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un Medicine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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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의료연구소 입장문]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시행령 제정의 올바른 방향
1. 서론
2026년 4월 23일 일명 분쟁조정법 개정안이라고 불리는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의 부칙을 보면, 법
시행 시점을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로 두고 있고, 시행 전 준비행위로 책임보험 관리와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설치 준비를 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법이 통과된 지금부터 현실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법률 폐기 여부가
아니라, 시행령·시행규칙 단계에서 어떤 내용을 심어 놓을
것인가이다.
통과된 법안의 내용에서 중요한 문제들을 살펴보면, 법안에서 규정한
의료사고심의위원회는 20인 구성이고, 그중 임상을 담당하는
사람의 몫은 “의사전문의·치과의사·한의사”를 합친 5석이다. 즉, 법문상 ‘의사’ 숫자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구조가 아니고, 더 중요한 것은 사안별로
동일 진료과 전문의가 반드시 참여한다는 보장도 전혀 없다는 점이다.
또 하나 중요한 문제는 현행법상 “의료사고”의 정의 자체가 과실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법에서는
의료사고를 보건의료인이 환자에 대해 실시한 진단·검사·치료·처방·조제로 인해 생명·신체·재산상 피해가 발생한 경우로 정의한다. 그런데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서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관련 사건을 자동개시·조력·설명의무·형사특례·보험지원과 연결했다. 이는
결국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환자에게 중대한 문제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조정이 발생한다는 뜻이고, 이렇게 되면 무과실 사건의 대량 유입은 불가피해진다.
이러한 위험은 이미 통계와 제도 운영에서도 예고되고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따르면 2025년 의료분쟁 접수는 2,605건으로 전년 대비 24.7% 급증했고, 같은 해 운영된 ‘당사자 조력제도’는 대상자의
98.2%가 신청했다. 다시 말해, 제도적 유인만
생기면 신청 수요는 실제로 급증할 가능성이 높고, 조력제도는 이미 높은 활용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불필요한 소송 및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 만들어진 이 법의 취지를 생각했을 때, 시행령에서는 오히려 분쟁이 중가 할 것으로 예측하여 방어적 설계를 해야 한다.
이 외에도 분쟁조정법 개정안에는 중요한 내용들이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에 구체적인 권한을 위임해놓고 있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본 연구소)에서는 비록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실효성이 현저히 낮고 구조적 한계가 명확하지만, 그나마 의료현장의 사법 리스크를 낮추는데 조금이라도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시행령 제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판단한다. 이에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문제점과 시행령 제정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구조와 시행령 위임 범위
분쟁조정법 개정안 시행령 제정 시 고려해야 할 핵심 내용은 다섯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고위험 필수의료행위”를
새로 정의하면서 그 구체 범위를 대통령령에 위임했다. 둘째, “중대한
과실”을 12개 유형으로 열거했다. 셋째,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관련 의료사고에 대해 조정 자동개시, 설명의무, 당사자 조력, 다수
감정, 형의 감면과 공소제한 특례를 엮었다. 넷째, 보건의료기관개설자의 책임보험 또는 책임공제 가입을 원칙화하고 보험료 국가 지원의 근거를 뒀다. 다섯째, 의료사고심의위원회를 신설해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해당 여부와
중대한 과실 해당 여부를 심의하도록 했다.
