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의료연구소 보도자료] 의학적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을 한방치료의 성과로 둔갑시킨 2019년도 서울시 한방난임사업

- 여전히 낮은 한방난임치료의 임신성공률

- 의학적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을 한방난임치료의 효과로 둔갑시켜

- 서울시 기대와 달리 부부 동시 한방난임치료가 임신성공률 향상시키지 못해

- 치료효과 없는 한방난임사업 즉각 중단해야

- 방대한 한방난임사업으로 보건소 본연의 업무에 차질 발생, 향후 보건소를 질병관리청 산하에 둬야

서울특별시는 2018년도에 4개 자치구(금천구, 노원구, 성동구, 은평구)에서 한방난임치료 지원사업(이하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했으나, 바른의료연구소가 분석한 임신성공률은 4.9%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2019년도에는 12개 자치구(강남구, 강북구, 강서구, 관악구, 광진구, 금천구, 노원구, 마포구, 성동구, 용산구, 은평구, 중구)로 사업을 대폭 확대하였다. 이에 본 연구소는 서울시와 사업 참여 자치구들을 상대로 2019년도 사업결과를 정보공개 청구하여 결과를 분석하였다. 

1. 사업 개요 

서울시는 한의약 난임치료 지원을 통해 난임부부의 경제적 부담 경감 및 출산율 증가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서울시에 거주하는 44세 이하의 난임 여성과 그 배우자를 대상으로 한의약 난임치료(한약, 침, 상담 등)를 지원하였다. 부부 모두 난임 요인이 있는 경우 부부공동치료를 시행하고, 부부 중 하나에 난임 요인이 있는 경우에도 공동치료를 권고하나 배우자 치료 불가 시 난임요인자만 치료 가능하다. 

집중치료 4개월(남성은 2개월)에는 한약 복용과 2주 간격의 침구치료를 받았고, 이후 2개월은 침구치료를 받으면서 경과를 관찰하였다 (한방단독치료). 이전 사업과 크게 달라진 내용은 2개월 한방치료 후 본인 의사에 따라 의학적 보조생식술(체외수정, 인공수정 등)을 받도록 허용한 점이다 (의과병행치료). 임신 성공시 치료를 종결하고, 임신에 성공하지 못할 시 나머지 한방치료(2개월 집중치료 및 2개월 경과관찰치료)를 이어서 시행하도록 권고하였다. 

2. 사업 결과

12개 자치구에서 총 421명이 참여했으며(자치구당 평균 35명), 이 중 27명이 중도에 탈락하였다 (중도탈락율 6.4%). 최초 대상 421명 중 221명이 여성, 200명이 남성이었다. 부부는 199쌍이었고, 여성 단독은 22명, 남성 단독은 1명이었다. 부부를 1명으로 환산한 치료단위 수는 222명이었다 (여성 221명 + 남성 단독 1명). 여성 참여자의 평균 연령은 36.9세(±3.89세)이며,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은 9.5%, 인공수정 및 체외수정 경험율은 각각 51%와 52%이었다. 

총 임신 성공자는 55명이며, 이중 한방치료 임신성공자는 26명, 의학적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성공자는 29명이었다. 222명의 치료단위 수를 분모로 하여 구한 총 임신성공률은 24.4%, 한방치료 임신성공률은 12.0%, 보조생식술 임신성공률은 12.5%이었다. 

그런데 서울시는 한방치료 후 보조생식술로 임신한 경우도 한방난임치료에 의한 임신성공으로 둔갑시켰다. 그러나 지금까지 2개월 선행 한방치료가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성공률을 향상시킨다는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따라서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은 한방난임사업의 임신성공률에서 제외해야 한다. 강남구 역시 한방난임치료 임신성공율을 "사업 참여 동안 시험관아기시술을 받지 않는 기간 중 한약치료 및 침치료를 받은 대상자가 임신했을 경우 성공”으로 정의하고,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 1명을 임신성공률 계산에서 제외하였다. 그러나 서울시의 사업결과 보고서에는 보조생식술로 임신한 대상자들을 모두 한방치료의 효과에 포함시켜 임신성공률을 12.0%에서 30.3%로 대폭 부풀렸다. 

