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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Barun Medicine Institute

보도자료

26.01.05 [제언서] 정부 의사인력 수급추계 결과에 대한 비판과 정책 제언

관리자 2026-01-05 11:04:16 조회수 32

[바른의료연구소 제언서]

정부 의사인력 수급추계 결과에 대한 비판과 정책 제언

 

1. 서론

 

2025 12 30일 보건복지부 산하 의사인력수급추계위원회(이하 추계위) 2040년까지 국내 의사 인력이 최대 11,136명까지 부족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발표했다. 이 추계 결과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 증가와 현재 의대 정원( 3,058) 유지 시의 공급을 비교한 것으로, 정부는 이를 토대로 향후 의대 정원 확대 논의를 본격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 추계 방식과 전제에는 다수의 편향과 오류가 존재하며, 이를 그대로 정책에 반영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실제로 의료계와 전문가들은 해당 추계가 과거 경향을 기계적으로 연장한 결과일 뿐, 의료 시스템의 구조적 문제와 미래의 불확실성을 간과한예정된 결론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의사인력 확충 문제는 단순히정원을 몇 명 늘릴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분포의 불균형, 필수의료 위기, 교육 역량 한계 등 복합적인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이에 단기적으로는 의대 정원을 유지한 상황에서 교육 및 향후 의학의 발전 상황을 살펴보고, 중장기적으로 정원의 증원 또는 감축을 신중하게 논의해야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본 연구소)에서는 정부 추계 결과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정부 정책의 오류를 지적하며, 나아가 의사인력 수급과 관련한 문제에 있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2. 정부 수급추계 결과 및 방식 요약

 

정부 추계위는 인구 고령화로 인한 의료 이용 증가와 현행 의대 정원 유지 시 의사 공급을 전망하는 기초모형을 수립하였다. 그 결과 2035년에 약 1,500~4,900명의 의사 부족이 발생하고, 2040년에는 부족 규모가 5,700~11,136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되었다. 수요 추계는 국민의 전체 의료이용량을 과거 입원·외래 이용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기회귀누적이동평균(ARIMA) 모형으로 연장하고, 인구 구조 변화(코호트 요소법)를 반영하여 산출되었다. 공급 추계는 매년 의대 졸업생 유입과 은퇴 등 유출을 감안한 스톡-플로우 모델로 수행되었으며, 면허 의사 중 실제 임상에서 활동하는 비율을 적용하여 활동 의사수를 계산했다. 추가로 인공지능(AI)에 따른 생산성 향상, 의사 근무일수 변화 등의 시나리오 분석도 시행하여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검토했다고 한다.

 

정부는 이러한 추계 결과가검증된 통계모형에 현재 관측 가능한 변수와 합의 가능한 가정을 적용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26 1월부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이하 보정심)에서 해당 추계치를 근거로 2027학년도 이후 의과대학 정원 확대 규모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 추계의 전제와 방법론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는지에 대해서는 상당한 의문이 제기된다.

 

 

3. 수급추계 결과에 대한 문제점 분석

 

수요·공급 지표 산정의 불균형과 데이터 편향

 

정부 추계는 의료수요를 과거의 진료 이용량 데이터에 근거해 산출하고, “공급은 의사 수(임상의사 수)로 계량하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요 지표와 공급 지표 간 불균형이 존재한다. 최근까지의 의료 이용량 증가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자연증가분도 있지만, 병상 확대 및 접근성 향상에 의한 증가도 있고, 공급자 유인 수요에 따른 증가분도 포함되어 있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단순히 의사 수만 반영하여 의사의 노동량(근무시간)이나 생산성 변화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실제 추계위 결과는 투입 변수 가정에 따라 예측치가 2배까지 차이 날 정도로 불확실성이 큰데도, 이러한 모형 불확실성에 대한 정밀한 검증 없이 발표만 서둘렀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추계 모델이 사용하는 수요와 공급의 데이터 소스 역시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 결론의 신뢰도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공급 데이터인 의사 수는 면허 기반의 전수조사로 100%에 가까운 정확도를 보이지만, 수요 데이터인 진료량은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청구 자료만 활용되기 때문이다. 이는 전체 의료 시장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비급여 진료(성형, 피부, 미용, 각종 비급여 검사 및 처치 등)를 완전히 배제한 수치이며, 이로 인해 공급된 의사에 비해 진료량을 감당할 의사가 부족하기에 의사 배출을 늘려야 한다는 어이없는 결과가 도출될 수 있는 함정으로 작용한다.

