관이
검사료 전액을 청구한 후 수탁기관과 자율 정산하는 형태가 일반화되어 있어, 관리료의 취지가 퇴색되고
검사료 할인 경쟁 등의 문제를 낳고 있었다는 것이 정부의 진단이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다며
위탁검사관리료(10%)를 아예 폐지하고, 대신 검사료 내에
위탁기관 몫과 수탁기관 몫을 분리 신설하여 지급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검사료 청구·지급 방식을 개선하고, 위탁검사 질 관리를 강화하는 인증기준 개선, 환자안전사고 보고 의무화 등의 조치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개편이 재정 중립을 넘어서 의료기관에 상당한 수익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복지부도 인정했듯이 이번 조치로 위탁검사관리료 10%에 해당하는
재정 약 2,400억 원(2024년 기준)을 절감하게 되고, 이 재원을 진찰료 등 저보상 영역의 수가 인상에
전액 활용할 방침이다. 여기에 더해 상대가치점수 조정을 통해 검체검사 수가의 상당부분을 다시 진찰료
등 저보상 부분으로 재정이동 시킬 계획도 발표되었다. 다시 말해 검사료 전반을 삭감하여 그 돈으로 일부
진찰료를 올려주겠다는 것이다. 일차의료를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겉보기에는 진찰료 인상이라고 하지만, 재원은 추가 투입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의료계 내부의 재정 이동일 뿐이다. 이는
해당 검사료 수입에 의존하던 기관들에게는 직접적인 타격으로 다가온다. 특히 동네 의원급 의료기관들이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많은 개원의들은 이미 낮은 진찰료로 경영 압박을 받고 있어, 검체검사
의뢰에서 발생하는 수익이 전체 수입의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해왔다. 예컨대 비뇨의학과 개원가의 경우
환자 특성상 각종 혈액·소변 검사에 기반한 진료 비중이 높아, 검체검사
수익이 전체 매출의 10~20%에 이를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 개편안대로 검체검사 수가를 낮추고 관리료를 없애버리면, 이러한 과들부터 직격탄을 맞는다. 실제로 비뇨의학과 의사회는 “비뇨의학과는 검체검사로 먹고사는 과인데, 여기서 수익을 빼앗으면 동네 비뇨의학과가 사라질 수도 있다”며 생존
위협을 호소했다. 단지 비뇨의학과뿐 아니라 내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등 많은 1차 진료과들이 유사한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과는 이미 환자 감소와 과당 경쟁으로 어려운데, 검체검사 수익까지
줄어들면 경영악화가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의 조치 방식에 대한 절차적·정책적 비판도 크다. 정부는 이번 관리료 폐지안을 의료계와 어느 정도 협의된 개선안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 내부에서는 “동의한 적 없다”는 반발이 나온다. 특히 이전 연구용역에서 검사료를 자율 정산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결과가 도출되었기에 이 결과를 따르는 것이 맞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며, 정부가
애초에 위탁관리료 및 검사료 자율 정산 문제를 수정하거나 폐지하려 했다면, 의료계와 대화를 통해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시범사업 등의 논의를 거쳐 건정심에서 표결로 강행
처리하였다.
정책 내용 측면에서도, 관리료 폐지 및 검사료 분리청구 방식이 과연
현실적인지 의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들도 “위탁관리료 10%는 검체 채취·보관·행정처리에
대한 정당한 비용”이라며 이를 없애고 검사료 내 재분배하겠다는 발상은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투명성 제고를 명분으로 들고 있지만, 의료계는 “수요와 공급의 시장 원리를 무시한 관치 행정”이라고 반발한다. 더욱이 검사료 100% 안에서 위탁/수탁 몫을 정해버리면, 민간 검사 시장의 가격 경쟁을 정부 규제로
억누르는 효과를 낳는다. 정부는 이를 “과잉할인 근절”이라고 하지만, 의료계는 “근본
원인은 검사 수가가 높아서가 아니라 저수가 분야의 만성적 적자”라고 반박한다. 다시 말해, 일부 과당 할인 관행이 있다면 그 이유를 살펴 수가
책정의 적정성을 손보고 거래구조를 개선하면 될 텐데, 정작 원가 조사는 미흡한 채 관리료를 뭉뚱그려
없애고, 정산 방식을 근절시키는 식의 접근은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가 왜 현재처럼 유지되어 왔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의료현실을 반영한 세부적인 내용을 알
필요가 있다. 먼저 위탁과 재수탁은 낮은 수가에서 의료기관과 수탁기관이 원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상대가치점수 2차 및 3차 개정으로 인해 이미 기존에 비해 검체검사 수가는 대폭 인하된 상태이다. 이런
수가인하를 감당하지 못한 상당수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검체 위탁을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수탁기관도
비용절감을 위해 특수 검사를 한 곳으로 모으는 재수탁 관행을 유지하였다.