여기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것은 이중 위임 구조다. 2026년 3월 10일 제정된 「필수의료 강화 지원 및 지역 간 의료격차 해소를
위한 특별법」은 “필수의료” 자체를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것으로 두고 있다. 그런데 분쟁조정법 개정안은 그 필수의료 중 다시
“지체 없는 개입이 필요하거나 난이도가 높은 의료행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즉, 형사특례와 자동개시, 보험지원의
전제가 되는 핵심 개념이 법률 본문이 아니라 장관 지정과 대통령령에 중첩 위임된 것이다. 이 부분은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하며, 두 법에서 규정하는 필수의료의 범위가 법 시행
과정에서 충돌되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시행령으로 고치지 못하는 부분도 명백하게 구분해야 한다. 심의위원회 20인 구성의 큰 틀, 12개 중대한 과실의 입법 형식,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사건의 자동개시 연결, 그리고 “전액배상 시 공소제한”이라는 형사특례 구조는 법률에 못 박혀 있어
시행령만으로 해소할 수 없다. 특히 전액배상과 공소제한을 직접 연결하는 구조는 2009년 헌법재판소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중상해 사건의 공소권 제한을 위헌이라고 본 논리와 유사한 헌법적 취약성을
안고 있는데, 이것은 시행령 차원에서 제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아마도 실제 전액배상과 공소제한의 사례가 발생하면, 환자단체 및 일부 변호인 단체를 중심으로
헌법소원이 제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시행령과 시행규칙으로 반드시 다퉈야 하는 영역은 따로 있다. 구체적으로는
고위험 필수의료행위의 목록, 심의위원회 전문위원회의 설계와 의결 방식,
제척·기피·회피 규정, 설명의무 발생 시점과 내용·방식,
의료사고지원팀의 구성, 당사자 조력의 자격·보수·이해충돌 규정, 다수 감정 및 재감정 요건, 책임보험 연간 배상한도와 보험료 지원 기준, 그리고 조정·감정·심의 결과의 공개 범위와 식별위험 통제 기준 등이다.
3. 중요한 법적·실무적
위험
첫 번째 위험은 12개 중대한 과실 유형의 과도한 확장성이다. 분쟁조정법 개정안에서 정의한 12대 중과실 중에는 잘못된 혈액 수혈, 다른 환자나 다른 부위 수술, 체내 이물 잔존처럼 전형적 중과실로
보아도 큰 이견이 없는 유형도 있다. 문제는 제2호의 광범위한
설명·동의 누락, 제3호의 “의학적으로 필요한 진단·모니터링·처치·전원” 미이행, 제4호의 “기본적 안전관리 의무” 위반, 제7호의 “통상적으로
수용되는 진료에서 현저히 벗어난 의료행위” 같은 조항이다. 이
표현들은 사후적 결과 편향이 개입되기 쉽고, 당시의 인력·장비·시간압박·응급성·기관 수준
등을 무시한 채 나쁜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넓게 읽힐 위험이 크다.
두 번째 위험은 의료사고심의위원회가 사실상 예비 법원처럼 기능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사기관과 당사자는 심의를 신청할 수 있고, 수사기관은 과실 유무와
인과관계 규명을 위해 심의위원회에 감정서 등 자료를 요청할 수 있으며, 심의 결과는 익명 처리 후 공개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법률 구조는 동일 진료과 전문의 참여, 동일
수준 의료기관 경험, 당직·응급·전원 여건 같은 과실 여부 판단 시 반드시 포함되어야 하는 핵심 사항들을 보장하지 않는다.
