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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1 [보도자료]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 무면허 의료행위 사건 관련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

관리자 2023-08-21 09:32:26 조회수 431

[바른의료연구소 보도자료]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 무면허 의료행위 사건 관련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

 

1. 서론


지난 해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68회 이상 초음파를 이용하여 환자를 진찰하였음에도 환자의 자궁내막암을 놓친 한의사 사건에 대해 1심과 2심의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하였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의사가 초음파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의료법 내에 존재하지 않으며, 한의사가 비침습적인 검사인 초음파를 사용하여 진찰을 하는 행위가 환자에게 위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행위가 무면허 의료행위가 아니라고 판결하였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결은 당시 한의사의 오진으로 인해 피해를 입어 현재까지도 고통받고 있는 환자가 버젓이 존재하고, 이러한 오진 행위가 바로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무수히 많은 의료행위의 주체를 법령에 명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의료법에서는 각 의료인간 면허 범위에 대해서 원칙만을 기술해 놓은 것인데, 대법원에서 이러한 사실을 간과한 채 한의사가 초음파를 하면 안 된다는 명시적인 규정이 없어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로 인해 판결 당시에 의료계에서는 앞으로 한의사들의 무분별한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막을 수 없게 되어 의료인 면허 범위에 대혼란이 오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였다. 그리고 의료계의 이러한 우려는 얼마 지나지 않아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8월 18일 대법원은 2010년 뇌파계를 이용하여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하고 치료할 수 있다고 신문에 광고한 한의사에게 내려진 한의사 자격정지처분을 취소한 2심의 판결을 확정하고, 보건복지부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이번에도 대법원은 지난 해 한의사 초음파 사건의 판결 때와 유사하게 한의사가 뇌파계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명시적인 내용이 의료법 내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과 한의사가 뇌파계를 사용하는 데에 있어 특별한 임상경력이나 서양의학에 관한 전문지식이 요구되지 않고 환자에 대한 위해도도 높지 않아 한의사가 이를 사용하더라도 보건위생상 위해의 우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본 연구소)는 한의사의 초음파 사용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한의사 뇌파계 사용 사건에 대한 이번 대법원의 판결은 부당하다고 판단하였다. 이에 해당 판결의 문제점과 파급효과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2. 현대의학에서 파킨슨병과 치매는 뇌파로 진단하지 않는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대부분의 의사들이 가장 황당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현대의학의 질병 진단 과정에서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할 때 뇌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인 한의사는 뇌파계를 이용해서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고 광고하였는데, 이런 식의 광고는 한의사가 아니라 뇌파계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의사가 했더라도 허위과장 광고로 처벌받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따라서 의사들은 무면허 의료행위의 여부를 떠나서 어차피 질환의 진단 과정에 맞지 않는 잘못된 진단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해당 광고행위는 분명히 법적으로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러한 의학적이고 합리적인 사고 과정을 무시하고, 철저히 한의사협회의 주장만을 받아들여 매우 비과학적이고 비의학적인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논리대로라면 뇌나 신경과 관련된 모든 질환에 대해 의학적으로는 뇌파로 진단하지 않더라도, 한의사들은 해당 질환의 진단에 뇌파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CT나 MRI로 진단하는 뇌출혈, 뇌종양, 뇌경색도 한의사는 뇌파로 진단할 수 있고,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같은 정신과 질환도 뇌파로 진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의과의료기기를 이용하여 똑같은 주장을 의사가 하면 불법이 되고, 한의사가 하면 합법이 되는 황당한 상황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의학적으로는 전혀 맞지 않는 방법으로 한의사들이 마음대로 진단명을 붙인 상태에서, 치료 역시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침구 및 첩약 처방 등으로 이루어진다고 해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게 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잘못된 진단과 치료를 통해 일어나는 경제적, 육체적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들이 떠안게 된다는 사실이다.


3. 뇌파의 측정 자체는 위험하지 않으나 뇌파의 잘못된 해석은 환자의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친다. 


의료계에서 이번 한의사 뇌파계 사건의 대법원 판결 내용 중에 또 한 가지 황당하게 받아들이는 부분이 바로 뇌파계를 사용하는 데에 있어 특별한 임상경력이나 전문지식이 필요 없고, 환자에 대한 위해도도 높지 않다고 기술한 부분이다. 대법원에서는 아마도 뇌파를 측정하는 행위, 즉 전극 등을 두피에 붙이고 이후 기계를 통해 표시되는 뇌파를 출력하는 행위만을 생각해서 뇌파 검사가 임상경력이나 전문지식이 필요 없고 위해도도 높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모든 진단과 관련된 의료행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진단행위 자체가 아니라, 진단행위로 얻어진 결과물에 대한 올바른 해석을 통해서 정확한 진단을 내리는 과정이다. 그런 측면에서 뇌파 검사는 뇌파를 기록하는 행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얻어진 결과물인 뇌파를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느냐의 관점에서 전문지식 필요여부나 위해도를 평가해야 한다. 