의료취약 지역의 의료기관들은 임상병리실을 만들기도 어렵고 검체 위탁도 쉽지 않기 때문에, 중소수탁기관들이 의료취약지까지 와서 검체를 수거하는 대신 기본검사 외의 특수검사는 모아서 재위탁하는 방식을
취해왔던 것이다. 물론 이런 시장 경쟁의 과정으로 검체 위탁의 원가가 다양해지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시장 상황을 무시하고 상급병원과 대형수탁기관을 기준으로 단순하게 시행한 원가계산은 의료취약지 의료기관의
검체 위탁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고, 중소수탁업체의 존립도 어렵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의료취약지역 국민들의 의료접근성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어, 정부가
강조하는 지역의료 살리기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임이 자명하다.
그리고 의원급 의료기관의 검체검사 원가와 병원급 특히 상급종합병원 검체검사 원가가 전혀 다르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시약(재료대)은
대량구매시에 훨씬 저렴할 뿐만 아니라, 한번 검사할 때 여러 명의 검사를 동시에 할 경우에는 시약의
유효기간 내에 검사를 할 수 있어 재료를 폐기하는 등의 손실이 없고, 인건비도 낮출 수 있다. 반면 의원급 의료기관은 임상병리사 인건비와 재료비, 장비임대료 등을
감안하면 병원급보다 원가가 훨씬 높을 수밖에 없다. 물론 시장원리를 적용하여 더 낮은 가격으로 검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검체검사 기관은 환자들의 접근성과 관련이 있으므로 특정 지역에서 검사를
한곳에 집중하면 환자들의 접근성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결국 검체검사 수가 인하로 인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검체검사 포기는 결국 의료비를 아끼기 위해 국민들의 교통비와 아까운 시간을 더욱 낭비시키게 될 것이 자명하다.
정부가 강조하는 “검사 질 관리 강화” 역시 방향에는 동의하지만 현실성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수탁검사기관의
난립과 일부 품질 이슈는 개선이 필요하나, 이에 필요한 인센티브나 지원 없이 규제만 늘린다고 될 일이
아니다. 예컨대 정부는 수탁기관 인증 기준 강화, 환자안전사고
보고 의무화 등을 제시했는데, 이런 조치들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검사기관들에게 투자 여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번 개편으로 수탁기관들도 재정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상대가치점수
조정으로 인해 검사료 전반이 삭감되고, 상당수의 위탁의료기관들이 자체검사를 강화하면 규모가 작은 검사기관들은
수익성 악화로 품질 투자가 어려워질 수 있고, 오히려 검사 시장의 양극화나 음성화가 진행될 위험도 있다.
나아가, 정부가 관리료 폐지로 확보한 재원을 진찰료 인상 등 필수의료
보상에 쓰겠다고 한 부분도 비판의 대상이다. 물론 1차 진료의
수가를 올리는 것은 필요하나, 이를 새로운 재정 투입 없이 다른 영역을 삭감하여 충당하는 발상은 의료계의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 검체검사에 주로 의존하는 과와, 검체검사보다는
상대적으로 환자 진료량이 많은 과 사이에 이해충돌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료계 일각에서는 “검사료를 빼서 진찰료를 올려봐야 환자 많은 몇몇과에만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며
실효성을 의심하고 있다. 특히 정부가 추진 중인 일차의료 시범사업(주치의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이렇게 재정을 이동시키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즉, 진찰료 인상을 미끼로 의료기관들로 하여금 전문진료를 포기하고 정부 주도의 지역의료 체계에 들어오도록 유인하는
정책수단화라는 지적이다.
정리하면,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안은 다수 의료기관의 수익성 악화, 의료공급 인프라 약화,
정책 신뢰도 훼손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정부는 환자 안전과 검사 질
향상을 내세우나, 정작 현장에서는 “이대로 강행되면 필수검사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극단적 목소리까지 나온다. 의료계
전문가들은 정부에 즉각적인 강행 중단과 원점 재논의를 촉구하며, 특히 의료계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공식
협의체를 통해 합리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5.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 방향에 대한 우려
정부는 건정심을 통해 ‘지역사회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을 내년 하반기부터 3년간 실시하기로 확정하였다. 이 사업은 지역 기반의 주치의제 도입을 골자로 하여, 1차의료 의사가
환자를 등록 관리하고 필요시 재택의료(왕진 등)를 제공하며, 다학제 팀을 활용해 예방과 만성질환 관리를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모델이다. 내년(2026년) 7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하여 2028년까지 운영한 뒤, 2029년부터 전국으로 단계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 시범사업 1년 차에는 우선 통합관리가 필요한 50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시작하고, 점차 대상과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참여 의료기관은 일정 교육을 이수한 의원급을 중심으로 하며,
간호사 등 다직종 인력이 함께 팀을 이룰 수 있는 기관은 거점의료기관으로 지정된다. 특히
이번 시범사업에서는 행위별 수가가 아닌 ‘일차의료 기능강화 통합수가’를
도입하여, 환자 등록 및 지속 관리에 대해 포괄적 보상을 하는 한국형 주치의제 모델을 시도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아울러 팀 구성 운영에 대한 지원금과 성과평가에 따른 인센티브도 시범 도입한다고
한다.
