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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un Medicine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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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5 [보도자료] 근본적인 대책 없는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방안에 대한 비판적 분석

관리자 2022-07-25 09:46:09 조회수 532

[바른의료연구소 보도자료] 근본적인 대책 없는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방안에 대한 비판적 분석 



1. 서론


지난 7월 18일 한 언론 보도를 통해서 보건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추진 방안'의 일부 내용이 공개되었다. 해당 언론 보도에서 드러난 중요한 내용들은 종별 가산의 대대적인 폐지 및 개편, 검체 및 영상 분야의 종별 가산 폐지와 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의 입원료 가산 폐지 또는 개편을 통해서 추가로 재정을 확보하여 이를 외과계 및 입원료 보상 강화에 활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본 연구소)에서는 해당 언론 보도를 접하고, 보건복지부가 여전히 대한민국 의료 왜곡의 중심에 있는 저수가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의지가 없음을 알게 되어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추가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지원이나 상대가치점수 총점의 점증 계획도 없이 발표된 이번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 방안은 저수가 개선이나 의료전달체계의 정상화는 기대하기 어렵고, 오히려 의료 현장에 혼란만 가중 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본 연구소는 언론 보도를 통해서 드러난 보건복지부의 상대가치점수 개편 방안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밝히고, 해당 조치 이후 의료 현장에서 혼란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설명하고자 한다.



2. 종별 저수가 구조의 면밀한 원인 분석 없이 일률적으로 이루어지는 검체 및 영상 분야 종별 가산 폐지는 효과도 없고, 저수가 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킨다.


그동안 여러 수가 관련 연구를 통해서 대한민국 의료 기관들이 초저수가에 시달리고 있음이 밝혀졌고, 만성적인 저수가를 극복하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다 보니 의료가 자꾸만 왜곡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으로 통하고 있다. 대한민국 의료 수가의 상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대표적인 연구로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이 바로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에서 2016년에 일산병원 자료를 가지고 수행한 '건강보험 일산병원 원가계산시스템 적정성 검토 및 활용도 제고를 위한 방안‘이라는 연구이다. 


해당 연구 결과를 보면, 진료영역별 원가보전율은 전체적으로 78.4%에 불과하였고, 진찰료, 입원료, 주사료, 마취료, 처치 및 수술료 등 의사 및 의료인들의 의료 행위와 관련된 수가는 50~80% 수준으로 매우 낮았다. 연구에서 드러난 종별 추정 원가보전율을 보면, 상급종합병원 84.2%, 종합병원 75.2%, 병원 66.6%, 의원 62.2%로 나타나 의료기관의 규모가 작을 수록 저수가로 더 고통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연구에서 각 의료 행위 분야 중에서 원가인 100%를 의미 있게 넘긴 분야는 원가 대비 140%정도의 수가를 나타낸 영상 분야와 145~153% 정도의 수가 수준을 보인 검체 검사 분야 둘 뿐이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환자 급감으로 인해 고사 위기에 처해있던 수 많은 병의원들이 신속항원검사 시행에 더욱 열심히 참여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대한민국 수가 구조를 보면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비급여 의료를 제외하고 원가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의료 행위 분야가 검체 검사 및 영상 분야뿐이었기 때문에 많은 의료기관들이 검사를 많이 해왔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는 원가에 비해서 40~50% 정도의 이윤이 남는 재화나 서비스의 가격을 부적절하게 높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느냐 하는 점과 원가 이상의 수가를 보이는 검체 검사와 영상 분야의 수가를 반영하여도 전체적으로 의료기관들이 심각한 저수가에 시달리고 있다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 의지를 정부가 가지고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서 추가로 마련되는 재원을 외과계 및 입원료 보상 강화에 사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부분을 보면 정부가 근본적으로 저수가를 개선시킬 의지나 계획이 없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연구에서 밝혀진 내용을 보면 현재 입원료 수가는 원가 대비 46~50% 수준에 불과하고, 처치 및 수술료 수가는 원가 대비 77.6%에 불과했다. 즉, 정부가 밝힌 종별 가산 폐지와 일부과 입원료 가산 폐지 등을 통해 마련하는 5000억 가량의 추가 재정으로는 입원료와 처치 및 수술 수가의 원가 이상으로의 정상화는 불가능 하다는 말이다. 정부의 조치 이후에도 검체 검사와 영상 분야는 폭은 줄어들더라도 원가 이상의 수가를 보이고, 입원료와 처치 및 수술 수가는 원가에 못 미칠 것이다. 따라서 의료기관들은 손해 보는 입원 및 수술 대신 수가가 낮아졌지만 그래도 원가 이상의 수익이 나는 검체 검사와 영상 검사를 더욱 많이 하는 방향으로 의료 행태를 변화시켜 의료 왜곡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아야 한다. 결국 정부는 장기적으로라도 수가 수준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려 OECD 평균 정도로 정상화 시킬 계획은 전혀 없고, 어떻게든 현재의 왜곡된 구조 안에서 윗 돌 빼서 아랫돌 괴고 아랫돌 빼서 윗 돌 괴는 수준의 미봉책만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3. 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입원료 가산을 폐지 및 조정하게 되면, 의료 현장에서의 중환자와 정신질환자 기피 현상이 가중되고, 소아청소년과의 위기만 가중시킬 것이다.


