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un Medicine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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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의료연구소 성명서]
대한의사협회는 학술대회 운영 논란에 책임 있게 답하고, 감사보고서와 해명자료를 회원들에게 공개하라
1. 서론
대한의사협회 종합학술대회의 대행업체 선정과
예산 집행, 호텔 객실 제공 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됐다. 9월 20일 언론에 보도된 감사 내용에는 이해충돌 관리의 적정성, 업체
선정 절차의 신뢰성, 계약금액 변경에 대한 승인과 통제, 숙박지원
기준 등 회원 회비를 사용하는 단체라면 엄격하게 관리해야 할 문제들이 포함돼 있다.
현재 공개된 기사만으로 특정 임원의 횡령이나
배임을 단정할 수는 없다. 감사단이 제기한 의혹과 집행부의 해명 사이에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그러나 형사상 책임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부적절한 업무 처리와 방만한 예산 집행에 대한
조직의 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회원들이 납부한 회비를 적정하게 사용했는지, 의사결정 과정은 공정했는지에 대해서는 그 자체로 충분한 검증과 설명이 필요하다. 이에 해당 논란의 구체적인 문제점을 밝히고, 의협이 회원들을 대상으로
가져야 할 올바른 회무 방향에 대해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 이해충돌 관리는 최종 점수의 반영 여부만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보도에 따르면 대행업체 선정 과정에 참여한
의협 이사는 불과 약 6개월 전까지 입찰 참여업체의 대표를 맡았던 인물이다. 이처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의심될 수 있는 과거 경력이 있었다면, 의협은
심사에 앞서 해당 사실을 확인하고 참여 제한의 범위를 명확하게 정했어야 한다.
집행부는 해당 이사가 스스로 회피를 신청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회피신청은 언제 이뤄졌고, 누가
어떤 근거로 처리했으며, 실제로 어느 단계부터 참여가 제한됐는지를 밝혀야 한다. 평가에서 제외됐는지, 이미 작성한 점수만 사후적으로 제외했는지, 점수를 제외한 결과 순위에 변동이 없었다는 것인지도 구분해 설명해야 한다.
설령 최종 점수 산정에서 제외됐더라도, 그 전에 업체 발표와 질의응답, 비교자료 검토, 심사위원 간 논의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면 다른 위원들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남는다. 따라서 점수를 제외해도 순위가 같았다는 설명만으로 심사 과정 전반의 공정성이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입찰업체 모두가 위원들의 추천으로 참여했다는
해명 역시 충분하지 않다. 업체를 추천한 사실과 해당 업체의 대표를 최근까지 역임한 사실은 이해관계의
성격과 정도가 다르다. 경쟁업체 대표의 과거 의협 임원 경력을 문제 삼았다면, 다른 업체와 심사위원의 관계에도 일관된 기준을 적용했어야 한다.
3. 업체 선정과 계약 변경 과정의 부실한 관리는 회원 회비에 대한 책임의 문제다.
보도된 평가표의 서명 누락, 세부점수 미기재, 배점기준과 다른 점수, 합계 오류 등이 사실이라면 업체 선정 결과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중대한 관리상 결함이다. 이를 단순한 실무 착오로 설명하려면, 그러한 오류가 어떻게 발생했고
평가 결과의 신뢰성을 어떻게 확인했는지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
선정 이후 과업과 견적이 상당한 규모로
변경됐다는 점도 설명이 필요하다. 학술대회를 준비하면서 추가 업무가 발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추가 업무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과 그 비용을 적정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어떤 과업이 왜 추가됐는지, 가격은 어떻게 검증했는지, 누가 계약 변경과 추가 지출을 승인했는지가 확인돼야 한다.
행사 운영을 위한 논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협회에 추가적인 재정부담을 발생시키는 절차까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집행부는 최초 계약과 최종 정산의
차이, 변경 사유, 승인 내역을 회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
4. 호텔 객실 확보와 배정 과정에서 드러난 방만한 운영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해외 초청인사와 지방 거주 연자·좌장, 현장에 상주해야 하는 필수 운영인력에게 숙박을 지원하는 것은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약 100실 규모의 객실을 확보한
수요 산정이 적절했는지, 예약 축소와 취소 가능 시점에 충분한 조치를 취했는지는 별도로 검증해야 한다.
이미 확보한 객실을 취소하기 어려워 잔여
객실을 관계자들에게 제공했다는 설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객실이 남게 된 원인과 남은 객실을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제공했는지는 각각 설명해야 할 사안이다.
특히 취소수수료를 부담하더라도 일부 비용을
회수할 수 있었는지, 객실 수 조정이나 호텔과의 재협상 가능성은 검토했는지 밝혀야 한다. 실제 계약상 환불이 불가능했다면 그 조건과 검토 경과를 제시하면 된다. 확인되지
않은 비용 회수 가능성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손실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태를 회원들에게 수용하라고 요구해서도 안 된다.
대행업체 직원에 대한 객실 제공 역시
계약상 협회가 부담해야 할 사항이었는지, 행사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지원이었는지, 별도의 승인과 기준이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객실이 남았다는 사정
자체가 그 이용 대상을 임의로 확대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5. 특별감사 추진 여부와 관계없이 회원의 알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특별감사위원회 설치와
임시총회 개최 요청을 부결했다고 해서 감사에서 제기된 문제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다. 특별감사의 필요성에
대한 판단과 기존 감사 결과를 회원들에게 설명할 책임은 구분돼야 한다.
특히 의료계 내부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한다는 이유로 설명과 공개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 조직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것은 문제를 확인하고
바로잡는 과정이 아니라, 의혹이 제기됐는데도 회원들이 그 실체를 확인할 수 없도록 하는 태도다.
6. 결론
이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① 의협 집행부는 이해충돌 관리와 학술대회 운영에 대한 비판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확인된
절차상 미비와 예산관리 부실에 대해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라. 그리고 차후 재발방지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라.
② 감사단은 수시감사보고서를 일반 회원들에게 공개하라. 확인된 사실, 관계자 진술, 감사단의 판단, 추가
확인이 필요한 의혹을 명확히 구분하고, 집행부의 소명에 대한 검토 결과도 함께 제시하라.
③ 의협 집행부는 감사 지적사항별 해명자료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를 일반 회원들에게 공개하라. 회피신청과
처리 경과, 심사 참여 범위, 평가 결과, 계약 변경 및 승인 내역, 객실 예약·취소 조건과 배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라.
④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는 특별감사 관련 요청을 부결한 판단 근거와 남은 지적사항에 대한 후속 점검 계획을 공개하고, 집행부는 이해충돌 회피·제척, 평가표
관리, 계약 변경 승인, 숙박지원에 관한 기준을 정비하고
개선 결과를 회원들에게 보고하라.
자료 공개 과정에서 불필요한 개인정보
등은 보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이유로 의사결정 과정과 회비 집행의 적정성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핵심 정보까지 가려서는 안 된다. 대한의사협회의 회비는 집행부가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이 아니라, 회원들이 협회의 공적 역할을 위해 맡긴 재원이다. 집행부에는 이를
신중하게 관리하고 설명할 책임이 있으며, 감사단에는 사실과 근거에 기초해 검증할 책임이 있다.
의혹을 곧바로 범죄로 단정해서도 안 되지만, 범죄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리 부실을 덮어서도 안 된다. 감사보고서와
해명자료를 함께 공개하고, 회원들이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번 논란을
책임 있게 해결하는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26년 9월 21일
바 른 의 료 연 구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