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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un Medicine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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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3 [보도자료] 지역의사제법과 국립의전원법의 문제점과 지역의료 발전을 위한 올바른 방향

관리자 2024-01-03 09:32:11 조회수 267

[바른의료연구소 보도자료]

지역의사제법과 국립의전원법의 문제점과

지역의료 발전을 위한 올바른 방향



1. 서론


현재 정치권과 언론 등에서는 의대정원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의사 인력 부족으로 인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가 붕괴의 위기에 처해있으므로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의대정원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의사들의 필수의료 이탈의 원인인 열악한 처우, 부족한 일자리, 민형사상 법적 처벌에 대한 부담 등의 문제와 지역의료 붕괴의 원인인 수도권 인구 집중화로 인한 지역 환자 수 감소,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사회 생활 인프라, 양질의 일자리 부족 및 대도시와 큰 차이 없는 보상 등의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단순히 의대정원만 늘린다고 해서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위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그런데 최근 국회는 지역의료를 살린다는 명분을 대면서 또다시 실효성 없는 법안들을 보건복지위에서 통과시키는 행태를 반복했다. 지난해 12월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더불어민주당은 보건복지부와 여당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단독으로 지역의사제법과 국립의전원법을 통과시켰다. 이는 야당 당 대표가 해당 법안들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한 지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문제는 국립의전원법과 지역의사제법이 각각 2020년 6월과 7월에 발의된 후 3년 넘게 보건복지위에 계류되어 있을 정도로 관심 밖에 있었던 것을 감안했을 때, 지금 시점에 갑자기 무리하게 통과를 강행한 이유는 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분히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목적에 다름아니라는 점이다.


의대정원 확대와 함께 지역의사제법과 국립의전원법은 지난 2020년 전공의와 의대생을 중심으로 일어났던 4대 악법 저지투쟁을 촉발시킨 주요 원인이었다. 당시 투쟁 과정에서 의료계에서는 지역의사제법과 국립의전원법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분명히 지적하면서, 해당 법안들의 위헌성, 불공정성, 무용성 등을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고작 3년여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 의협과 보건복지부 사이에 맺었던 의정합의, 의협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 맺었던 의당합의가 모두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투쟁을 촉발시켰던 악법들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계는 다시 한 번 저항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본 연구소)에서는 해당 법안들의 문제점을 분석하여 의사들이 지역의사제법과 국립의전원법을 반대할 수밖에 없는 정당한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지역의료 발전을 위한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2. 학생선발 과정에서의 특혜 및 불공정성 시비의 문제


2020년 4대 악법 저지투쟁 당시 의료계에서는 국립의전원법의 학생선발 과정에서 특혜 및 불공정성 시비가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했고, 이러한 의료계의 지적은 당시 입시 및 채용 과정에서의 공정성이 강조되던 사회 분위기와 맞물려 국민 여론의 지지를 받았다. 당시 초기 법령에서는 시도지사 추천을 받은 경우 국립의전원 입학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게 되어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논란이 불거졌고, 이에 이 내용은 최근 보건복지위를 통과한 국립의전원법에서는 빠졌다. 그러나 여전히 통과된 법안에서도 학생선발 기준은 모호하게 되어 있어 특혜 및 불공정성 시비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지역의사제법 역시도 마찬가지이다.


국립의전원법 제20조(학생선발) 2항을 보면, '의학전문대학원의 석사학위과정에 입학할 학생을 선발할 때에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제12조에 따른 의료취약지의 시ㆍ도별 분포, 공공보건의료기관의 수 및 필요 공공보건의료인력 수 등을 고려하여 시ㆍ도별로 일정 비율을 선발한다'고 되어 있다. 또한, 지역의사제법 제4조(지역의사선발전형) 1항과 2항에서는 '① 의학ㆍ치의학ㆍ한의학에 해당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대학의 장은 해당 교육과정에 입학할 학생을 선발하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일정 비율을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선발하여야 한다. ② 제1항에 따른 지역의사 선발전형은 시ㆍ도별 의료취약지의 분포, 의료기관의 수 및 부족한 의료인력 수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고 되어 있다.