외국과의 비교에서도 이러한 설계는 이례적이다. 대만은 의료법 제82조에서 과실과 형사책임을 “의료상 필요한 주의의무 위반”과 “합리적 임상전문재량의 일탈”로
묶고, 판단 기준으로 당시 해당 지역의 의료관행·의료수준·시설·근무조건·긴급성을
명문화했다. 영국에서 기소를 전담하고 있는 조직인 Crown
Prosecution Service(CPS)의 공식 기소지침은 중대한 과실치사죄 성립에 대해 “심각하고
명백한 사망 위험”과 “진정 예외적으로 나쁜 행위”라는 매우 높은 문턱을 요구하고, 실수나 심지어 매우 중대한 실수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반복해서 강조한다. 반면 이번 법안은 임상적 맥락을 이해하고 과실의 범위를 좁혀주는 장치보다는
위원회 구성과 공개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세 번째 위험은 설명의무가 사과를 촉진하는 장치가 아니라, 현장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장치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이다. 법안은 제27조
제9항 대상 의료사고에 대해 “발생 사실을 안 날부터 7일 이내” 설명을 요구한다. 그러나
의료현장에서는 환자 악화가 질병의 자연경과인지, 설명된 합병증인지, 의료사고인지, 아직 인과관계가 불명확한 상태인 경우가 흔하다. 현재 법체계상 의료사고는
과실이 아니라 피해 발생만으로 성립할 수 있으므로, 결과가 나쁘다는 이유로 일단 ‘사고’로 주장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의 ‘Serious Incident(심각한 사고)’ 운영 FAQ는 통상적인 의료행위에 따라 관리된 기저질환의 자연경과나 불가피한 결과를 자동으로 심각한 사고로 보아서는
안 되며, 개별 사안별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힌다. 이번 법안에
그와 같은 안전장치가 없으면, 의사는 초기에 충분한 정보가 없어 사고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말하지 못하고, 나중에는 7일 규정 위반이 되는 역설에 빠질 수 있다.
네 번째 위험은 분쟁 신청 증가와 보험료 상승이 필수의료 공급 위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재원 통계상 2025년 분쟁 접수와 상담은 이미 증가세였고, 환자대변인형 조력제도는 높은 신청률을 보였다. 현재 중재원은 실제로 “법률적인 전문조력”을 할 추가 조력인으로 3년 이상 경력의 변호사를 공개모집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사건에 자동개시, 조력, 다수
감정, 심의위 심의를 결합하면, 무과실 또는 인과 불명확
사건까지 제도권 분쟁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보험료 지원은 국가의 재량 규정이 많고, 특히 일반 보험료 지원은 “할 수 있다” 수준에 머물러 있어 객관적 기준이 시행규칙에 명시되지 않으면 비용이 의료기관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4. 해외 제도가 주는 시사점
뉴질랜드, 미국,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등 해외 사례와 비교했을 때 분쟁조정법 개정안의
한계는 더 분명해진다. 해외 사례에서 제시하는 공통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형사기준은 좁고 명확해야 한다. 대만은 과실기준을 실제 임상 맥락과 연결해 법률에 적시했고, 영국은
사망위험의 명백성과 예외적으로 나쁜 행태라는 매우 높은 기준을 유지한다. 이에 분쟁조정법 개정안에서 12대 중과실을 모호하고 폭넓게 설정한 것은 향후 두고두고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사과와 설명은 책임인정과 명확히 분리해야 한다. 영국에서는 사과가 책임 인정이 아니라고 명확히 하고, 미국에서는
예상치 못한 환자 피해가 확인되면 60분 이내부터 투명한 소통을 시작하도록 설계하면서도 그 목적을 환자·가족 지원, 안전 개선, 소송비용
감소에 둔다. 물론 이번 법안에서도 설명과 유감표명 등이 재판에서 책임에 대한 증거로 활용될 수 없음을
명시했지만, 그 보다는 설명 및 유감표명이 책임 인정이 절대로 아니며,
설명 및 유감표명은 어디까지나 환자 및 유가족 지원의 목적임을 분명히 했어야 한다.
셋째, 보상은 가능하면 책임추궁과 분리해야 한다. 뉴질랜드에서는 과실 입증 없이 피해를 보상하고, 덴마크는 공공재원
기반 환자보상 체계에서 “의료인의 실수를 입증할 필요가 없도록” 제도를
바꿨으며, 스웨덴 환자보험은 회피 가능한 손상만 보상하고 불가피한 합병증은 제외한다. 프랑스 역시 국가연대(solidarité nationale) 아래에서, 무료·신속·비소송형 절차와
전문가 심사를 결합해 보상과 책임을 분리한다.