 

특히 최근 정부는 관리급여를 도입하여 의료기관들의 비급여 의료행위를 제한하고, 미용 의료를 타 직역에 확대해서라도 의사들의 미용 및 비급여 시장 진출을 막으려 하고 있다. 이에 만약 정부가 이러한 정책을 펼쳐서 미용 및 비급여 의료로 진출하는 의사들이 현재보다 현저히 줄어들 경우, 배출되는 의사 수는 줄어들어야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추계위에서는 이러한 정책적인 변화 부분을 추계 과정에서 전혀 반영하지 않음으로써 추계 결과를 더욱 믿지 못하게 만들었다.

 

또한, 의료 이용량 증가율을 현행 수준으로 미래까지 유지한 가정은 비현실적이다. 의료계에서는 의료 이용량이 현재와 같은 비율로 증가한다는 가정은 인구경제학적으로나 현행 건강보험 체계에서 불가능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로 총 의료 이용이 늘어날 수도 있으나, 건강보험 재정 한계와 의료전달체계 개편 노력 등으로 의료 이용 행태가 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요 추계가 이러한 정책적 변수들을 고려하지 않고 과거 추세를 기계적으로 연장한 점은 크나큰 한계라고 볼 수 있다.

 

병상 과잉에 따른 수요 착시 효과와 정부 정책 방향에 의한 변화 가능성 배제 문제

 

우리나라는 OECD 최고 수준의 인구 대비 병상 수와 높은 의료 접근성을 보인다. 이는 의료 이용률을 높이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병상이 많고 환자를 유인해야 하는 구조에서 의료기관들에서는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정부 추계가 이용한 과거 의료 이용량 데이터에는 이러한 공급유인에 따른 과잉 의료 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1인당 입원일수나 외래빈도는 공급 측 요인에 영향을 받는데, 이를 의료필요” 수요로 간주하여 의사 필요 인원을 산정하면 실제보다 부풀려질 위험이 있다.

 

일본의 사례를 봐도, 일본과 한국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비슷하지만 병상 수는 과도하게 많아 의사 1인당 담당 병상이 과다한 상태임이 지적된다. 이는 곧 의사가 적어서가 아니라 병상이 너무 많아 생기는 착시 효과일 수 있다. 일본 도쿄의대 하시모토 교수는일본과 한국은 병상수가 너무 많아 인구당 의사수가 낮아 보이는 것이지 의사 절대수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의사 수 증가는 곧 의료비 증가로 이어지고 한 번 늘린 의사 수는 줄일 수 없다는 점을 경고했다. 우리 정부의 추계 또한 의료 이용량 증가 = 의사 부족이라는 도식을 따랐지만, 그 이면에는 공급 과잉에 따른 불필요 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정부는 이미 요양병원 병상을 중심으로 병상 감축을 계획하고 있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의료 수요 공백을 지역사회 돌봄으로 전환시킬 것이라 밝히고 있다. 또한 간호법 제정으로 인해 불법이었던 진료보조인력이 합법화되어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 인력들이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의사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어, 입원 의료 영역에서 필요한 의사 수는 과거에 비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결국 정부가 계획한 정책이 예정대로 이루어지면, 의사의 역할은 대폭 축소되어 필요 의사 수가 줄어들게 된다. 이에 추계위에서는 정부 정책 방향까지 감안해서 필요 의사 수를 추계했어야 함에도 이러한 부분을 완전히 무시한 채 결론을 내렸다.

