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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un Medicine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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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4.07 [보도자료]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의 문제점과 올바른 방향 제언

관리자 2025-04-07 09:55:48 조회수 148

[바른의료연구소 보도자료]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의 문제점과 올바른 방향 제언



1. 서론


현 정부는 의료 분야의 만성적 문제를 해결한다는 명분으로, 사실상 의료농단에 불과한 일련의 조치들을 의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강행해왔다. 그 중에서도 정부 발표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서 2024년 8월에 발표된 1차 실행방안에서는 의대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확충 방안 등의 현안 과제가 다루어졌고, 의학교육 혁신, 전공의 수련 개혁, 상급종합병원 역할 재정립 등의 내용도 포함되었다. 그리고 1차 실행방안에서 다루어지지 않았던 정책 및 추진 계획 수립이 미진했던 정책들에 대한 실행방안을 지난 3월에 2차 실행방안이라는 이름으로 발표했다.


정부가 발표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의 주요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수도권 대형병원 쏠림을 완화하고 어디서나 양질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역량 있고 신뢰받는 지역병원 육성 및 일차의료 강화”를 추진한다. 둘째, 과도한 비급여 이용으로 인한 환자 부담 증가와 보험금 누수를 막기 위해 “비급여의 적정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을 추진한다. 셋째, 의료 분쟁 발생 시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목표로, 분쟁 조정 및 배상체계를 개선한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 개혁을 위해 재정 투자를 약속하면서,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발표하였다. 하지만 의료계와 국민들은 이번 방안의 내용과 추진 과정에 대해 우려의 시선과 비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에서는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의 세부 정책들을 면밀히 검토하여 주요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외 사례 비교 등을 통해 진정으로 올바른 의료개혁의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2. 정부 재정 지원 계획의 불투명성과 현실 가능성 관련 문제점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서는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사업을 위해 3년간 10조원, 지역 2차병원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향후 3년간 2.3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재정 지원 계획의 구체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정부는 작년에 발표한 1차 실행방안에서 일부 지역병원을 권역 거점병원으로 육성하고 필수진료 과목을 확충하겠다고 했지만, 정작 이에 따르는 보상기전이나 재원 조달 방안은 이번 발표에서 제외한 채, 지역 포괄 2차 종합병원 지원사업과 필수특화기능 지원사업 내용만 언급하였다. 일차의료 혁신 시범사업의 경우에도, 동네 의원급 기관이 만성질환 관리 등 통합적 건강관리를 제공하면 성과에 따라 차등 보상하겠다는 구상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시범사업 설계와 예산 확보 계획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다.


의료공급자의 입장에서 새로운 정책에 참여했을 때 얻을 이득이 불명확하고, 오히려 추가 업무 부담만 가중될 수 있다면 정책 참여에 협조적이기는 힘들다. 특히나 정책 실행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으면,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생기게 되어 참여에 더욱 소극적이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필요한 재원을 건강보험 내부 재정에서 충당할 것인지, 별도의 국고 지원을 할 것인지조차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아마도 건강보험 재정으로 충당해보다가 도저히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 때 국고에서 지원하겠다는 식의 안이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이 빠듯한 상황에서 추가 지출을 감당하려면 보험료 인상이나 급여범위 조정 등이 불가피한데, 이는 의료공급자 및 국민과의 사회적 합의가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러한 사회적 합의 시도는 전혀 없이 정책부터 발표한 것이다. 실제로 참여연대에서는 “이번 실행방안이 건강보험 재정운영계획을 무시한 무분별한 재원 지원 등 허울뿐인 정책으로 일관되어 있다”고 비판하며 즉각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재정 계획의 근거가 불투명한 정책은 향후 집행 단계에서 수정 및 축소되거나 목표 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대한민국처럼 의료 관련 예산을 건강보험 단일 재정에 의존하는 구조에서는 명확한 재정 운용계획은 필수적이다. 해외 사례와 비교하면, 대한민국 정부의 이러한 재정 계획 부실 문제는 더욱 두드러진다. 영국이나 일본 등에서도 의료전달체계 개선이나 지역의료 강화 정책을 펼칠 때 중앙정부가 대규모 재정 투입을 약속하지만, 명확하게 재정 투입 계획을 수립한 후에 정책을 발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예컨대 일본은 지방의료 활성화를 위해 지방의료지원 세입을 별도로 확보하고, 영국은 NHS 개혁 시 의회에서 예산 배정을 확약 받는 등 정책 재원의 안정적 확보를 전제로 정책을 추진한다. 반면 대한민국 정부는 재정 투입을 공언하면서도 건강보험 재정에서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이나 국고 지원을 하게 된다면 그 기준과 범위는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부족하여, 실제 집행 단계로 가면 보험료 인상이나 타 사업 예산 전용 등이 불가피하게 되어 논란이 발생할 소지가 높다.