법령에는 국립의전원의 정원이 얼마인지와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선발하는지는 나와 있지 않고, 여러 가지 요건을 고려해서 시ㆍ도별로 일정 비율을 선발한다고만 되어 있다. 지역의사 선발전형도 마찬가지로 수도권 이외의 의과대학, 치의과대학, 한의과대학별로 몇 명을 해당 전형으로 선발하는지와 선발 방식은 나와 있지 않고, 의료취약과 관련된 여러 가지 요건을 고려해서 정한다고만 되어 있다. 법안을 보면 선발 인원과 전형의 종류를 결정하는 핵심은 바로 적정 공공의료 인력과 의료취약이기에 이를 결정하는 객관적 기준이 있어야만 학생 선발 과정에서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


의료취약지의 지정은 시간의 흐름과 사회의 변화에 따라 변할 수밖에 없는 인구수, 성별·연령별 인구 분포, 소득 등에 따른 지역 내 국민의 의료 이용 실태, 의료인력·의료기관의 수 등 지역 내 의료공급,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한 의료기관 접근성, 그 밖에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사항을 고려하여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서 생각해보면, 본래 의료취약지였던 지역이 인구와 의료기관의 수가 늘면서 교통 인프라가 좋아져서 의료접근성이 좋아지면 의료취약지가 아니게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의료취약지가 아니었던 지역도 인구 감소와 인프라 낙후 등으로 인해 의료취약지가 될 수도 있다. 또한, 적정 공공의료 인력의 기준도 상황에 따라서 국가가 정하기 나름이므로 가변적이다.


이에 학생 선발 과정에서의 문제는 적정 공공의료 인력과 의료취약지 및 의료취약의 기준 자체가 가변적이고 모호하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학생 선발 인원수와 전형을 결정하는 이러한 개념들 자체가 수시로 바뀔 수 있다면, 특혜와 불공정성 시비는 분명히 일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의 대학 입시제도마저도 지속해서 공정성 시비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가변적이고 모호한 기준으로 의대 입학생을 선발하게 된다면 분쟁과 혼란은 피할 수 없다.



3. 지역의사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효성 문제와 학년 내 분열 및 역차별 문제


입학하는 모든 학생이 의사면허 취득 후 의무적으로 10년간 공공의료나 지역의료에 종사해야 하고, 모든 학생이 국가로부터 장학금 지원을 받는 국립의전원과 달리 지역의사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같은 학교에 일반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과 다른 과정을 겪는다. 지역의사제법 제4조 3항에서는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입학한 학생에 대하여는 공공의료 관련 과정, 지역 내 실습과정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과정을 추가로 이수하게 할 수 있다’고 되어 있고, 제5조(장학금 지원)에서는 ‘국가는 지역의사 선발전형으로 선발된 학생에 대하여 입학금, 수업료, 교재비, 기숙사비 등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학업에 필요한 경비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장학금으로 지원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일반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졸업 후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지역에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지만, 지역의사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졸업 후 보건복지부나 지자체장이 정해준 지역 내 의료기관에서 10년간 근무해야 하기에 정해진 지역을 벗어날 수 없다. 또한, 위 법령에도 나와 있듯이 일반 전형 학생들은 배우지 않는 공공의료 관련 과정이나 지역 내 실습과정을 추가로 이수해야 하기에 교과 과정도 일반 전형 학생들과 상이해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지역의사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국가로부터 장학금 지원을 받기 때문에 일정 부분 혜택을 받는다고 볼 수도 있지만, 이 장학금 지원 규정으로 인해 실효성 논란이나 역차별 논란 가능성도 있다.