 

외래와 입원 서비스 환산지수 적용의 비과학성

 

이번 추계에서 외래 진료와 입원 진료를 합산하여 전체 의료 이용량을 산출하는 과정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추계위는 병원, 의원 등 종별로 입원 건수와 외래 건수를 시계열 추계한 뒤 합산했다고 설명했는데, 이 때 외래 진료를 입원 환자일로 환산하는 지수를 어떻게 적용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외래 환자 1명과 입원 환자 1명의 진료에 있어서 필요한 의사 근무 시간은 크게 다른데, 둘을 동일 선상에 놓고 단순 합산하면 의사 인력 산정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 수가 책정 등에서는 외래 환산지수를 별도로 두고 있지만, 이는 비용 산출을 위한 행정지표일 뿐 의사 노동 투입량을 정확히 반영한 과학적 지표는 아니다.

 

만약 추계위가 입·내원일수(입원일 + 외래방문일)를 합친 수치를 기반으로 의사 1인당 연간 환자일을 계산해 수요를 산출했다면, 이는 외래 1건과 입원 1일을 동일하게 취급하는 오류를 범한 셈이다. 가령 외래 1명 진료가 입원환자 1명 진료와 등가가 아님에도, 자칫 1 외래 = 1 입원처럼 계산되었다면 필요 의사 수가 부풀려졌을 것이다. 정부 보도자료를 보면 2024년 기준 임상의사 1인당 의료 제공량(·내원일수)을 활용했다고 적시되어 있는데, 이 산출식이 현실 진료량과 괴리가 큰 비합리적인 지표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별도의 가중치를 부여했다면 그 근거가 불분명하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추계위 내부 논의에서입원 1 = 외래 3.9등의 가중 환산이 언급되었다고 전해지지만, 이러한 수치는 어디까지나 과거 통계적 비율에 불과할 뿐 의학적 근거에 기반한 표준 작업량 지표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환산 지수의 미묘한 차이가 결과적으로 수천 명 단위의 수요 차이를 발생시킬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의사노동 생산성이나 진료시간 분석 등에 대한 면밀한 연구 없이 임의의 환산계수를 적용했다면 이는 결과의 신뢰도를 현저히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예컨대 입원 환자 진료의 효율화로 환산계수가 변하거나, 외래 진료 자동화(: AI 판독 도입)로 의사 1인당 처리 가능한 외래 환자 수가 늘어날 경우, 미래 수요 계산은 크게 달라진다.

 

의사들은 통상 외래와 입원을 병행하며 진료하고, 입원전담전문의 등의 도입으로 진료 형태별 업무 분담도 변화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추계는 과거 행태를 고정한 채 외래+입원을 단순 환산하여 미래까지 늘린 것으로 보여 진다. 예컨대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진료 확산으로 외래 수요가 일부 대체되고 있음에도, 이러한 진료행태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기존 환산지수를 적용하면 의사 부족을 과대 계상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추계에서는 의료기술 발전과 업무 재조정에 따른 의사 생산성 향상 가능성을 간과한 채 추계를 한 것으로 보이고, 외래·입원 환자의 의사 소요를 동등 단위로 환산하거나 임의로 가중 환산을 정한 접근 방식은 과학적 타당성이 떨어지며, 추계의 신뢰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미래 불확실성 경시와 가족계획 실패 사례의 교훈

 

중장기 인력 수급 전망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미래 변수를 예측하는 일이다. 추계위도 인정했듯이 기술 발전, 의료 정책 변화, 의사 근로형태 변화 등은 완전 예측이 어렵고 데이터 한계로 모형에 포괄적 반영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추계위의 발표는 과거의 경향성을 그대로 적용한 채로 불확실성이 큰 장기 전망치를 마치 확정된 사실처럼 오인하게 만들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행태는 과거의 여러 정책 실패 사례를 떠올리게 하는데,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인구정책(가족계획)의 사례다.

 

1960~70년대 정부는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 꼴 못 면한다는 구호 아래 산아제한에 총력을 기울였고, 그 결과 합계출산율은 6명대에서 급격히 저하되어 1984년에는 1.74명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정부는 합계출산율이 이미 대체출산율 이하로 내려간 이후에도 한동안 산아제한 기조를 유지했고, 1990년대 후반이 되어서야 인구 위기 문제를 인식하여 뒤늦게 출산장려로 정책을 전환했다. 이 정책 실기의 대가로 오늘날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0.75, 2024)과 급속한 고령화라는 인구절벽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는 인구정책 당국이 오차가 큰 장기 전망을 맹신하여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린 뼈아픈 사례이다.