해외 사례와의 비교가 대한민국에 주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좋은 제도는 “환자 보호”를 위해 곧바로 “광범위한
중과실 추정”으로 가지 않는다. 오히려 과실 기준은 좁히고, 설명은 보호하고, 무과실 피해는 공적으로 분리 보상한다. 반대로 나쁜 제도는 설명의무·보험가입·전액배상·형사특례를 한 덩어리로 묶어 놓고, 그 요건을 어렵게 만들어 놓는다. 이번 분쟁조정법 개정안은 후자에
더 가깝기 때문에, 시행령 단계에서라도 해외 제도의 공통 원칙을 최대한 이식해야 한다.
5. 시행령에 반드시 반영되어야 할 내용 및 원칙
① [대통령령] 고위험 필수의료행위는 구체적인 의료행위로 규정해 놓아야 한다.
‘고위험 필수의료행위’라는
용어는 형사특례의 보호와 자동개시·설명의무·보험부담이라는
규제를 동시에 연결하는 스위치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필수의료
분야 전반”처럼 넓은 부문 정의를 쓰면 보호보다 부담이 훨씬 크게 작동한다. 이에 고위험 필수의료행위를 지정할 때는 응급수술, 중증외상, 고위험 분만 응급상황, 신생아·소아
중증응급, 혈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중환자 처치처럼 행위와 상황을 결합한 구체적인 의료행위를 열거하는 방식으로
시작하고, 개별 질환군이나 진료과 전체를 포괄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
② [대통령령 또는 심의위
기준] 중대한 과실은 제한해석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
중과실 기준을 명시한 제2조의 2의
제2·3·4·7호는 그대로 두더라도, 판단기준에서 “사후 결과만으로 중대한 과실을 추정하지 않는다”, “당시와 당시
지역의 인력·시설·근무조건·응급성·전원 가능성·동일 수준 기관의 표준을 함께 본다”, “의학적으로 소수가 주장하는 치료법이라고 하더라도 의학적 근거가 있으면, 합리적
재량 범위 내 선택으로 보고 중대한 과실로 보지 않는다”고 못 박아야 한다. 특히 제7호의 “통상적으로
수용되는 진료에서 현저히 벗어난 경우”는 단순한 가이드라인 이탈이 아니라 책임 있는 전문가 집단이 수용할
수 없는 정도의 현저한 이탈로 한정되어야 한다.
③ [대통령령] 의료사고심의위원회는 전체회의가 아니라 전문위원회 중심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각 사건은 필수적으로 분야별 전문위원회에 먼저 회부하고, 전문위원회는
외부전문가를 포함해 구성하되 3분의 2 이상을 해당 진료과목
또는 인접 세부전문과목 임상의로 채워야 한다. 동일 진료과 전문의가 없으면 의결 자체를 못 하게 하거나, 최소한 외부전문가를 강제 위촉하도록 해야 한다. 법안이 허용한 전문위원회
제도를 이런 방식으로 설계하지 않으면, 의료 비전문가가 과반이상 포함되어 있는 20인 전체회의 구조의 약점을 보완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
④ [대통령령]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위원 선정 시 공개적으로 법안에 대해 반대한 인물이나 단체들은 배제해야 한다.
애초에 분쟁조정법 개정안이 발의된 이유는 법의 실효성 여부를 떠나서 불필요한 소송을 줄이고, 의료진들이 짊어지고 있는 과도한 사법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이다. 그런데
법 개정 과정에서 일부 시민단체와 변호사 단체에서는 법 개정을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법안 개정의 취지를
부정했다. 그런데 만약 법 개정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인물이나 단체 소속 인사가 심의위원으로 선정된다면, 법 자체를 부정했던 이러한 사람들은 일방적인 주장만을 할 것이기에 공정한 심의는 불가능해질 것이다. 따라서 심의위원 선정 시 해당 법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사람과 단체는 원칙적으로 심의위원 선정에서 배제한다는
내용을 시행령에 담아야 한다.
⑤ [대통령령] 심의위원회 3개 공무원석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보건의료·환자안전 행정기관으로 제한해야 한다.
