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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un Medicine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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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0 [보도자료] 대한민국에는 없고 일본에는 있는 일차의료 정상화의 필수 요건

임지예 2019-06-25 17:47:16 조회수 290

 [바른의료연구소 보도자료]


대한민국에는 없고 일본에는 있는 일차의료 정상화의 필수 요건


일본은 선택분업, 적정수가, 주 30 시간 근무를 도입해 일차의료를 살리고 의료전달체계도 바로 잡아


(일본에 거주하는 바른의료연구소 연구위원이 보내온 글입니다)



일본에 관광을 가서 큰 역 주변만 보면 병의원의 수나 규모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일본은 한국과 달리 주택가 골목마다 상당히 많은 동네의원들이 있다. 역세권이냐 아니냐에 따라 매출 규모는 다르겠지만, 큰 역세권에 있는 의원이나 동네 골목의원이나 대부분 주 30 시간 근무를 지킨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역세권에 개원하지 않아 매출이 적음에도 주 30시간 근무만으로 충분히 운영되는 일본의 일차의료시스템은 어떻게 가능한 것일까?


골목 구석구석에 의원들이 많이 살아 남아있는 가장 큰 원동력은 바로 선택분업과 적정수가이다. 수가가 적정하여 적은 수의 환자를 보아도 유지가 가능하니 일본 의사들은 한국처럼 환자들을 많이 볼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의원에서도 약을 조제할 수 있는 선택분업으로 인해 역세권의 약국 주변에 개원하지 않아도 되므로, 대부분의 개원의들은 자기 집이나 집 옆에서 개원을 한다. 일본의 동네의원들은 의외로 청진기와 책상만 갖추어 놓고 진료하는 곳도 많고, 직원들의 숫자도 몇 명 되지 않는다. 따라서 매출이 적어도 건물 임대료, 장비 리스비용, 직원 인건비 등의 지출이 적어 운영에 큰 어려움이 없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의 일차의료기관을 매출로만 비교하면 별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한국이 더 높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의약분업으로 약국에서만 약을 조제하는 한국에서는 약국들이 있는 역세권에 개원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 비싼 임대료를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환자들의 일차의료에 대한 질적 요구도 높아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들고 비싼 장비들도 구비해야 하며, 이로 인해 더 많은 직원들도 필요하다. 한국에서는 의원의 월 매출이 1천만 원이면 대부분 폐업 직전일 가능성이 높지만,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일본의 동네의원들은 그 정도면 상당수가 살아남을 것이다. 따라서 대한민국에서 추가적인 재정 부담 없이 일차의료 활성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선택분업의 도입이 필수적이다.


한국의 일부 의사들과 일부 과에서는 지금도 주치의제를 주장하지만, 실제 일본은 그런 이름의 제도가 없음에도 현실적으로 주치의제가 잘 유지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적정수가에 더불어 선택분업으로 동네 구석구석까지 의원들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의약분업은 조제료로 매년 수 조원의 건강보험 재정낭비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한국의 골목의원들을 고사시켜 의료전달체계를 무너뜨린 결정적인 주범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노인들이 어디 하소연할 데가 없으면 늘 가는 동네의원을 찾아가 상담하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한국에선 환자들이 약국을 찾아가는 일이 더 흔하고, 의원에 와도 그나마 유지가 될만한 병의원에선 환자들이 많으니 오랜 시간 상담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한국의 병의원들은 환자들과 친밀감을 갖기 어렵고, 의사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지 않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반면, 일본은 적정 진료량을 가져감으로써 적정한 1인당 진료시간을 가질 수 있고, 이러한 이유로 일본의사들은 환자들의 지지를 얻고 있다. 이렇게 적정한 수가를 받는 동시에 적정 행위량을 찾는 것이 한국의료를 정상화시키는데 아주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일본 의사회의 개원의들은 주 30 시간을 일하면서 외부 활동을 대단히 열심히 하는데, 지역 라디오에 지역의사회 회원들이 고정 출연하여 질병에 대한 상담이나 교육적인 내용을 방송한다. 그리고 각 현 의사회들은 자체 협동조합을 운영한지 대부분 수십 년 이상 되었으며 각 현 의사회별로 법인을 분리 운영하고 있다. 모범적인 선순환 구조이다. 회원들은 시간적인 여유로 인해 의사회 업무나 협동조합 업무 등 회무에 관심을 갖고, 그 덕분에 각 협동조합은 각 동네의원들의 생존력을 강화시킨다. 이는 여유로운 주 30 시간 근무 때문이다.


현재 문재인 케어의 시행과 함께 적정 수가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하지만 수가 문제만을 논해서는 일차의료를 정상화시키고, 올바른 의료체계를 확립해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적정 수가와 함께 선택분업, 의사회 자체적인 적정 행위량 조절 노력이 동반된 의료전달체계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비용 증가에 대한 재정확보 대책까지 한꺼번에 논의되어야 한다. 이러한 논의 없이 무리하게 보장성을 강화하고, 진료량을 억제하면 의료는 붕괴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얽힌 실타래를 정상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 엄청난 재정이 들어가면서도 비용 대비 효과가 낮은 영국이나 북유럽식 의료제도보다는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와 의료제도가 비슷하고 벤치마킹하기도 수월한 일본의료의 성공사례를 참고할 만하다. 대한민국 의료계 역시 그 시작으로 적정 수가와 함께 선택분업에 대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2018년 4월 20일

바른의료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