 

의료인력 정책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의료 수요와 공급은 향후 질병 구조의 변화, 의학기술 혁신(AI 진단 등), 의료인력 팀 구성 변화, 비대면진료 확대, 환자의 의료이용 행태 변화 등 무수한 변수에 의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 추계는 이러한 미래 변동성을 제한적으로만 반영한 채, 증원 결정이라는 결론을 정해둔 상태에서 역으로 숫자를 맞춘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부는 일부 AI 등의 시나리오를 검토했다지만 이는 부가적 참고일 뿐, 본 결과 도출엔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는 마치 과거 가족계획에서 출산율이 계속 높을 것이라 보고 강력 억제정책을 편 것과 유사한 오류다. 미래는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으며, 정책이 변화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결국 정부 추계에 미래 여건 변화에 대한 민감도 분석이 부족했다는 점은 심각한 한계이다. 인구예측 실패의 교훈을 상기하여, 인력 정책 결정 시에는 최악과 최상의 시나리오 범위까지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특히 의사 인력은 한번 늘리면 줄이기 매우 어려워 인위 조정의 위험이 크므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편이 바람직하다.

 

대한민국 의학 교육과 수련 교육 환경의 구조적 위기

 

의사 인력 양성과 직접 관련된 의과대학 교육 및 수련체계의 한계도 간과되고 있다. 현재 우리 의과대학들은 지난 2020년 의정 갈등 여파로 2024학번과 2025학번 신입생을 동시 교육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이른바이중학번 동시교육”(더블링) 사태로, 대부분 의대에서 평년의 2~4배에 달하는 학생들이 한 학년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교육부와 각 의대는 2024학번의 교육과정을 6개월 단축하거나 두 개 학년을 격차 두고 졸업시키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2029년경에는 본과 3~4학년 실습생이 평년 대비 1.7배 이상 동시에 쏟아져 나와 수련 병원의 수용 한계를 초과할 전망이다. 이미 2029년 하반기에는 본과생 1500명이 한꺼번에 실습을 나가게 되어, 기존 6,000명 대비 크게 늘어나게 된다. 이는 전공의 수련 대란으로 직결될 우려가 크며, 실제로 인턴 정원 등은 병상 수에 비례해 결정되기에 유연한 확대가 어렵다.

 

이렇듯 의대 정원 동시 증폭 사태가 벌어지자, 전국 의과대학 교수협의회와 KAMC(의과대학·의전원협회) 등은 교육부에이중학번 문제 해소 전까지는 의대 정원 추가 증원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상태다. 그러나 정부는 정원 문제를 대학 자율에 맡긴다고 하면서도 사실상 증원 정책 추진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중학번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면, 가뜩이나 취약한 의대 교육 여건은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 이미 상당수 의과대학에서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국제 기준에 크게 못 미쳐 실습 교육의 질적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또한 현재 임상 교수 인력과 수련 병원 인프라는 지난 20여년간 정원 3,058명 수준에 맞춰 겨우 유지되고 있었는데, 갑작스러운 정원 확대 시 이를 감당할 추가 투자와 계획이 전무하다. 고질적인 전공의 기피과 문제도 교육 여건과 직결되는데, 필수과에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는 원인 중 하나는 교육환경 열악과 교수 인력 부족이다. 정원을 늘린다고 해서 필수과 지원이 늘지 않을 것은 자명하고, 오히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의사만 양산될 수 있다. 그럼에도 정부 추계는몇 년 후 의사가 몇 명 부족이라는 숫자만 부각했을 뿐, 정작 그 의사를 가르칠 시스템이 유지 가능한지에 대한 현실은 외면하고 있다.