관악구의 경우 17명의 여성 중 7명이 임신했는데, 보조생식술에 의한 임신이 6명인 반면 한방치료 임신은 단 1명이었다. 따라서 서울시 사업에서는 의학적 보조생식술을 더 많이 시행한 자치구일수록 임신성공률이 높게 나오게 된다. 결국 서울시 사업은 순수한 한방난임사업인지 아니면 의학적 보조생식술 사업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정체성을 상실하였다. 

3. 서울시 한방난임사업의 임신성공률 12%의 의미 

2017년과 2018년도에 한방난임사업을 시행한 전국 지자체에서 한방난임치료의 평균 임신성공률은 각각 10.5%와 11.8%이었다. 보건복지부의 연구용역으로 2015년부터 4년간 수행된 『한약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에서는 100명 중 13명이 임신하여 임신성공율이 13.0%이었다. 위에 언급한 사업들의 대상자는 거의 모두 난임여성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전체 대상 중 여성 단독은 10%에 불과하고, 나머지 90%는 부부이다. 그렇다면 대상자가 여성일 때보다도 임신성공률이 훨씬 높아야 하나, 여성 단독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이는 부부 동시 치료가 임신성공률을 높인다는 서울시의 기대가 처참히 무너진 것이며, 아무리 부부가 함께 한방치료를 받아도 치료효과가 전혀 향상되지 않음을 여실히 입증해주고 있다. 그래도 서울시는 2020년도 사업에서도 여전히 난임부부를 대상자로 선정하고 있다. 

4. 사업에서 드러난 문제들

K구에 대상자 선정기준에 대해 질의하자, 부부모두 난임 요인 10쌍, 여성 난임과 배우자 2쌍, 남성 난임과 배우자 5쌍이라고 답변하였다. 그렇다면 남성 난임요인만 있고 여성은 정상인 경우도 무려 5쌍이나 참여한 것이다. 그러나 한방치료로 남성 난임을 치유하여 임신성공률을 향상시킨다는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M구의 경우 난임요인이 있는 남편만 사업에 참여했는데, 남편의 한방치료 중 사업에 미참여한 부인이 난임시술로 임신에 성공하였다. 이에 대해 해당 구는 “보조생식술과 한의약 난임치료를 같은 기간에 병행하여 어떤 치료에 의한 임신인지 판단하기 어렵습니다.”라고 회신하였다. 그래도 해당 구는 이 임신을 한방난임치료에 의한 임신성공에 포함시켰다. 

5. 결론 

지난 해 보건복지부 연구용역으로 시행된 한방난임 임상연구를 통해 한방난임치료의 유효성 없음이 입증되었다. 또한 부부 동시 한방치료와 선행 한방치료 후 의학적 보조생식술 시술이 임신성공률을 높인다는 과학적 근거가 전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는 입증되지 않은 여러 가설을 근거로 한방난임사업을 대대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런 효과도 없는 사업에 2019년도에만 무려 5억5천여 만원이 넘는 엄청난 혈세를 낭비하였다. 2020년도에는 서울시 25개 전 자치구로 사업을 확대하였다. 도대체 무엇을, 누구를 위한 사업이란 말인가? 한방난임치료를 받을 시간에 한시라도 빨리 효과가 입증된 의학적 보조생식술을 시술 받도록 지원하는 것이 난임여성의 난임극복을 더욱 용이하게 하지 않겠는가? 서울시는 치료효과 없는 한방난임사업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다. 

본 연구소는 금번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시 한방난임사업에 자치구 보건소의 인력과 조직이 대규모로 투입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로 인해 보건소 직원들은 격무와 과로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로 인해 보건소 본연의 업무인 코로나19 등 감염병 방역에 소홀해지고 있다. 이처럼 효과도 없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보건소가 선거로 선출되는 지자체장의 산하 조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인들의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향후 보건소는 신설 예정인 질병관리청 산하에 두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20년 08월 18일

바 른 의 료 연 구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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