법안 자체가 의과대학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는 상태에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국회에서 이 법안을 통과시킨 국회의원들은 이 법에서 규정한 내용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의과대학 교육은 의학이라는 많은 양의 학문을 4~6년의 기간 동안 컴팩트하게 배우게 되기 때문에 교과과정의 변화를 주기 어렵다. 그리고 6년제 의과대학의 평균 재학 기간이 7년이 넘는다는 사실만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한 과목이라도 제대로 이수하지 못하면 유급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이에 전형에 따라 추가 과정을 이수하게 하는 등 학년 내 학사 일정을 개인별로 다르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의과대학 학생들은 입학 당시에 꿈꿨던 의사로서의 진로가 의학 교육 및 실습의 과정을 거치면서 바뀌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의대 졸업 후 자신이 원하는 분야에서 일하기 위해서 지역과 전문과를 수시로 바꾸기도 한다. 그런데 지역의사 전형으로 입학하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해당 지역의 정해진 기관에서 10년 동안 의무적으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자유가 없고, 만약 지역의 의료 인프라나 인구 구조, 일자리 등의 문제로 인해서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해당 지역에서 제대로 할 수가 없다면 당연히 의무복무 기간 동안 근로 의욕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만약 유급을 당하게 되면 장학금 지원도 받지 못하게 되기 때문에, 해당 학생들은 장학금 규정을 혜택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 결국, 이러한 문제들은 이 법에서 규정한 의무복무 규정을 회피하기 위한 노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역의사 전형 입학의 가장 큰 문제는 입학 당시부터 결정되는 이질적인 교육과정과 향후 진로 및 장학금 수혜 등의 차이 때문에 학년 내에서 분열과 역차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의과대학은 일반대학과 다르게 학년 개념으로 학사 일정이 운영되고, 1년 단위로 매년 같은 시기에 의사면허를 취득하기 때문에 학년 내 유대관계가 타 대학과는 다르게 깊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전형의 차이 때문에 학년 내에서도 일부 학생들의 교과 과정과 향후 진로가 다르다면, 동질감을 느끼기 어려울 수 있다. 또한, 일반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 중에서도 지역 내에서 평생 근무하거나 공공의료에 종사하고 싶은 경우가 있을 수 있는데, 이 경우에는 지역의사 전형으로 입학하여 해당 진로에 우선권이 보장되는 학생들보다 불리한 조건에 놓이게 되므로 역차별을 받게 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4. 의무복무 규정에 대한 위헌성과 실효성 문제


국립의전원법 제24조와 지역의사제법 제7조에서는 면허 취득자로 하여금 보건복지부 장관 또는 시ㆍ도지사가 지정하는 기관ㆍ시설에서 10년간 복무하여야 한다는 의무복무 규정을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10년 장기 의무복무를 강제하는 것은 외국과 비교하면 복무기간이 긴 까닭에 중간 탈락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커지고, 이 때문에 여러 가지 법적 분쟁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장기 의무복무는 과잉금지의 원칙 위배,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거주지 이전의 자유 침해와 같은 기본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요소가 있다는 점도 문제이다. 이에 만약 제도 시행 이후 헌법소원 등을 통해서 해당 법안이 위헌 결정을 받게 되면, 공공의료와 지역의료 발전을 위한다는 취지와는 관계없이 의사 수만 늘려버리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실제로 일본의 공공의대인 자치의과대학도 의무복무 규정이 있지만, 장학금만 반납하면 의사면허를 취소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없어 의무복무 규정의 실효성 논란이 있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경찰대를 로스쿨 진출을 위한 통로로만 이용하고는 이탈하여 원래 취지인 경찰 간부 육성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사관학교에서 장기 군의관 양성을 위해 우수 자원들을 의과대학에 위탁교육 보냈으나, 이들이 의사 면허 및 전문의 자격 취득 후 편법으로 이탈하여 제도 시행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경우 등이 있다.


법안 자체에도 편법을 통한 의무복무 회피가 가능하도록 한 규정들이 있는데, 질병 또는 심신의 장애가 있는 경우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해당 사유가 없어질 때까지 의무복무 회피가 가능하다. 문제는 질병 또는 심신의 장애라는 상황이 의학적인 판단에 의해 매우 주관적일 수 있다는 점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부득이한 사유는 언제든 새로 만들어지거나 없어질 수 있는 가변적인 규정이라는 점이다.


또한 법안에는 전문의가 되려는 의무복무의사가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의료기관에서 수련하거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전문과목을 전공으로 수련하는 경우 그 수련기간 중 전문의 수련기간의 2분의 1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의무복무 기간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따라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어떤 의료기관과 어떤 전문과목을 지정하는가에 따라서 개인별로 수련기간이 의무복무 기간에 최소 2~3년씩 포함되어 특혜 및 형평성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5. 의대 교육 및 수련교육 부실화 문제


의대를 새로 설립하고, 의대 정원을 늘리면서 입학 전형을 다양화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합당한 시설이나 체계적인 교육과정, 자격 있는 충분한 수의 교수진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여기에 더해서 실효성 있는 실습 교육과 수련 교육을 위해서는 환자 군이나 질병 군에서 규모가 있는 부속 병원은 필수적이다. 그런데 이번에 통과된 법안과 지난 수년간 정부에서 발표한 내용을 검토해보면 부실 교육의 우려를 지울 수 없다.


