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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명서

Barun Medicine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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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0.30 [성명서] 한의사들은 면허 외 행위인 현대의료기기 사용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임지예 2019-06-25 16:34:31 조회수 338
[바른의료연구소 성명서] 한의사들은 면허 외 의료행위인 현대의료기기 사용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지난 26일 대구시한의사회 회원 20여명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바른정당 박인숙 의원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항의집회를 가졌다. 이는 지난 14일 국정감사에서 박인숙 의원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은 규제가 아닌 면허의 문제다. 규제와 면허를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법률에 관한 지식이 많다고 해서 그 사람이 변호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은 없다. 면허가 있어야 하는 것", "국민을 위해서라도 한의계는 규제와 면허를 혼동해서는 안될 것" 등의 발언으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강력히 반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김명연, 인재근 의원이 X-ray 등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 사용불가는 한의사에게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며 한의사에게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대한한의사협회가 법안발의를 위해 불법 로비한 정황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한의사 의료기기 관련 논란에 박인숙 의원이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날 집회에서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허용을 지지하는 내용의 피켓구호와 발언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나 대부분의 주장이 현대의학에 대한 무지함과 자기모순적인 논리에 근거하고 있었다. 오히려 한의사에게 의료기기를 절대 허용하지 말아야 하는 근거를 제시해주고 있어 자승자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는 이들의 주장을 다음과 같이 반박하고자 한다.


① "수의사들도 X-ray, CT를 사용하고, 치과의사들도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며, 어군탐지를 위해서도 초음파를 사용하는 데 한의사들만 안되는 이유가 무엇이냐“


수의사가 동물의 진단에 X-ray, CT를 사용하는 것은 수의사법에 따라 면허된 것이고, 치과의사가 치과영역의 진단에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의료법에 따라 면허된 것이다. 그러나 한의사의 진단의료기기 사용은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 즉 무면허 의료행위이다. 의료법상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라고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2010. 7. 29. 2008헌가19 결정에서, 한방의료행위는 “우리의 옛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판시했음을 한의사들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2012년 2월에도 헌법재판소는 '초음파 검사는 한의학적 지식이나 방법에 기초한 한방의료행위라고 볼 수 없고 해부학적 지식을 기초로 한 “의사의료행위”, “의사”의 업무영역에 해당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그래도 정히 수의사와 치과의사처럼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싶다면, 수의사와 치과의사가 되면 될 일이다. 따라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을 정당화하기 위해 수의사와 치과의사의 예를 든 것은 매우 부적절한 것이다. 어부도 어군탐지용으로 쓰는 초음파를 한의사가 못 쓸 이유가 없다는 주장은 의학에 대한 무지함이 그대로 드러나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이는 어부도 어군탐지용 초음파를 사용하니 한의사를 비롯해 그 누구라도 사람의 진단에 초음파를 사용해도 된다는 황당한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② “발목을 삐끗해 (한의원을) 내원하는 환자들이 골절의 우려 때문에 아픈 발목을 부여잡고 다시 진단방사선과, 정형외과로 가는 서러움을 아냐. 또 다시 진찰료를 납부해야 하는 의료비 부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냐”


의사들도 방사선사진으로 골절을 진단하기가 어려워 영상의학과나 정형외과 의사에게 의뢰하는 일이 많은데, 하물며 제대로 배운 적이 없는 한의사들이 골절 여부를 제대로 진단이나 하겠는가? 의사들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이유는 오진으로 인해 환자들의 건강에 더 큰 피해를 입힐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의료비 부담도 급증할 것이 눈에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골절과 염좌를 잘 구분하지도 못하면서 골절이 의심되는 환자를 붙잡고 뭘 하겠다는 말인가? 국민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는 의료인의 자세로 불 수 없다.


이는 한 한의사가 2년 3개월 동안 총 68회에 걸쳐 초음파 진단을 했으나 자궁내막암을 진단하지 못한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 환자는 산부인과에서 자궁내막암 2기 진단이 내려지자 한의사를 의료법 위반으로 고소하였다. 해당 한의사는 "해당 의료기기들은 의사가 사용하지 않더라도 안전하고,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거의 없으며, 한의사 역시 해당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충분한 교육을 받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초음파 기기는 환자의 질병을 진단•검사하기 위한 것으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의료행위이며, 오진 위험성이 매우 크다"며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유죄 판결을 내렸다. 특히 2심 재판부는 "의료인의 진료영역을 무분별하게 확대할 경우 환자 안전에 심각한 위해를 초래할 수 있어 의료법상 진료범위를 초과해 허용할 수 없다"고 하면서, "이런 기본 원칙에 비춰 한의사에게 이들 의료기기 사용은 불허하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다.


③ “기본적으로 면허라는 것이 배타적이라는 점이 있기는 하나, 한의사도 의료인으로서 면허를 지닌 직역이며, 사람을 치료하는 의사라는 관점에서 이러한 현대 진단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제한은 명백한 규제라고 볼 수 있다”


면허의 배타성을 인정하면서도 의사의 의료행위에 속하는 현대의료기기를 한의사들에게 불허한 것이 명백한 규제라는 주장은 아주 자기모순적이다. 만약 이처럼 면허를 규제로 보는 논리라면, 한의사는 의사의 모든 의료행위를 할 수 있고, 의사 역시 한의사의 모든 한방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면허의 배타성을 완전 부정한 것으로서,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는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를 완전 무력화시키는 불법적인 주장이다. 한의사들은 면허와 규제, 법과 떼법을 혼동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0년 7월 ‘한의사가 아닌 자는 침•뜸 시술을 할 수 없다’는 의료법 규정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오자, 대한한의사협회는 『침•뜸 시술, 반드시 의료전문가인 한의사에게 시술받아야 안전합니다』는 보도자료를 통해 '인체에 대한 해부와 병리, 생리 등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체계적인 교육, 충분한 실습 없이 침•뜸을 시술한다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생명까지 앗아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불법 무면허자에게 침•뜸 시술을 허용해야 한다는 일부 불온한 세력의 발상은 결코 용인될 수 없으며, 국민 건강증진과 생명보호를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 막아야 할 중차대한 사안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이 말은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금번 항의집회는 한의사들에게 현대의료기기를 허용하면 오히려 국민건강에 위해를 끼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의가 있다고 본다. 법원과 헌법재판소 판결에서도 진단용 의료기기를 이용한 진단은 '한방의료행위'가 아니라 '의료행위'에 속하고, 한의사가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여 진단하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임을 거듭 확인해주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일부 국회의원들이 한의사협회에 동조하여 국민편의를 근거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법안을 발의하였다. 국가 보건의료체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이번 법안 발의가 과연 진정 국민을 위한 것인가를 엄중히 묻지 않을 수 없다.


2017년 10월 30일
바른의료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