법은 의료사고심의위원회 내 3명의 고위공무원단 소속 공무원을 대통령령에
맡기고 있다. 이 자리는 반드시 검찰·경찰·소비자 행정이 아니라 보건복지, 식약, 질병관리, 환자안전 같은 보건의료 문맥을 이해하는 기관으로 제한해야
한다. 동시에 시민단체 추천위원·변호사위원에 대해서도 공개적인
활동 경력, 이해충돌, 사건 관련 사전 발언, 소송 대리 전력 등을 폭넓게 신고·제척 사유로 넣어야 한다.
⑥ [보건복지부령] 설명의무의 발생 시점은 ‘결과 발생 시점’이 아니라 ‘합리적 인지 시점’이어야
한다.
질병의 자연경과, 사전에 충분히 설명된 예견 가능한 합병증, 인과관계가 아직 불명확한 상황, 환자 상태 불안정으로 즉시 상세
설명이 불가능한 경우는 7일 규정의 적용에서 제외하거나 유예할 수 있어야 한다. 대신 가급적 조기에 “초기 사실 통지”를 하고, 진료기록 검토와 추가 판단 후 보충설명을 허용하는 단계적
설명 모델을 넣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말할수록 불리해지고, 신중할수록
위반이 되는 구조가 된다.
⑦ [보건복지부령] 설명 내용은 책임 인정이 아니라 사실 설명과 향후 조치 중심으로 표준화해야 한다.
영국과 미국 사례의 공통점은, 초기 설명이 환자·가족 지원과 재발방지 학습의 출발점이라는 것이다. 한국 시행규칙도
설명서 표준양식, 기록보존 방식, 설명 참여자, 후속 설명 절차, 소규모 병원의 지역 공동지원체계까지 포함해야 한다. 특히 의료기관에서 조직해야 하는 의료사고지원팀은 법무 담당자만이 아니라 임상 책임자·환자소통 담당자·기록관리 담당자를 포함한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⑧ [보건복지부령] 당사자 조력은 ‘쌍방 대칭’과 ‘소송 유도 차단’이 핵심이어야 한다.
현재 중재원 운영은 사실상 변호사 중심 조력인 모집으로 돌아가고 있고, 이번
법안도 변호사·법학·보건학 석사·의료인력을 폭넓게 허용하고 있다. 시행규칙에서는 법률조력만 받고 임상조력은
받지 못하는 비대칭이 생기지 않도록, 법률과 임상 조력의 균형 배정,
변호사 및 해당 로펌의 경우 조력 종료 후 일정 기간 동일 사건의 소송대리 금지, 조력자의
성과보수성 보수 금지, 조력자가 사건을 유인하거나 소송을 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기준도 넣어야 한다.
⑨ [보건복지부령] 재감정·추가감정은 엄격한 문턱을 둬야 한다.
분쟁조정법 개정안은 중대한 사실관계 변경이나 새로운 자료 제출이 있으면 재감정·추가감정을
허용한다. 이 문구를 느슨하게 두면 불복 절차가 상시화되고 사건이 장기화된다. 이에 시행규칙은 “판단을 실질적으로 바꿀 가능성이 있는 신규 자료”로 요건을 한정하고, 원칙적으로 1회로
제한하며, 재감정은 동일 전문과의 다른 패널이 맡도록 해야 한다.
⑩ [대통령령·보건복지부령] 책임보험은 단순히 민간보험 의무가입만으로 유지해서는
안 되고, 공적 재원의 지원이 가능한 형태로 설계해야 한다.
법안은 가입 의무, 연간 배상한도,
약관·손해평가·지급기준 관리, 그리고 보험료 전부 또는 일부 지원의 근거를 두고 있다. 의료기관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연간 배상한도의 기관 종별 차등, 방어비용의
담보한도 외 지급, 무과실·불가항력 보상 사건의 손해율 분리, 연도별 보험료 급등 상한 설정, 고위험 필수의료 초과담보에 대한
국가 당연 지원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뉴질랜드·덴마크·스웨덴·프랑스처럼 보상과 책임을 분리하거나 공공이 손실의 큰 부분을
흡수하는 구조가 있어야만 보험료 폭등을 막을 수 있다.