결국, 재정 지원의 불투명성과 비현실성은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 전체의 실효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충분한 재원이 뒷받침되지 않는 구조 개혁은 현실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이에 정부는 정책의 취지에 부합하는 과감한 재정 투자를 실행하기 위해 구체적인 예산 확보 계획을 수립하고 공표할 필요가 있다. 또한 건강보험 재정과 국고 지원의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여, 향후 재정부담이 투명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관리되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할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지역병원 육성과 일차의료 강화라는 정책 목표에 걸 맞는 현실적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3. 비급여 포함 총진료비 증가율을 고려한 환산지수 개선 계획의 문제점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에서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 중 하나는 건강보험 수가(환산지수) 협상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밝힌 부분이다. 정부는 지역 2차병원 기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요양기관 유형별 수가 계약 시에 “비급여를 포함한 총진료비 증가율”을 고려 요소로 삼겠다고 밝혔다. 이는 해당 의료기관의 급여 진료비뿐 아니라 비급여 수입까지 모두 합친 총수입의 증가율을 기준으로 수가 인상폭을 결정하겠다는 말인데, 비전문가가 듣기에는 그럴싸해 보이는 말이지만 이는 현 의료 시스템이 유지되는 기전과 의료 공급망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매우 위험한 계획이다.


정부의 발표 내용을 쉽게 말하면, 의료기관들이 비급여로 충분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면 그만큼 건강보험 수가는 덜 올려주거나 깎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의료체계에서 중소병원과 동네 의원들이 비급여 진료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고,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 건강보험 수가 수준이 낮게 책정되어 있어 병의원들은 각종 비급여 진료를 통해 부족한 수입을 보전해야만 의료기관 운영이 가능한 상황이다. 실제로 정부도 대한민국의 의료수가가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저수가 체계이며, 비급여 수입 없이는 의료기관 운영이 어려운 현실임을 인정한 바 있다.


건강보험 수가만으로는 병원 운영에 필요한 인건비와 경상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필수의료 분야마저 축소되어 왔던 것이 대한민국 의료의 현실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보험 수가 계약 시 비급여 수입을 고려한다는 말을 통해, 사실상 비급여로 더 벌면 그 만큼 급여 수가를 깎겠다는 발언을 하는 것은 수익 비중에서 비급여의 비중이 큰 중소병원과 의원의 수가를 깎겠다는 말과 다름없는 말이 되기 때문에 여러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급여 진료 만으로는 정상적인 경영이 어려워 비급여 진료 비중을 높인 의료기관들이 높은 비급여 비중을 핑계로 급여 수가를 깎는다고 해서, 비급여를 포기하고 급여 진료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어차피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고, 인상되어도 물가 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는 급여 수가를 더 얻기 위해 비급여 비중을 줄이면, 의료기관 경영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기존에 급여 진료에만 충실하면서 힘들게 운영되던 의료기관들은 고사시키고, 비급여 비중이 높던 의료기관들로 하여금 급여 진료를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를 만들어낼 것이다.