 

요약하면, 현재 대한민국 의학교육 체계는 이중학번 사태와 누적된 투자 부족으로 붕괴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무리한 정원 확대는 교육과 수련의 질을 떨어뜨려 오히려 의료의 질과 시스템 유지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 따라서 현재는 혼란 상황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도 정원 동결 내지 축소를 통해 교육 정상화에 집중하고, 교육 및 수련 인프라가 회복된 이후에 의대 정원 관련 논의를 해야 맞는 것이다.

 

 

4. 주요 해외 선진국 사례 비교: 추계 방식과 접근법

 

의사인력 수급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안이 아니며, 여러 선진국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결정과 인력 추계에 대한 접근법도 나라마다 차이를 보인다.

 

먼저 일본의 경우에는 1970년대 인구당 의사 수 목표를 세워 의대 정원을 대폭 늘렸으나, 1980~90년대에는 의사 과잉 우려로 정원을 축소했다. 이후 2000년대 후반부터는 지방 의료 부족이 문제가 되자 다시 정원을 늘려 현재 연간 9,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저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를 전망하여 향후 정원 감축까지 검토 중이다. 일본은 OECD 통계의 단순 비교에 얽매이기보다, 각 현()별로 필요 의사 수를 산정하고 지역 편중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 일본에서는 의사 수 증가는 의료비 폭증을 초래하고 한 번 늘린 정원을 줄이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 인구 구조와 의료 수요 변화를 고려한 신중하고 유연한 정원 정책을 펴는 중이다.

 

독일의 경우에는 연방 차원에서 특정 지역이나 전문과목의 의사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의사 분포 계획(Bedarfsplanung)을 시행하고 있다. 각 지역 의료공급자 협회가 인구 대비 개업의 및 전문의 정원을 관리하며, 과밀 지역에는 개원 허가를 제한하고 취약 지역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독일의 의대 정원은 연방주별로 정해지며 최근 완만하게 증가 추세이나, 급격한 확대 없이 국내 인력과 EU 역내 의사 이동으로 수급을 맞추고 있다. 의사 근무환경 개선에도 힘써 현재 의사 중 약 50% 50세 이상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연장근로나 정년 후 계속 근무를 장려하여 경험 많은 의사가 더 일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독일은 의사 인력 부족 분야(특히 일반의)에 한정된 대책을 시행하며, 무분별한 의대 정원 확대보다는 기존 인력의 효율적 활용과 국외 인력 충원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의 경우는 연방 차원의 의대 정원 통제는 없지만, 실제 공급은 전문의 수련과정에 의해 결정된다. 오랜 기간 메디케어 재정 한계로 레지던트 정원이 동결되어, 현재는 의대 졸업자 증가분이 곧바로 전문의 공급 확대로 이어지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있다. 미국도 여러 연구기관(AAMC )이 장기 의사 수요를 다중 시나리오로 예측하고 있는데, 인구 고령화로 2034년까지 최대 12만 명 이상 의사 부족을 전망하면서도 한편으로 간호사NP PA(Physician Assistant) 등의 공급증가가 일부 의사 역할을 대체하여 부족분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을 제시한다. 실제 미국의 NP/PA 2024~2034년 사이 66%, 37% 증가가 예상돼 의료의 상당 부분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미국은 최근 연방법 개정을 통해 매년 수백 개씩 레지던트 정원을 늘리고 있고, 국제의료졸업생(IMG)의 미국 수련 기회를 확대해 인력 부족을 보충하고 있다. 요컨대 미국은 시장 수요 예측에 기반한 유연한 시나리오 계획을 활용하며, 다른 보건인력과 역할분담을 포함한 통합적 인력정책을 지향하고 있다.

