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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un Medicine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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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19 [보도자료] 지금은 의사 수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시스템의 문제이다. 의대정원 증원 정책은 오히려 의료 시스템을 더 붕괴시킬 것이다.

관리자 2023-10-19 11:40:16 조회수 384

[바른의료연구소 보도자료]

지금은 의사 수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시스템의 문제이다.

의대정원 증원 정책은 오히려 의료 시스템을 더 붕괴시킬 것이다.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정부가 2025학년도 대입 전형부터 의대정원을 대폭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종전에는 보건복지부를 중심으로 300~500명 가량의 정원 증원을 추진하다가 최근에는 매년 1000명 이상의 증원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나오기 시작했고, 더 나아가 3000명 증원 소식도 들려왔다. 현재 의대정원이 3000명 남짓한 상황에서 1000명을 늘리면 30% 이상의 증원이고, 3000명을 늘리면 100%에 육박하는 증원 규모이다. 여러 언론사를 통해서 이러한 보도가 갑자기 터져 나오자, 의료계는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임을 천명했다.

 

현재 대한민국의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과잉을 걱정해야 하는 시점임에도, 정부는 무리하게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추진하려 하고 있다. 의료 시스템의 문제로 인해 필수의료가 붕괴되고 있음에도 현 정부와 정치인들은 그 원인을 의사 수 부족에서 찾고 있다. 의사 수를 늘리면 그래도 일부는 밀려서 필수의료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저능아식 발상의 낙수효과를 주장하는 것이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본 연구소)는 그동안 의대정원 증원 정책이 현재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직면해 있는 문제점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하게 될 것임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또 다시 해묵은 의대정원 증원 정책을 추진하는 시점에서 다시 한 번 의대정원 증원 정책이 어떤 문제점이 있고, 의대정원 증원이 왜 현재 대한민국 의료가 직면한 문제점들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없는지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1. 인구당 의사 수의 단순비교로 의대증원을 논하는 것은 단세포적 발상이다.

 

의료 인력의 과잉과 부족 여부를 단순히 외국과의 인구당 인력 수 비교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필요 의료 인력 규모를 정할 때는 의료접근성, 의료이용량, 의료의 질, 의료전달체계의 구조, 수가 수준, 보험 체계, 의료인 면허 체계 등 다양한 요소들을 반영하여 결정해야 하는데, 이러한 요소들이 국가마다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의사 수는 다른 OECD 국가보다 적지만 최고의 의료접근성과 의료이용량, 의료의 질을 가지면서도 최저의 수가를 유지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OECD 평균에 대한민국 의사 수를 맞추는 인력 정책은 왜곡된 현실을 반영하고, 부작용만 양산하게 된다.

 

 

2. 대한민국의 의사 수, 부족하지 않다.

 

현재 대한민국은 의사 수 부족을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의료 이용과 공급 수준이 높고, 오히려 과한 수준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저수가로 인해 의료기관의 문턱이 낮아져 환자들이 쉽게 의료기관을 찾게 되고,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낮은 수가를 보상하기 위해서 의료공급량을 늘릴 수밖에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사 수의 부족이나 적정 의사 수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오히려 지금은 의사 수 과잉을 걱정해야 함을 나타내는 자료들이 쏟아지고 있다.

 

의협 의료정책연구원의 발표에 따르면, OECD 보건통계를 반영해 현재 의대 정원을 유지하더라도 의사 배출과 인구구조 변화를 감안하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에서 2040년에는 OECD 평균과 격차가 좁혀지고, 2047년에는 OECD 평균을 넘어설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지난 5년간 OECD 평균 의사 수 증가율은 8%인데 반해, 대한민국은 13%가 증가하여 의사 수 증가 속도가 OECD 평균보다 월등히 빨랐다.

 

 

3. 섣부른 의대증원으로 인해 예상되는 부작용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접근성과 의료이용량을 유지한 채로 의사 수가 현재 보다 더 늘어나게 되면, 대도시를 중심으로 접근성과 이용량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접근성과 이용량의 증가는 곧 국민 의료비의 증가를 불러오게 되며, 이는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의사 수의 증가가 국민 의료비 상승의 가장 큰 요인이라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들을 통해서 증명된 사실이다.

 

지난 2008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보고서를 통해서 의사 수가 증가할수록 국민의 의료비 지출이 늘어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당시 OECD 25개 회원국의 30여 년간 통계를 분석한 결과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1% 증가하면 1인당 의료비는 2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당시 건강보험공단은 급격히 늘고 있는 의료비 지출을 막기 위해서는 의사 수의 증가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난 2016년 일본에서도 이나미 박사 등이 국민 의료비에 대한 연구 결과를 내놓았는데, 이 연구 결과도 앞서 언급한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고서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병상수나 고령화율은 10% 증가할 때 마다 총 의료비가 1% 정도 오르는데 반해서, 의사 수 10% 가 오르면 총 의료비가 9.4%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나 국민 의료비 증가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의사 수가 가장 큰 요인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데 지난 20년간 의대정원을 동결해 왔던 대한민국은 OECD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의사 수 증가율과 국민 의료비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굳이 의대정원을 늘리지 않아도 가장 빠르게 의사 수가 늘고 있고, 가장 빠르게 국민 의료비가 증가하고 있는 국가에서 의대정원 증원을 추진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과연 이로 인해 발생할 의료 시장의 혼란과 폭증하게 될 국민 의료비에 대한 대책을 정부가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4. 작금의 문제는 의사 수의 문제가 아닌 의료 시스템의 문제

 

현재 대한민국에서 필수의료 분야와 수도권이 아닌 지방에 의료 인력 부족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수가 체계, 의료 정책, 부적절한 인력 분배 등 의료 시스템의 문제이다. 바이탈 의료로 대표되는 필수의료 분야보다 미용 및 성형 분야를 선호하는 의사가 많아지고, 심지어 최근에는 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는 의대 졸업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이러한 바이탈 의료 기피 현상은 바이탈 의료를 하려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과 고강도 노동을 견뎌야 하고, 만에 하나 실수라도 하여 소송에 휘말리면 막대한 배상 책임을 지거나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왜곡된 시스템이 그대로 방치된 상황에서 의대정원만 무리하게 늘게 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의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5. 과거 정부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는 현 정권의 정체성은 과연 무엇인가?

 

무리하게 추진되었던 문재인 케어를 잘못된 정책으로 규정하고, 지난 정권의 포퓰리즘 정책을 비판해 왔던 현 정부에서 3년 전 의료계 집단행동을 촉발시켰던 의대정원 증원이라는 정치적 포퓰리즘 정책을 그대로 따라 추진하는 것은 현 정부의 정체성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본 연구소는 의대정원 증원 정책은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대책이 될 수 없고,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하여 의료 시스템을 붕괴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에 마땅히 철회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사 인력의 적정 수준에 대한 올바른 기준도 마련하지 않은 채 OECD 보건통계만을 가지고 단순비교 하면서, 대한민국 보건의료 시스템의 문제들에 대해서 아무런 이해도 없이 추진되는 의대정원 확대 정책과 같은 무분별한 의사 인력 수급 정책은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 실패로 인해서 발생하는 피해는 지금까지 항상 그래왔듯이 국민들과 의료계가 입게 되고, 정책을 추진한 정부와 정치인들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 자명하다.

 

정부는 과거 문재인정부처럼 OECD의 단순 수치만으로 의대증원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현 상황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의료 시스템의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 그것이 과거 정부와의 차별점이 될 것이며, 현 정부의 정체성과도 맞을 것이다.

 

 

2023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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