또한, 비급여 의료는 원칙적으로 의료기관과 환자 간의 자유계약의 영역이다. 법적으로 보험급여 대상이 아닌 진료에 대해 가격과 제공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맡겨져 있다. 그런데 정부가 건강보험 수가 협상에 비급여 매출 규모를 반영하게 되면, 사실상 국가가 자유계약의 영역까지 관리하면서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이는 자유계약의 영역에 대한 간접적 통제로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사실상 총진료비의 상한이 정해지는 것과 마찬가지 결과로 이어진다. 일본이나 독일 등 주요국에서는 민간 의료 지출은 별도로 관리하거나 아예 시장 자율에 맡기며, 공보험 수가는 의료행위 원가와 적정 이윤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반면, 대한민국처럼 민간부문의 수입을 공적 가격 결정에 연동시키는 나라는 찾기 어렵다.


해당 계획의 또 다른 문제는 형평성이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대형병원은 비급여 진료 비중이 낮으므로 수가 인상 여력이 크고, 동네의원은 비급여 비중이 높으므로 수가 인상 억제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일차의료기관일수록 낮은 수가 때문에 비급여에 의존해 온 측면이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비급여 포함 총진료비 지표를 활용하면 의원들의 수가 인상률을 낮추는 근거로 활용되어, 동네의원의 경영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일차의료 강화라는 정책 취지와도 모순되는 것이다.


해외의 사례를 보더라도, 의료수가 결정에 있어 의료 공급 원가와 적정 이윤 보장이 최우선 고려사항이지, 민간 수입을 빌미로 공적 수가를 깎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미국의 경우 민간 보험사들이 병원과 수가 계약을 맺을 때 병원의 전체 수입이 아닌 진료 원가와 가치를 기준으로 협상한다. 독일은 연방 수준에서 질병군별 점수와 점수당 가치를 정하는데, 이는 의료행위에 투입되는 비용 요소들을 근거로 산정한다.


OECD 국가들과 비교해도 현재 한국의 수가는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며, 급여 의료는 원가의 70%~80% 정도만 보상되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수가의 현실화이지, 비급여를 이유로 수가 인상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는 것은 힘들게 유지되고 있는 의료 공급망 자체를 망가트리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따라서 이 같은 수가 협상 방식 변화는 반드시 재고되어야 한다.


올바른 해결 방향은 비급여 비중이 커지게 된 근본 원인인 저수가 구조를 개선하여 비급여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이다. 이에 정부는 필수의료 및 지역의료에 대해서는 국제적 수준에 견주어 부족함이 없는 적정 수가를 보장하고, 비급여는 시장원리에 맡겨 의료기관이 혁신과 양질 서비스 제공을 통해 수익을 얻도록 유도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이것이 의료계와의 불필요한 갈등을 피하면서도 국민 의료비 부담과 의료의 질을 균형 있게 관리하는 길이 될 것이다.


4. 관리급여 제도 도입의 위헌성 및 법률적 문제점


정부는 비급여 의료행위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이른바 ‘관리급여’ 개념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관리급여란, 현재 건강보험 급여 영역에 포함되지 않은 비급여 항목 중 일부를 선별하여 보험 급여의 틀 안으로 편입하되, 환자 본인이 비용을 대부분(대략 95%) 부담하도록 설계하는 제도이다. 얼핏 보면 관리급여는 기존의 선별급여와 유사해 보이지만, 그 취지와 효과 면에서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선별급여는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되었지만 비용 효과성 등의 문제로 급여 확대에 조건이 필요한 항목에 대하여, 일정 기준 미충족 시 본인부담률을 50% 이상으로 높여 부분급여화한 것이다. 반면 관리급여는 애초에 급여가 아닌 비급여 항목을 정부가 지정하여 급여 영역에 한시적으로 끌어들이는 것으로, 정부가 원칙적으로 관여할 수 없는 비급여 시장을 강제로 통제하기 위한 장치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 급여도 비급여도 아닌 형태로 정부가 비급여를 묶어 관리하겠다는 개념이다.