이러한 계획은 표면적으로 보면 일차의료 강화와 예방중심 의료라는 국제적 추세에 부합하는 듯하다. 그러나 의료계에서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그 이유를
몇 가지로 나눠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번 시범사업의 방향이 기존 의료전달체계의 급진적 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역사회에서 환자를 최대한 관리함으로써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실제로 시범사업 설계에는 환자의 상태를 몇 개 군으로 분류하여 4군까지는 재택의료 중심으로 관리하고 입원을 최소화하는 목표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곧 요양병원 등 장기 입원시설의 축소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불필요한 장기입원 남용을 억제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인프라를 대체할 대안 없이 병상을 줄이는 것은 위험하다.
요양병원은 현재 고령 환자들의 의료 및 돌봄 수요를 담당하고 있는데, 지역사회에
그만한 재택의료 역량과 사회적 돌봄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지 의문이다. 섣불리 병상 축소를 유도하면 환자와
가족의 부담 증가나 간병 공백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환자 안전에도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중증 만성질환자나 거동 불편한 고령자의 경우 가정에서 관리하는 데 한계가 있는데, 이들을 억지로 지역사회에 묶어두면 오히려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입원을 못 하게 되어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상태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둘째, 현재의 의료 이용 행태 하에서 이 시범사업이 실효성을 거둘지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한국 의료는 자유로운 의료이용 구조를 가지고 있어 환자가 대형병원이나 전문병원에
곧바로 가더라도 제약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동네의원 한 곳에 등록하여 지속 관리를 받도록 유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정부 안에도 환자 유인책이나 강제력이 뚜렷하게 제시되지 않았는데, 환자가 지역의원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면 사업은 참여자 없이 흩어질 가능성이 높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지역의료 문제의 절반은 환자가 지역에서 진료받도록
유도하는 장치가 없다는 데 있다”고 지적한다. 환자에게 이득(예: 본인부담 경감)이나
편익을 주는 방안 없이 의료이용 행태를 바꾸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또한 현 시범사업에서는 환자 의료쇼핑(중복 이용)에 대한 통제 장치도 뚜렷하지 않다. 한편으로 주치의가 있어도, 환자가 맘대로 다른 병원을 다니면 관리
연속성이 확보되지 않으며, 중복 투약·검사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정보공유나 연계체계를 강화한다지만, 근본적으로
환자의 자율 선택을 제한하는 제도가 아닌 한 과다이용은 계속될 것이다. 결국 환자 측의 참여와 협조
없이는 시범사업이 성과를 내기 어려운데, 이에 대한 설계가 미흡하다.
셋째, 일차의료 현장의 준비 수준과 현실 여건이 간과되었다는 우려다. 주치의제로 대표되는 GP(General Practitioner) 모델을
성공시키려면, 1차의료 의사들이 상당한 부담을 감내해야 한다. 적은
수가로 많은 환자를 빨리 보는 지금의 진료 패턴에서 벗어나, 환자 한 명 한 명을 두고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관리해야 한다. 왕진이나 가정방문은 추가적인 시간 소모와 위험부담도 따른다. 하지만 정부가 약속한 통합수가 보상 수준이 이러한 노력에 상응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고령 복합질환자를 많이 관리할수록 의사에게 부담만 커지는 구조가 되어 기피 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행정업무 증가도 문제다. 시범사업에서는 환자 등록 관리에 따른
서류 작업, 데이터 제출, 팀 협업 조율 등이 필요한데, 이는 개원의에게 새로운 행정부담으로 다가온다. 적절한 수가와 인력
지원 없이 행정업무가 늘면, 결국 의료현장의 피로도만 높아지고 본업인 환자 진료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이러한 우려들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행정 부담만
늘어날 것”이라는 회의적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넷째, 이번 주치의제 모델이 결국
‘인두제’(capitation) 지불제도로 가는 전 단계가 아니냐는 점에서 강한 거부감이
있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통합수가는 환자 1인당 월정액 형태로도
해석될 수 있는데, 이는 전형적인 인두제 방식이다. 의료계는
인두제가 의사의 수입을 환자 머릿수로 제한하고 진료행위를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한다. 인두제가
도입되면 의사는 적자 위험을 피하기 위해 검사를 아끼고 입원을 꺼리는 유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환자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까지도 제공되지 않는 과소진료(underservice)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인두제는 의사의 수입이 고정되므로 동기 부여가 떨어지고, 환자
한 명 한 명에게 최선을 다하려는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이유로 주치의제는 사실상 인두제로