뇌파의 해석은 매우 전문적인 지식과 오랜 수련이 필요한 분야이다. 따라서 의사들 중에서도 신경과학을 전공한 신경과 전문의들 만이 뇌파의 해석을 깊게 배우고, 신경과 전문의 중에서도 뇌전증 등 뇌파가 진단에 필요한 분야를 전공한 매우 극소수만이 명확하게 진단을 내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뇌파의 해석이야 말로 의학의 분야 중에서도 가장 전문적인 지식과 오랜 임상경력이 필요하고, 만약 해석을 잘못했을 경우 환자에게 매우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분야인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의학적으로나 상식적으로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다.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아마도 지난 해 한의사 초음파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그대로 따른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에도 대법원은 초음파를 환자에게 갖다 대는 행위는 어렵지도 않고 위험하지도 않은 행위이기에 한의사가 초음파를 하는 것이 문제없다는 황당한 판결을 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초음파 검사의 경우도 결국 그 검사를 통해서 얻어지는 결과물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서 위험도와 전문성을 평가해야 하기에, 실제로 그 결과물을 제대로 해석하지 못해서 환자의 자궁내막암을 놓치는 위해를 가한 한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대법원의 판결을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4. 어떠한 한의학 교과서에서도 뇌파를 이용한 진단법이 정립되어 있지 않다.


한의협이나 한의학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의학과 한의학은 학문적인 뿌리가 다르기 때문에, 한의학을 의학적인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펼친다. 그리고 이러한 논리를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위한 주장을 할 때도 철저히 이용한다. 초음파를 통해서 기의 흐름을 파악하여 이를 진단과 치료에 이용한다거나, 뇌파를 통해 뇌의 힘을 평가한다거나 하는 황당한 주장이 법원에서도 받아들여지는 이유가 바로 한의학과 의학의 학문적인 차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한의사들의 논리를 수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의학과 의학의 차이를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은 바로 한의학 교과서 등에 의과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단법과 치료법이 체계적으로 정립이 되어있지 않음에도 이를 이용하는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것이 합당한가 하는 부분이다. 현대의학에서는 환자의 진단과 치료에 이용하는 모든 의료기기나 의료행위는 교과서나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논문에 그 원리와 방법, 부작용, 연구 결과 등이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다. 그리고 이렇게 정립된 진단 및 치료법만이 실제 의료 현장에서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고, 이는 현대의학을 수행하는 세계 모든 국가에서 따르는 방식이다. 그런데 전 세계에서 이러한 국제적인 표준을 따르지 않는 거의 유일한 직군이 바로 대한민국의 한의사들이다.


전통적인 한의학 교과서에는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은 초음파, 뇌파 등의 검사법을 단순히 한의대에서도 의학 과목을 배우기 때문에 사용하는데 문제없다는 논리를 펼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런 논리라면 의과대학에서 한의학을 조금이라도 배우면 첩약과 침구를 의사들이 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고, 치의학을 조금이라도 배우면 치과 진료를 해도 무방하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의학 과목을 통해서 해당 검사들에 대해서 배운다고 하더라도 그 검사를 통해서 의학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의학 교과서에도 없고, 한의학 교과서에도 없는 치료 행위를 하는 이러한 황당한 상황에 동의하는 의학자는 없을 것이다. 결국 한의사들이 의과의료기기 사용을 위해서 억지 주장을 하면 할 수록 자신들 스스로 한의학이라는 학문이 아무런 효과가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고, 자신들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한다.



5. 결론


지난 해 한의사 초음파 사건에 대한 무죄 판결과 이번 한의사의 뇌파계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인해 대한민국 의료현장은 더욱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한의사들은 초음파를 통해 장기의 이상 소견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의 흐름이나 이상을 평가한다고 해도 문제가 없고, 뇌파 검사를 통해 뇌의 힘이나 지력을 평가한다는 황당한 주장을 해도 문제가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논리대로라면 심전도 검사를 통해서 심혈관계 기의 흐름을 본다는 논리도 받아들여야 하고, 혈액검사를 통해 음양오행을 평가한다는 주장을 해도 받아들여야 한다. 


AI가 발전하고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야 하는 과학적 혁신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여전히 대한민국은 과학적 사고를 하지 못한 채 조선시대 성리학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자괴감마저 느껴진다. 우리는 현재 국제적인 기준으로 보아도 사이비 의료에 불과한 어이없는 의료 행위가 대한민국에서는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서 합법이 되는 상황을 목도하고 있다. 초음파나 뇌파를 통해 기의 흐름을 본다는 식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대한민국은 국제적인 웃음거리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실제로 올해 초 세계신경학연맹 등에서는 한의사의 뇌파계 사용을 반대하는 의견서를 의협으로 보내오기도 했다. 


본 연구소는 대한민국이 보다 과학적이고 상식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대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일 수 없다. 대한민국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국제적인 기준에 따라 검증되고 안전성이 보장된 의료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고 과학과 의학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국제적인 표준과 상식에 따라야 한다. 그리고 이런 방향으로 사회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이번 한의사 뇌파계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과 같은 비상식적인 판결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은 뇌파계를 사용하여 파킨슨병과 치매를 진단할 수 있다고 광고했던 그 한의사가 2심에서 승소했음에도, 현재는 뇌파 검사를 통한 파킨슨병 및 치매 진단을 하지 않고 다른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을 뜻하는지 깊이 생각해보기 바란다. 

  

 

2023년 8월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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