정부는 관리급여의 대상으로 진료비 규모가 크고 증가율이 높은 비급여 항목을 우선 지정할 방침임을 밝혔다. 이는 곧 현재 비급여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예를 들면 도수치료, 증식치료, MRI·초음파 등 고가 영상 검사나 로봇수술, 특수 주사제 등)에 먼저 손을 대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문제는 그 기준이 모호하고 자의적이라는 점이다. 관리급여로 지정되면 해당 의료행위는 법적으로 급여항목이 되어 건보공단의 관리를 받지만, 비용은 환자가 거의 전액 부담하게 된다. 환자 입장에서는 여전히 돈을 다 내야 하니 사실상 비급여와 다름없는데 자율적인 이용에 제약을 받게 되고,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가격 책정이나 제공 여부 등에 있어 정부 통제를 받게 되는 것이다.


발표된 내용대로 관리급여 제도가 시행되면 정부는 언제든 모든 비급여 의료를 관리급여로 편입할 수 있게 된다. 즉, 관리급여라는 틀이 일단 생기면, 비급여 시장 전체를 정부 마음대로 통제할 수 있는 수단이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시장경제 질서에 대한 심각한 개입이며, 의료기관의 경영 자유와 환자의 선택 권리에 대한 광범위한 제한을 초래한다. 이러한 관리급여 도입은 헌법적 관점에서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수행의 자유와 재산권 측면에서, 의료기관이 자신의 서비스 가격과 제공 내용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는 중요한 요소이다. 현재 국민건강보험 제도 하에서 병의원들은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따라 모든 보험 환자를 받아야 하고, 공단이 정한 수가대로 진료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두 차례(2000년, 2012년)의 위헌소송에서 이러한 당연지정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 그 핵심 근거 중 하나가 “비급여 진료라는 대안적 선택지가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즉 의료 공급자와 환자 모두 건강보험 밖에서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비급여 영역이 보장되므로, 당연지정제로 일정 부분 자유가 제한되더라도 위헌이 아니라는 논리였다.


그런데 만약 관리급여를 통해 사실상 비급여 영역을 없애거나 줄여버린다면, 이러한 합헌 논리가 약화된다. 실제로 의료계에서는 정부가 비급여를 사실상 없애거나 관리급여로 통제하면,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환자만 보도록 강제하는 현재의 제도가 의료기관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는 곧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요양기관 강제지정 제도가 유지되려면 비급여라는 자유 영역이 일정 부분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기존 입장이므로, 관리급여 도입은 현행 제도의 헌법적 정당성 근거를 스스로 허무는 조치가 될 수 있다.


또한 환자의 자기결정권 및 재산권 침해 측면도 문제다. 비급여 진료는 원칙적으로 환자가 자신의 사적 재산을 들여 추가적인 의료 서비스를 선택하는 행위이다. 이는 개인의 자기결정권과 재산권의 영역에 속한다. 그런데 정부가 관리급여라는 이름으로 어떤 진료는 반드시 관리급여로 받아야 한다고 강제하면, 환자는 원치 않아도 그 절차를 따르거나, 혹은 해당 의료를 아예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어떤 신의료기술이 아직 건강보험에 급여화되지 않아 비급여로 제공되던 중 관리급여로 지정되면, 환자는 공단 지침 범위 안에서만 그 의료를 받을 수 있고 비용도 똑같이 부담해야 한다. 이는 기존과 거의 같은 비용을 지불하고도, 자유롭게 비급여 의료를 이용할 권리를 침해 받는다는 뜻이다. 결국 관리급여는 환자의 의료 선택권을 제한하고,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법률적 절차의 문제도 지적된다. 현재 비급여는 건강보험 관련 법령이 아닌 의료법과 시장 원리에 의해 규율된다. 관리급여를 도입하려면 선별급여를 규정한 건강보험법 시행령·고시에 특정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지정하는 권한 등을 부여해야 할 텐데, 이러한 하위규정 개정만으로 민간 계약 영역을 통제하는 것은 법체계의 정합성에 어긋날 수 있다. 자칫하면 상위법의 개정이나 제정 없이 시행령 수정만으로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는 포괄위임입법 금지 원칙 등에 저촉될 가능성도 있다.