⑪ [보건복지부령] 조정·감정·심의 결과
공개 시에는 식별 위험이 통제될 수 있어야 한다.
법안은 조정·감정 결과와 심의 결과의 공개를 모두 예정하고 있다. 희귀질환, 특정 지역 유일기관, 희귀시술, 날짜 조합, 연령·성별·전원 경로 같은 정보만으로도 실질적으로 재식별이 가능하여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으므로, 공개 예외 사유를 넓게 잡아야 한다. 아울러 공개 문서가 타 소송
등에 악용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법원의 확정판결이나 과실 추정력이 있는 자료가 아니라 행정적 전문판단 자료임을 명시하도록 해야 한다.
위에서 언급한 11가지 내용 및 원칙 모두가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특히 다음 세 가지 내용을 시행령·시행규칙에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 설명의무 기산점 예시: “의료사고
발생 사실을 안 날이란, 당시의 진료기록·검사결과·임상경과 및 통상적 의료수준에 비추어 해당 결과가 질병의 자연경과 또는 사전에 설명된 합병증이 아니라 의료행위
등과 상당한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합리적으로 인식한 때를 말한다.”
. 전문위원회 예시: “제51조에 따른 심의는 사건별 분야별 전문위원회의 사전 검토를 거쳐야 하며, 전문위원회
위원 3분의 2 이상은 해당 진료과목 또는 인접 세부전문과목
임상의로 한다.”
. 보험료 지원 예시: “고위험
필수의료행위 관련 초과담보 책임보험의 보험료는 국가가 정한 공정한 계산방식에 따라 자동 지원하며, 전년도
대비 보험료 인상률이 일정 수준을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분은 국가의 우선 지원 대상으로 본다.”
6. 결론
본 연구소가 생각하는 시행령 제정 과정에서 최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항목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동일 전문과 중심의 전문위원회 선행 심사와 엄격한 의결 구조. 둘째, 중대한 과실의 제한해석 원칙. 셋째, 설명의무의 합리적 기산점 설정과 단계적 설명 허용 구조. 넷째, 보험료 지원의 공정한 계산방식에 따른 자동지원 기준. 이 네 가지가 확보되면 형사·민사·행정·보험 리스크의 급격한 폭증을 상당 부분 완충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 다음으로는 조력 제도의 대칭성, 재감정 문턱 높이기, 공개 범위 축소, 그리고 심의위원회 내 3개의 공무원석 참여 기관 제한이다. 이는 제도를 멈추지는 못하더라도, 조정절차가 ‘환자측 법률대리 전초기지’가 되거나, 심의위원회가 ‘의학적
맥락 없는 예비판단 기구’로 변질되는 것을 막는 데 어느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환자대변인형 조력제도가 이미 변호사 중심으로 운용되면서 사실상 소송으로의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불필요한 분쟁과 소송을 막기 위해 개정된 법안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냉정하게 판단하면, 시행령 조정만으로는 이 법안이 실효성을
달성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 심의위원회의 법정 구성 비율, 12개
중대한 과실의 입법 형식, 자동개시 확대의 기본 골격, 전액배상과
공소제한을 연결한 구조로 인한 위헌 가능성 등은 결국 후속 법률개정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따라서
시행령 제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최선의 목표는 “완전한 해결”이
아니라 “피해 최소화와 향후 재개정의 교두보 확보”로 생각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대만식 과실기준 정교화와, 뉴질랜드·덴마크·스웨덴·프랑스식
무과실 공적보상 분리 모델을 참고해, 형사책임·민사책임·보상제도를 분리하는 재입법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2026년 4월 27일
바 른 의 료 연 구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