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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un Medicine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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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26 [보도자료] 일본 의약분업 제도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선택분업

임지예 2019-06-25 17:52:01 조회수 616

[바른의료연구소 보도자료]  일본 의약분업 제도에 대한 오해와 진실, 그리고 선택분업


원내조제에 대한 국민들의 선호와 
완전 의약분업에 의한 과도한 의료보험 재정 지출 우려로 선택분업 유지. 
한국도 실패로 판명된 의약분업 대신에 선택분업을 도입해야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본 연구소)는 지난 20일 '대한민국에는 없고 일본에는 있는 일차의료 정상화의 필수 요건' 보도자료에서 일본은 선택분업, 적정수가, 주 30 시간 근무를 도입해 일차의료를 살리고 의료전달체계도 바로 잡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도 이전에는 다른 서구 국가들처럼 완전 의약분업 제도의 정착을 위해 노력해왔다. 하지만 현재의 일본은 막대한 의료비 지출로 의료보험 재정이 파탄날 우려가 증폭되면서 의약분업의 지속적인 확대 정책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연합군사령부의 권고에 따라 의사의 처방전 발행을 의무화한 의약분업 법률이 1951년 공식 제정되었으나, 환자가 처방전 교부를 원하지 않는 경우를 예외로 한다는 조항에 따라 의약분업이 실질적으로 진전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강압적인 제도 변화의 부작용을 우려하여 점진적으로 국민과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유인정책을 펼치면서 1995년이 되어서야 의약분업 실시를 본격적으로 공포하였다. 하지만 공포 이후에도 국민들의 혼란을 막기 위해 환자가 원하거나 의학적 필요성이 있을 경우 등의 예외 규정을 두어 원내조제를 인정하였다.


의약분업 제도 시행 200여 년이 지난 2013년도의 일본의 의약분업률은 67%로서 아직도 3곳의 의료기관 중 1곳은 선택분업을 하고 있다. 국공립병원과 공공병원들의 원외처방전 발행을 강제하여 이 기관들의 분업률이 90%를 넘었음에도 전체 분업률이 낮았던 이유는 민간의료기관의 원내조제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의료기관의 원외처방전 발행 수가를 5배나 올리고 2년마다 의약품 실거래가와 보험약가의 차액을 조사하여 약가를 인하함으로써 약가마진을 통한 수입을 줄여나가고, 원내조제 시 의약품관리료만 보상하는 등의 방법으로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원내조제보다는 원외처방전 발행을 유인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쳤다. 따라서 의료기관의 입장에서는 원외처방전 발행이 수익증대에 더 도움이 된다. 그럼에도 의료기관들이 수익이 나지 않는 원내조제를 유지한 이유는 바로 환자들이 원했기 때문이었다.


2008년 보건사회연구원이 보고한 ‘의약분업 종합평가 및 제도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에 나와 있는 일본 통계자료만 보아도 이러한 현상은 바로 알 수 있다. 의약분업이 시행 된지 10년이 지난 시기의 조사임에도 일본 국민들은 원외처방을 선호하지 않았다.


 

 

 