해외 선진국의 사례에서는 관리급여와 유사한 제도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국가들은 공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의료 서비스는 의료기관과 환자의 자율에 맡긴다. 예컨대 독일은 법정보험이 커버하지 않는 일부 고급 서비스(이른바 IGeL; 선택적 개인의료서비스)에 대해서는 의사가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동의 받아 별도 계약으로 제공하도록 하되, 정부가 그 가격이나 제공 자체를 직접 통제하지 않는다. 일본 역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자유진료)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지 않으며, 대신 보험이 적용되는 치료와 병행해서 받을 경우에만 일정 기준을 두는 혼합진료 금지 원칙을 운영할 뿐이다.


미국처럼 완전히 시장에 맡기는 나라는 물론이고, 사회보험 방식을 도입한 국가들도 비급여 부문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법적·행정적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 관리급여를 도입한다면, 이는 전례 없는 비시장적 규제로 국제적으로도 특이한 사례가 될 것이다.

결국 관리급여 제도는 의료체계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며, 헌법적 정당성과 법률 체계의 측면에서 상당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정책이다. 의료계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비급여 폐지 조치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위헌소송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는 관리급여 추진을 신중히 재고해야 한다. 비급여 남용을 억제하고 필요시 급여화로 편입하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할 수 있으나, 그 해법이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방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올바른 방향은 의학적 타당성과 비용효과성이 검증된 비급여는 신속히 급여화하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시장에 맡겨 환자 선택에 따라 제공되도록 유도하되, 가격 정보 공개 등 투명성 제고를 통해 환자 보호를 강화하는 접근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이 헌법이 정한 자유와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의료비 합리화를 도모하는 길이 될 것이다.