가기 위한 수순이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상당수 개원의들의 솔직한 심정이다. 결국 의료계에서는
포괄예산적 성격의 인두제는 의료의 특성과 국내 상황에 맞지 않으며 환자에게도 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섯째, 의료접근성 저하에 대한 걱정이다. 정부는 이번 사업이 사는 곳에서 예방적·지속적 건강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의료 접근성을 높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정작 의료계에서는 접근성 악화를 우려한다. 의원급 의료기관이 전문진료를 포기하고 GP 역할만을 담당하게 되면, 현실적으로 많은 의원급 의료기관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이는
곧바로 현재 유기적으로 이루어져 있는 1차 의료 접근성이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요양병원 축소 기조와 맞물려, 노인들이 입원 요양서비스를 이용하기
더 어려워지면 가정과 지역사회가 그 부담을 떠안게 되어 사회 전반의 의료 접근성이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반적으로 의료계는 주치의제 모델 시범사업이라는 국내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 모델을 성급히 밀어붙일 경우 또 하나의
실패한 제도로 남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미 과거에 유사한 만성질환관리 시범사업 등이 시도됐지만 참여
저조와 효과 미미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정부는 이번에는 다르다고 하지만, 의료계는 근본적인 여건 개선(재원 투입, 인력 확보, 환자 유인책 마련 등)
없이 이름만 바꾼다고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진정한 일차의료 강화는 의료전달체계
개편, 충분한 재정 지원, 환자 인식 개선이라는 어려운 과제가
먼저 수행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정부안은 재정 투입은 제한적이고, 오히려 비용 절감에 무게가 실려 있으며, 의사들로 하여금 추가 부담을
떠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계가 이 시범사업을 반길 리 만무하며, 실효성도 담보하기 어렵다.
6. 결론
이번 보건복지부 건정심 회의 결과를 통해 발표된 일련의 정책들은 표면적 명분에도 불구하고 의료공급 체계 전반에
잠재적인 위험 요소를 안고 있다.
우선, 상대가치점수 상시조정과 검체검사 수가 개편으로 대표되는 수가
삭감 정책은 병의원의 경영난을 가중시켜 의료공급 축소를 불러올 수 있다. 이미 일부 필수의료분야(중증외상, 분만 등)는
낮은 수가로 인한 인력 부족과 시설 감소를 겪고 있는데, 정부가 재정 중립 기조 하에 기존 재원을 쥐어짜는
식으로 수가 개편을 시행하면 전반적인 의료생태계가 더 취약해질 것이다. 특히 민간의료기관의 역할이 큰
한국 의료 현실에서, 민간 병의원의 수익성 악화는 곧바로 의료서비스 공급 감소로 직결된다. 의료기관들이 검체검사나 기타 보조적 진료를 줄이거나 포기하면, 환자들은
그만큼 서비스를 받기 어려워지고 대형 병원 쏠림은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접근성 저하와 국민 불편
증가로 귀결된다.
다음으로, 지역사회 일차의료 개편은 충분한 인프라와 체계적 지원 없이
섣불리 시행하면 오히려 환자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 앞서 지적했듯, 재택의료
활성화는 입원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나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위험도 고려해야 한다. 의료진이 환자를
가정에서 돌볼 때 응급상황 대처, 감염관리, 연속치료 보장
등이 병원 환경만큼 용이하지 않다. 장기입원이 줄어든다고 해도 그 환자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이상, 적절한 대안시설이나 재택서비스가 마련되지 않으면 환자 개인과 가족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성급한 정책 추진이 문제의 본질로 지목된다. 정부는
효율과 형평을 내세워 의료에 대한 사회주의적 통제 방식을 강화하려는 인상을 주고 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의료의 발전은 의료인의 자율성과 전문성 존중, 그리고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의 혁신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반면 과도한 국가 개입과 통제는 단기적으로 비용 절감이나 형평 개선을 가져올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현장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시스템의 활력을 잃게 하여 의료의 질적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의사 및 의료정책 전문가들의 관점에서, 이번 건정심 발표 정책들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 정부는 의료계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일방적
정책 강행이 초래할 부작용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의료계는 국민 건강을 수호하기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건설적인 논의에 참여할 준비가 되어 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의료계와의 진정성 있는 협의를
통해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개선책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 비로소 건강보험 정책이 국민 신뢰를
얻고,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2025년 12월 29일
바 른 의 료 연 구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