국립의전원의 경우 아마도 지금까지 학생 교육을 전담한 적이 없는 국립중앙의료원을 교육병원으로 하고, 각 지역에 있는 국립병원과 지방의료원을 활용하여 공공의료에 관련 교육을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학생 교육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는 국립중앙의료원이 교육병원으로서의 수준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지도 의심스럽고, 공공의료 관련 교육이 어떠한 것인지 구체화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지방의료원과 국립병원에서 교육을 하는 것은 병원 견학 수준의 수박 겉핥기식 교육만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이 점은 공공의료 교육이나 지역의료 교육을 추가로 이수해야 하는 지역의사제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아래는 2018년도에 보건복지부가 공공보건의료 발전 종합대책에서 발표한 국립의전원 교육과정의 예시이다.

① 3학년까지 표준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4학년에 트랙제(공중보건, 공공의료, 국제보건)를 운영하여 학생 선택 기회 제공

② 지역사회 또는 공공보건의료 전문가와 학생 간 1:1 매칭 지도

③ 몰입형 지역사회 조기노출 프로그램 운영(스웨덴 제네바대학 사례 참고)

④ 지방의료원, 보건소, 의료취약지, 일차의료 실습 의무화(장기통합임상실습과정)

⑤ 통일의료, 국제보건분야에 진출할 핵심자원 양성 프로그램 운영

⑥ MD(Doctor of Medicine)-MPH(Master of Public Health) 과정을 의무화하여 졸업 후 보건행정과 의료정책의 전문가로서 역할 수행


만약 국립의전원법이 최종적으로 공포되면, 기존에 보건복지부에서 세웠던 계획대로 교육과정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의 교육과정 예시 발표를 보면 의학 교육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음을 알 수 있다. 의과대학이 다른 대학과 비교하여 2년 더 많은 6년의 교육 기간을 가지는 이유는 4년으로는 충분한 의학지식 습득이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의과대학들은 기존 의학과에 편성되었던 기초 의학 과목들의 상당수를 의예과 시기부터 교육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국립의전원과 같이 4년제를 유지하는 의학전문대학원들은 부실한 의학교육이 되지 않게 하려고 4년 동안 매우 빡빡한 학사일정을 유지한다. 4년 동안 기존의 의학 교육만 하기에도 빠듯한 일정에서 앞서 언급한 예시들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래도 만약 무리하게 해당 교육들을 한다면, 기존 의학교육과 공공의료 관련 교육 모두 부실한 교육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를 양성하는 의대는 인프라를 제대로 구성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의대 설립 문제는 신중히 결정해야 하고, 교육 과정의 부실화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철저히 관리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치권에서 무리하게 법안들을 추진하는 과정을 보면,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의 흔적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부실한 교육의 발생 원인 분석과 고찰 없이 단순히 건물만 짓고, 인원만 늘리고 보자는 수준으로 국립의전원 설립과 지역의사제를 도입하면, 교육 부실화는 피할 수 없고, 부실 의대만 추가로 양산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6. 지역의료 발전을 위한 올바른 방향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의 제공은 의사 한 명만 있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다. 의료는 의사뿐만이 아니라 간호사, 간호조무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및 진료지원 인력 등 다양한 인력들에 의해 제공된다. 지역의 의료서비스가 수도권 및 대도시와 격차가 벌어지게 된 이유에는 수도권 및 대도시로의 인구가 집중되면서 의사 이외 다른 보건의료 인력의 대도시 편중도 큰 부분을 차지한다. 지금도 지방에서는 의사보다 간호사 구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을 정도로 총체적인 보건의료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정부는 의사 수 늘리기에만 급급한 상황이다. 병원에 간호사, 간호조무사 및 다른 진료 지원 인력이 없는 상황에서 의사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 의료서비스 향상을 위해서 정부가 우선하여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은 바로 전체적인 지역 보건 의료 인력의 확보 방안이다.