원외처방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경우 원외처방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이 32.7-42.4%에 불과하였다. 원외처방을 받아본 경험이 없는 경우 향후 원외처방을 희망하는 비율이 16.3%에 불과한 반면, 아예 원외처방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비율이 59.2%나 되었다. 즉, 일본이 선택분업을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환자들이 원내조제를 원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일본 의료기관들은 수익성 저하, 약물 재고 관리의 불편함 등의 이유로 원외 처방전 비율을 늘리고 싶어하지만 환자들의 요구로 이를 쉽게 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처럼 의약분업 정착을 위해 노력했던 일본 정부가 최근에는 주춤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것은 바로 의료보험 재정의 문제 때문이다. 일본은 전세계 최고의 초고령 사회이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14%를 넘으면 고령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라고 한다. 그런데 일본은 이미 전체 인구의 27%가 65세 이상이고, 이 중 50% 이상이 75세 이상이다. 이처럼 4명 중 1명이 노인이다 보니 일본의 의료비 지출은 급격히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일본 정부는 막대한 의료비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여러 정책을 펼쳐 나가고 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의약분업 정책에 대한 재평가 작업이다. 완전 의약분업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의 사례를 보아도 막대한 재정 지출이 불가피한 정책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내각부 산하의 경제사회종합연구소는 2003년 발표한 '의약분업 촉진이 의료보험 공공재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당시 매년 2-4%씩 증가하는 전체 국가 의료비 지출의 약 40% 정도는 의약분업 시행에 따른 결과로 분석하였다. 원내조제에서 원외조제로 전환을 유도하면 의료기관과 약국에 이중으로 지불해야 함을 지적하고, 100% 의약분업이 되었다고 가정하고 추산한 결과 16,987억 엔(약 17조원)의 의료비 지출이 추가로 증가한다면서 의료비 급증을 우려하였다. 이 연구소는 '의약분업의 촉진은 시간과 비용을 증가시키는 단점이 있고, 조제료가 동일하다는 문제도 있다. 의료보험 공공재정이 부족한 상황에서 비용 부담이 있는 환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합리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결국 일본은 완전 의약분업을 시행한다고 해서 선택분업보다 의학적인 지표들이 개선된다는 보장도 없고, 국민들의 불편이 가중되어 여론 악화를 피할 수도 없으며, 추가적인 의료비 지출로 인해 재정이 악화될 것이 예상되니 선택분업을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 의약분업 시행 당시 의사들이 가장 크게 우려했던 것이 바로 의료보험 재정 악화와 국민 불편이었다. 의사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약사회 주도로 강하게 밀어붙인 완전 의약분업 정책은 예상대로 건강보험 재정 파탄을 불러왔고, 국민들은 아픈 몸을 이끌고 약을 사기 위해 병원 밖을 나서야 했다. 의약분업 시행 이후 진찰 수가 재조정 및 조제 수가 신설 등으로 건강보험 지출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의원들의 경우 약국이 근처에 있지 않는 곳은 경영난에 시달려야 했으며, 이는 환자들의 2, 3차 의료기관 쏠림 현상과 더해져 의료전달체계의 붕괴를 가져와 보험 재정을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 되었다.


2008년 보건사회연구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실제 우리나라 국민들의 선택분업에 대한 요구는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래의 표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들은 성별이나 연령, 직업에 상관 없이 매우 높은 비율로 의료기관 원내조제를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단골약국이 있는 경우에도 없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원내조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결국 약국에서 받은 조제서비스가 전문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며, 같은 비용이라면 국민들은 편의성을 중요시 여긴다는 뜻이다. 일본은 선택분업으로 원내조제가 가능한 병의원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약국에서 복약지도를 아주 철저히 한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였을 때 선택분업이 시행되면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만족도는 이전에 비해 크게 향상될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대한민국도 2017년에 고령사회에 진입하였고, 2025년도에는 초고령 사회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초고령 사회에서 의료비 지출 증가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인구고령화로 의료비 지출이 급격히 증가하자 의료보험 재정 파탄을 막기 위해 죽기살기로 대응하고 있다. 약가를 대폭 인하하고, 문전약국과 대형체인약국(드럭스토어)의 조제료를 인하하고, 일반의약품의 편의점 판매를 확대하여 환자들의 자가투약(self-medication)를 장려하고, 선택분업을 유지하는 등의 정책으로 의료비 지출 감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미국이나 유럽은 현재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반면, 가장 고령화가 많이 진행된 일본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의료보험 재정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으면서도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만족도가 높다. 우리나라도 곧 닥칠 초고령사회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이미 실패로 판명된 의약분업 대신에 의료비 지출을 줄이고 환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선택분업을 도입해야 할 것이다.



2018년 4월 26일

바른의료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