5. 환자대변인제 및 컨퍼런스 감정제 도입의 문제점


정부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환자와 의료진 간의 신뢰를 높이고 분쟁 해결의 공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환자대변인과 컨퍼런스 감정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의료분쟁 조정중재원의 감정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의 하나로 제시되었다. 구체적으로, 의료사고 감정 과정에 환자측을 대변하는 인물(환자대변인)을 배정하고, 다수의 의료감정 전문가들과 비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사건을 종합적으로 심의하는 컨퍼런스 방식의 감정을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의료사고 분쟁에서 환자측의 목소리를 더 잘 반영하고, 감정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환자대변인제와 컨퍼런스 감정제의 도입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환자대변인은 환자의 입장에서 최대한 의료진의 과실을 주장하고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환자대변인을 변호사가 하게 된다는 점에서, 이 제도는 환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라 법적 소송을 더욱 촉발시키는 제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환자대변인은 의료사고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풀에서 충원되고 보건복지부가 위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큰 문제는 환자대변인의 감정 개입으로 인한 절차의 변질 가능성이다. 의료사고 감정은 의학적 판단에 기초하여 의료 과실 여부를 가리는 전문적인 과정이다. 그런데 여기에 환자대변인이라는 법률 전문가 일반인 대표가 참여하게 되면, 자칫 감정 절차가 쟁송화될 수 있다. 이는 감정위원회 내부에 ‘미니 재판’ 같은 대립 구조를 가져와, 본래 전문지식에 따른 사실 판단에 집중해야 할 감정 절차가 법정 공방처럼 변질될 우려가 있다. 예컨대 환자대변인이 의료진의 과실을 강하게 의심하며 추가 감정을 요구하거나 다른 해석을 주장하면, 감정위원들은 의학적 판단과 별개로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그 결과 감정결과가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또는 감정위원들 사이의 의견 조율이 어려워 모호한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컨퍼런스 감정 방식도 의도와 달리 속도 지연과 책임 불명확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여러 감정위원과 환자대변인까지 한자리에 모여 토론하다 보면 개별 전문가가 독립적으로 보고서를 내는 기존 방식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정부는 신속한 수사를 위해 감정을 150일 이내에 마치도록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여러 이해관계자가 참여하면 합의 도출이 어려워 기한 내 결론을 못 내리거나, 겨우 중립적인 결론만 도출하고 핵심 쟁점에 대한 명쾌한 판단을 회피할 위험도 있다. 게다가 의료 문외한에 가까운 시민단체나 환자단체의 참여는 감정의 전문성마저 훼손시킬 우려가 높다. 그렇게 되면 검찰이 참고해야 할 감정 의견의 전문성과 신뢰성이 담보되지 않아 결국 다시 사법 절차에서 다툴 여지가 남게 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부분적 제도 개선만으로는 근본적인 의료사고 리스크 완화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번 실행방안에서 의료계가 강력히 요구했던 의료사고 형사처벌 특례 입법이 제외된 것이 그 예이다. 정부는 필수의료 분야에 한해 중대한 과실이 아닌 경우 가급적 기소를 자제하겠다는 원칙 정도만 담았을 뿐, 의료계가 원했던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의료인 형사기소 배제와 관련된 법제화는 끝내 반영하지 않았다. 즉 의료진이 가장 두려워하는 형사처벌 위험은 여전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대변인이나 컨퍼런스 감정 도입은 오히려 의료진에게 “정부가 우리를 지켜주기는커녕, 환자 편만 드는구나”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필수의료 기피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의료사고 안전망 대책이 의료진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필수의료 살리기와 같은 실효성을 거두기는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해외 사례는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영국의 경우, 의료사고가 발생해도 의료진의 형사 처벌은 매우 신중하게 이뤄진다. 2015년 영국 보건부는 “처벌이 아니라 학습(Learning not Blaming)”을 모토로, 의료과실에 대한 형사적 추궁보다는 환자 안전과 사고 예방에 집중하는 정책 기조를 발표했다. 또한 독립적 기구를 통해 의료사고를 조사·감정하고, 민사적 해결을 우선하는 절차를 운영한다. 일본도 2015년부터 의료사고조사제도를 도입하여,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의료사고를 판단해 보고하면 제3의 조사기관이 재조사 및 재발방지 대책을 권고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이는 의료사고를 형사 문제화하기 전에 의료 전문적으로 검증하고 개선 기회를 제공하는 장치다.


미국은 의료소송이 잦은 나라로 악명이 높지만, 오히려 그것이 필수의료 기피와 방어진료를 초래하자 일부 주에서는 소송 전 감리 패널(전문가 심사위원회) 제도를 도입하여 소송 남발을 억제하고 신속한 분쟁 해결을 도모했다. 또한 거액 배상금 중 상당 부분이 소송 비용으로 소진되는 비효율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 경험이 가르쳐주는 바는, 의료사고로 인한 법적 위험을 근본적으로 완화하려면 절차적 개선만으로는 부족하며, 법·제도적 개혁과 지원책이 패키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환자대변인제 및 컨퍼런스 감정제의 도입은 취지는 좋을지 몰라도 위와 같은 부작용 가능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의료분쟁 조정제도의 핵심 목표는 분쟁을 신속히 합리적으로 해결하여 불필요한 소송을 줄이고 환자 피해를 빠르게 구제하는 데 있다. 그러려면 중립성과 전문성이 최우선으로 담보돼야 한다. 환자 권익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전문적 판단과 별개의 차원에서 배려되어야 한다.