대도시 이외의 지역에 인력들이 부족한 이유는 열악한 근무여건 및 생활 인프라, 대도시와 별 차이 없는 임금 수준, 일자리 부족 등의 원인 때문이다. 생활 인프라를 단번에 개선할 수는 없지만, 근무 여건과 임금 수준은 정부의 의지가 있다면 개선할 수 있다. 열악한 근무여건과 임금수준의 이유는 지역 의료기관들이 경영난으로 인해 병원 인프라 개선과 임금 인상의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대한민국에서는 저수가 시스템 때문에 많은 환자를 보아야 의료기관의 운영 및 유지가 가능하기에 의료기관들은 인구가 적은 지역에서는 생존하기 어렵다. 의료 취약지역은 인구수가 현저히 낮아 적절한 의료 수요가 창출되기 어렵고, 취약한 도로 사정 및 대중교통 이용의 불편함 때문에 그나마 있는 의료기관들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진다.


결국 의료 취약지 문제의 핵심에는 저수가와 열악한 인프라가 자리 잡고 있다. 지역 의료 서비스 향상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자발적으로 민간의료기관들이 대도시 이외의 지역에서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의료기관들의 경영난 해소를 위한 수가 인상과 세제 혜택 등이 필요하고, 이를 통한 수익 창출이 직원 복지와 임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관리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또한, 전체적인 수가의 정상화가 이루어진 수준에서 취약 지역의 수가 가산이 더해지는 정도가 되어야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위의 조치가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의료 공백이 있는 지역은 필연적으로 일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간의료기관이 진입하기 어려운 이러한 지역에 대해서만 국가가 내실 있게 의료 서비스 제공을 책임져주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재정 안정적이며 서비스 만족도나 의료의 질 측면에서도 좋은 결과가 도출될 것이다. 이미 90% 이상의 의료 서비스를 민간이 제공하고 있는 현 구조에서 무리하게 국가가 공공의료나 지역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의사 인원을 확대한다고 해서 의료 서비스 이용의 편의성 향상이나 의료의 질 향상을 담보할 수는 없고, 늘어난 의사들이 해당 분야에 근무한다는 보장도 없다. 따라서 공공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겠다는 목적으로 국립의전원을 신설하고, 특별전형을 만들며 의대정원을 확대하여 혈세를 낭비하는 것은 포퓰리즘 정책일 뿐이다.



7. 결론


본 연구소는 지금까지 수차례 의대정원을 확대한다고 해서 필수의료, 지역의료, 공공의료가 살아날 수 없다는 사실을 밝혀왔다. 적정한 의사 수가 어느 정도인지는 단순히 OECD 통계를 통한 외국과의 인력 수 비교만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도 이미 여러 근거를 통해서 밝힌 바 있다. 필요 의료 인력 규모를 정할 때는 의료접근성, 의료이용량, 의료의 질, 의료전달체계의 구조, 수가 수준, 보험 체계, 의료인 면허 체계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반영되어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의사 수는 적지만 의료접근성과 의료이용량, 의료의 질은 최고이면서도 낮은 수가를 보유한 나라는 거의 없으므로 대한민국만의 특수성도 반영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접근성과 의료이용량을 유지한 채로 의사 수가 현재보다 더 늘어나게 되면, 대도시를 중심으로 접근성과 이용량은 더욱 증가하게 된다. 이는 국민이 의료를 더 많이 이용하게 된다는 뜻이므로, 결국 폭발적인 국민 의료비의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로 이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수도권과 다른 지역, 대도시와 시골지역 간의 의료 격차를 더욱 확대하는 결과로도 이어져 지역의료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 자명하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진정으로 의료취약지 문제 해결에 의지가 있다면 이미 과잉인 도시의 의사와 보건의료 인력들이 자발적으로 의료취약지로 갈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은 앞서 말했듯이 저수가 개선, 의료취약지 의료기관 지원책 마련, 교통 인프라 개선 등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부는 귀를 닫고 의대정원 확대만 외치고 있고, 국회에서는 선거에 이용하기 위해 위헌적이고 실효성 없는 국립의전원법과 지역의사제법을 강행하려 하고 있다.


아무리 부실교육 문제가 드러나도 한 번 늘어난 의대 정원을 줄이거나 한 번 만들어진 의대를 없애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서남 의대 사태를 통해 절실히 깨달았다. 한 명의 의사가 얼마나 많은 국민을 살려낼 수 있고 또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지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한 명의 제대로 된 의사를 길러 내는 교육의 문제는 국민의 생명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므로, 부실교육은 철저히 퇴출되어야 마땅하다는 사실을 정부와 국회는 깨달아야 한다. 또한, 의료 분야에서 잘못된 법과 제도는 혈세 낭비와 의료 시스템 붕괴 등으로 이어져 국민의 삶과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게 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2024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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