현재까지 정부는 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에 대해서 입원료 가산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 세 진료과에 대해서 입원료를 가산해 주었던 이유는 이들 과들이 수술이나 처치 보다는 투약 위주의 의료 행위가 중심을 차지하고, 비급여 의료 행위가 거의 없으며, 고가의 영상 검사도 다른 수술 중심의 과들보다는 적기 때문에 입원 수익성이 낮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원가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는 입원 수가 때문에 입원 환자 유지의 수익성이 낮은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더 낮은 내과, 소아청소년과, 정신건강의학과의 입원 수가를 가산해주지 않으면 의료기관들의 해당 진료과 환자들에 대한 기피 현상이 심화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 등에서 치료받고 있는 중환자의 상당 수는 내과 환자이다. 고령의 만성병 환자가 대부분인 내과 환자는 언제든 위급 상황이 쉽게 발생할 수 있고, 질병 초기 집중 치료가 환자의 예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빠른 시기에 입원하여 치료 받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현재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넘쳐나는 내과 중환자들로 인해 3차 의료기관들의 입원실과 중환자실은 이미 포화상태이고 더 이상 환자를 입원시킬 수 없을 정도이다. 이로 인해 당연히 3차 의료기관이나 대형 종합병원에 입원해서 치료 받아야 하는 환자들이 일반 종합병원이나 중소 병원에 입원해서 치료 받는 경우가 허다하며, 이마저도 병실이 없어 입원이 안 되는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과 입원 환자에 대한 수가 가산을 없애버리면, 병원들은 수익 구조 개선을 위해서 내과 병상을 줄일 수 밖에 없고, 이는 내과 환자들의 급성기 병상 수 감소로 이어져 많은 생명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고령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주기적으로 전 세계를 위협하는 감염병이 창궐하는 상황에서 내과 급성기 병상을 줄여나가는 이러한 정책 방향은 국민 건강에 심대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는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입원료 가산 폐지도 많은 문제를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의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환자는 정신전문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입원료 가산이 폐지되면 병상 수 감축 및 의료 인력 감축 등의 조치가 필수적으로 따라 올 수 밖에 없다. 이는 결국 정신질환자의 탈원화를 더욱 조장하고, 입원 치료의 질이 감소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도 인권 문제 등으로 인해 정신질환자의 탈원화가 조장되어 사회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정신전문병원 입퇴원 과정에서 수 많은 법적 마찰이 생기고 있는데, 입원료 가산 폐지는 이러한 문제를 더욱 빈번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소아청소년과 환자에 대한 입원료 가산은 폐지는 아니고 연령 가산체계로 정비한다고 알려졌다. 이는 신생아실 입원료 보상을 늘리고, 연령이 올라갈 수록 입원료 가산 비율을 낮추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소아청소년과는 진료과 자체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심각하게 낮은 출산률로 인해 치료 대상 환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고, 그동안 입원 환자 치료를 통해 진료과 의사들의 일자리를 만들었던 아동병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줄줄이 폐업하면서 많은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일자리를 걱정하고 있을 정도로 진료과 자체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소아청소년과는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나 국민 건강 유지의 측면에서 필수적인 진료과이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그런데 정부는 소아청소년과를 안정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한 추가 지원책 마련은커녕, 기존 입원 수가도 연령별 조정을 통해서 감축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니 이는 소아청소년과를 더욱 위기로 몰아넣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4. 결론


대한민국은 초저수가를 유지하면서도 국민들의 건강 수준이 높고, 의료 수준도 높게 유지하고 있는 독특한 의료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비현실적인 시스템이 가능하게 된 이면에는 시야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곪아가는 부분들이 많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특히 저수가 체계로 인해 살아남기 위해 자구책을 마련하던 의료기관들은 다양한 방법과 편법을 만들어 내었고, 이것이 3분 진료, 과잉검사, 비급여 남발 등으로 이루어지는 현재의 많은 문제점들을 만들어 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문제점들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만 가고 있고, 이로 인해 현재의 건강보험이라는 단일 공보험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사실이 국내외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건강보험 재정 규모의 증대 없이 총점도 고정되어 있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은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이는 의료 현장에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다. 2017년 이루어졌던 2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에서도 정부는 의료계에 그동안 저평가가 심했던 수술 수가를 올리고, 검체 수가를 낮추는 고통 분담을 요구했다. 당시 원가보전률이 가장 낮았던 의원급 의료기관들은 검체 수가 감소로 인해 경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 자명하여 크게 반대하였지만, 5년 후에 이루어질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에서는 의원급 의료기관 진찰료 수가 인상을 암시한 정부의 태도에 기대하며 고통 분담을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번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에서도 의원급 의료기관 수가와 관련된 내용은 없고, 대부분 병원급 의료기관 수가 조정만이 주로 다루어졌다. 심지어 이번 3차 상대가치점수 개편에서 이루어지는 점수 조정은 병원급 의료기관에도 불리한 내용들이므로, 상대가치점수 개편을 할 때마다 의료계는 희생만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 쪽의 희생만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시스템은 결국 무너질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현재의 건강보험 시스템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고착화되어 지속적으로 문제를 만들고 있는 저수가 체계를 근본적으로 고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금까지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에만 그 시기를 넘기기 위해 임시 방편으로 땜질식 처방만 하면서 버텨왔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언제 갑자기 의료 시스템이 붕괴될지 알 수 없어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이제는 근본적인 변화와 정석적인 방법으로 시스템 개혁을 시작해야 한다. 본 연구소는 이러한 점을 정부가 분명히 알고 근본적인 개혁에 나서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2022년 7월 25일

바 른 의 료 연 구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