 

해외 사례를 종합하면, 의사인력 수급 문제 해결에는 단순한 정원 확대 이상의 접근이 필요하다. 일본처럼 지역 간·분야 간 불균형 해소, 미국처럼 다른 의료인력과의 역할 재정립, 독일처럼 근무환경 개선과 기존 인력 활용 등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질 때 효과를 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의료 이용량이 많은 구조에서는 공급을 늘리기 전에 소비 구조부터 점검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부작용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5. 정책 제언 및 결론

 

이상의 분석을 바탕으로, 본 연구소는 의사인력 수급 정책의 방향 전환을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의대 정원 확대의 즉각 중단 및 동결: 현재의 불확실한 추계 결과를 근거로 졸속 증원을 시행해서는 안 된다. 최소 향후 5년간은 정원을 현 수준(3,058)으로 동결하여, 이중학번 사태로 무너진 의대 교육체계를 정상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의사가 부족하다는 정치적 구호에 치우쳐 인력 양성의 질을 희생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오히려 필요한 경우 정원 일시 감축까지도 고려하여, 교육 여건 회복과 필수의료 분야로의 유도정책이 효과를 낼 시간을 벌어야 한다.

 

인구구조 반영 합리적 정원 관리 기준 마련: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대 후반부터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의사인력 과잉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 이에 10년 단위 인구구조 전망에 따라 의대 정원을 탄력 조정하는 원칙을 세우고, 인력 공급 과잉이 우려될 때는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의사 인력의 질적 수준과 적정 수를 유지해야 한다.

 

의료 소비구조의 개혁으로 불필요한 수요 억제: 의사 부족 논의의 이면에는 의료남용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낮은 본인부담율, 민간 실손보험의 과잉 보장 등이 겹쳐필요 이상의 의료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이에 정부는 의료 소비자들의 의료남용을 억제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1차 의료기관부터 수도권 대형병원까지 아무런 제한 없이 환자들이 무분별하게 의료를 이용하는 행태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공급자만 통제하는 정책으로는 의료 수요를 적정 수준으로 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의료 소비자에 대한 통제 정책을 포함하여 의료를 적정하게만 이용하게 한다면, 지금 예측된 의사 부족분의 상당 부분은 사라질 것이며, 결과적으로 의대 정원은 동결하거나 감축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의학교육 투자 및 평가 상설화: 의사 인력 정책의 기본은 양질의 교육을 통한 유능한 의사 양성이다. 정부는 현재 부족한 의대 교수 정원을 확충하고, 노후한 실습교육 시설을 개선하는 등 의학교육에 대한 과감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 현 정원 3,058명도 교육환경이 미비하여 많은 학교들이 힘겨워하는 실정이다. 하물며 정원을 늘린다면 그에 상응하는 예산 지원과 인프라 구축 계획이 선행되어야 하나, 지금까지 그런 언급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에 본 연구소는 의대 정원 논의에 앞서 의평원의 평가를 수시로 시행하여교육여건 평가를 의무화할 것을 제안한다. 각 의대별로 수용 가능한 학생 수를 평가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환경을 갖추지 못한 경우 정원 확대를 불허해야 한다. 또한 국가가 의대 교수 충원을 위한 재정 지원에 나서야 한다. 단순히 학생 수만 늘리고 교수는 자연증가에 맡긴다면 교수 1인당 학생수가 더욱 늘어나 교육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의학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장기적으로 좋은 의사를 더 많이 배출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부의 이번 의사인력 수급추계 발표 내용은 그 전제와 방법의 편향성 등으로 인해 정책 결정의 근거로 삼기 어렵다. 숫자에 매몰된 채 의료제도의 현실과 미래 변화를 도외시한 추계 결과를 그대로 받아들여 정원 확대를 강행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왜냐하면 자칫하면 수십 년 후 의료공급 과잉과 실업, 의료의 질 하락 등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지금은 성급한 의대정원 확대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아니라,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는 계기로 삼아야 할 시기이다

 

의사인력 수급은 장기적 안목에서 다루어야 할 국가적 과제다. 정치적 목적이나 단기 성과를 위해 졸속으로 결정할 일이 결코 아니라는 말이다. 이에 정부는 추계위에서 발표한 추계의 미흡함을 인정하고, 보다 과학적이고 개방적인 논의를 통해 합리적인 인력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본 연구소는 국민의 건강과 미래 의료를 위해, 성급한 증원보다는 지속가능한 의료 인력관리 체계 구축이 우선됨을 거듭 강조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숫자의 확대가 아니라 방향의 전환이다. 정부와 국회가 현명한 판단으로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를 바로 세우기를 기대한다.

 

 

 

202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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