정부는 환자 측 의견이 전문적 판단에 과도한 영향을 주지 않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감정 과정은 철저히 의료 전문가의 과학적 판단에 기반하도록 해야 한다. 동시에 의료사고 피해 환자에 대한 실질적 보상 체계 강화(예: 국가배상책임제 도입이나 공공보험을 통한 충분한 배상 등)와 의료인의 형사책임 범위 조정(예: 과실치사상의 비범죄화 또는 기소배제)이 함께 추진될 때, 의료진과 환자 모두 신뢰하는 안전망이 구축될 수 있을 것이다.


6. 결론


2025년 3월 발표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은 재정 계획의 불충분, 현실과 동떨어진 수가 정책, 자유권 침해 소지 있는 규제 도입, 분쟁 해결 절차의 역효과 우려 등 여러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 자칫 잘못된 방향의 정책이 강행될 경우, 의료현장의 혼란과 필수의료 기반이 더욱 약화되는 문제로 이어져 국민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이라도 면밀한 재검토와 보완이 필요하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에서는 위에서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올바른 방향도 제시하였다.


먼저 정부는 발표한 의료개혁 2차 실행방안의 세부 정책들을 재정비하여 필수재정 투입 계획을 구체화하고, 부족분은 국고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자세하게 마련한 이후에 정책 추진을 고려해야 한다.  또한, 비급여 통제 위주의 접근을 수정하고 수가 정상화를 통한 필수의료 강화로 정책 중심을 이동시켜야 한다. 비급여 포함 총진료비 지표 도입이나 관리급여 시행 정책은 폐기하고, 대신 저수가 개선과 신속한 급여화, 비급여 투명성 제고 등의 방향으로 대책을 전환해야 한다.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에 있어서는 의료인의 형사책임 범위 조정을 통해 근본대책을 병행해야 하고, 전문성과 신뢰성이 담보된 의료 감정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의료인의 지나친 형사책임 부담을 완화하고, 급여 진료 과정에서 발생한 의료 사고시 환자 보상을 국가가 상당부분 책임지는 시스템(국가배상제)을 마련해야 필수의료 인력이 안심하고 현장에 남을 수 있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의료계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인정하고, 의료계와의 소통과 협업을 강화할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주요 정책은 입법 전에 충분한 의견수렴과 사회적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의료는 공공재적 성격과 시장재적 성격을 동시에 가지는 특수한 분야인 만큼, 정부의 역할과 시장의 역할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 무절제한 시장 방임도 문제지만 지나친 국가 통제는 혁신을 저해하고 의료 현장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지금까지 수 십년간 대한민국 정부는 의료의 시장재적 성격은 축소시키고, 공공재적 성격만을 부각시키며 의료 사회주의 시스템을 만들어 왔다. 이에 앞으로 대한민국 의료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면서도 유연하게 발전하려면, 국가 통제 일변도 의료 정책을 버리고 자율성을 더욱 보장하는 의료 정책으로 변모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해부터 정부가 일방적으로 강행해온 의대정원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로 대표되는 의료 농단은 정부 통제의 극단적인 형태라고 볼 수 있고, 가장 먼저 사라져야 한다. 특히 이러한 독단적인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던 대통령이 헌법 가치를 훼손하여 파면되었으므로, 정부는 더 이상 의료 농단을 지속할 이유도 명분도 사라진 상태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지금은 대한민국 의료가 직면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다. 의료개혁의 목표는 단기적인 지표 달성에만 그쳐서는 안 되고, 국민과 의료인이 모두 만족하는 지속 가능한 의료 시스템의 구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헌법적 가치와 시장경제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모두가 안심하며 의료를 이용할 수 있는 나라, 그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상이다. 이에 현 정부와 2개월 후 새롭게 출범할 정부 모두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의료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힘을 합쳐 나가야 할 것이다.




2025년 4월 7일


바 른 의 료 연 구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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