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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un Medicine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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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7 [보도자료] 대한민국 의료 현실에서의 전문약사제도의 한계 및 문제점 분석과 제언

관리자 2022-07-27 09:39:56 조회수 439

[바른의료연구소 보도자료] 대한민국 의료 현실에서의 전문약사제도의 한계 및 문제점 분석과 제언


1. 서론


지난 7월 19일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은 전문약사제도와 관련하여 세 번째로 진행 중인 연구용역이 8월 말쯤 완료될 예정이고, 9월쯤 이 보고서를 받아 10월경 (하위법령) 초안을 만들 것으로 예상한다는 발언을 했다. 전문약사제도는 2020년 4월 7일에 신설된 약사법 제83조 2(전문인력 양성)에 따라 법제화 되었는데, 전문약사 자격 인정과 전문과목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보건복지부 약무정책과장의 발언은 이 대통령령에 해당하는 하위법령의 초안이 10월경에 만들어질 것이라는 뜻이다. 


전문약사제도는 병원약사회를 중심으로 2007년 전문약사제도 TF가 만들어져서 제도 도입에 대해 논의한 이후 2010년 전문약사 자격시험을 최초로 실시하여 전문약사를 배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약사회 내부에서 인정되는 자격에 불과했고, 국가 공인 자격이 아니었던 탓에 자격에 대한 법제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고, 이것이 2020년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그리고 조만간 하위법령까지 만들어지면 전문약사제도는 체계적인 자격 제도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전문약사제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특히 전문약사제도를 주장하면서 약사회에서 내세우는 약료(Pharmaceutical care)라는 용어의 모호함과 기존 약사와 전문약사의 업무 범위에 대한 논란, 병원 약사와 지역 약사의 인력 불균형 문제로 인해 발생할 전문약사제도의 파행 우려, 의사의 진료권과 처방권을 침범할 우려, 의약분업 제도에 대한 올바른 평가 및 제도 변화 필요성 등의 문제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바른의료연구소(이하 본 연구소)에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문약사제도의 한계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법령 제정 시 정부가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과 제도 정착을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2. 모호한 약료(Pharmaceutical care)의 개념과 전문약사의 역할


약료(Pharmaceutical care)는 1990년대 초반 도입된 개념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확실한 치료성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약물요법을 책임감 있게 제공하는 것 (Pharmaceutical care is the direct, responsible provision of medication-related care for the purpose of achieving definite outcomes that improve a patient’s quality of life.)"이라는 뜻으로 정의되고 있다. 약사회에서는 전문약사제도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약료(Pharmaceutical care)라는 개념을 등장시켰고, 이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의약분업 초기 슬로건이었던 "진료는 의사에게 약은 약사에게"라는 말을 "진료는 의사에게 약료는 약사에게"라는 말로 바꾸면서 약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약료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도 비교적 최근이고, 용어의 정의를 중심으로 살펴보았을 때 약료라는 개념이 매우 모호하다는데 있다. 약료의 정의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환자의 성공적 치료 성과를 위해 약물요법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약물요법을 제공하는 것의 범위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환자의 치료를 위해 약을 선택하고 처방하는 것은 의사가 하는 역할이고, 이후 약을 조제하고 약에 관해서 환자에게 복약지도 및 부작용 관련 설명을 하는 것이 약사의 역할이라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인정되고 통용되는 개념이다. 그런데 약료라는 개념은 해석하기에 따라 의사와 약사의 역할 중 어느 지점에도 위치할 수 있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기존에 명확한 역할 분담의 개념이 있음에도 굳이 약료라는 생소하면서도 모호한 개념을 등장시키면서 전문약사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은 전문약사제도의 당위성을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약사회에서는 약료는 모든 약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이 약료가 비전문약사와 전문약사의 역할을 구분 짓는 개념도 아님을 알 수 있다. 결국 전문약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도, 전문약사의 명확한 역할이나 업무 범위 등에 대한 내용 없이 모호한 약료라는 개념만 강조하다 보니 전문약사제도의 필요성은 설득력이 없다. 따라서 약료의 명확한 개념과 전문약사의 역할 및 업무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먼저 마련해놓고, 하위법령을 만드는 것이 보건복지부와 약사회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3. 병원 약사와 지역 약사 인력의 불균형으로 인한 파행적 전문약사제도 운영에 대한 우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전문약사의 개념이 등장하게 된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한민국과는 다른 외국의 의료 시스템을 이해해야 한다. 미국 및 유럽 국가들은 비교적 높은 수준의 의료수가를 유지하고 있고, 이로 인해 의료기관에서 채용하는 의료 인력의 수는 대한민국과 비교할 수 없다. 약사의 경우를 보아도 병원의 규모에 비해 채용되는 약사의 숫자가 대한민국과 미국 및 유럽 선진국들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차이가 난다. 의료의 질을 중요시하는 이들 국가들에서는 환자에게 제공되는 고위험 약물에 대한 관리 및 투약, 복약지도 및 약물 교육, 약물 선택과 관련하여 의사들에게 제공되는 피드백 등이 보다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필요성을 느꼈고, 이를 위해 병원 약사들을 중심으로 전문약사제도가 생겨나게 된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상황을 보면 과연 전문약사가 의료 현장에서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현재 대한민국 병원의 현실을 보면, 병원 내 약사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복약지도와 약물교육, 고위험 약물에 대한 교육 등을 대부분 간호사들이 하고 있고, 부족한 인력 때문에 병원 약사들은 조제와 의약품 관리만해도 업무량이 상당한 상황이다. 저수가 시스템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병원에서는 약사를 최소한으로만 채용하고 있는 상황인데, 과연 전문약사제도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병원에 채용될지는 의문이다.


병원 약사의 수가 중요한 이유는 외국에서 운영되는 전문약사는 대부분 병원 약사가 중심이고, 병원 약사의 역할이 전문약사제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약사들의 절대 다수는 문전약국 및 동네약국에서 일하는 지역 약사이기 때문에, 전문약사제도가 제대로 정착될 리가 만무하다. 또한 지역 약사들 대부분이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인력으로만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이러한 상황에서 올바른 전문약사의 채용과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지역 약사는 물리적으로 의사와 가깝게 있을 수 없기 때문에 환자와 관련된 논의나 피드백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도 없다.


보건복지부나 약사회에서도 이러한 문제점을 알고 있는지 '근무경력 4년 및 실무경력 1년'의 전문약사 자격 요건을 만들면서도 지역 약사나 산업 약사의 경우 경력 인증기관을 어떻게 선정해야 할 지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결국 전문약사제도는 현재 대한민국의 의료 시스템이 미국 및 서구 선진국들과 비슷한 형태로 바뀌지 않는 한 올바르게 정착될 수 없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약사회와 보건복지부가 전문약사제도를 추진하는 것을 보면, 숨겨진 다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4. 처방전 리필제 및 대체조제 합법화, 임의조제 부활 등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전문약사제도


앞서 언급한대로 현재의 대한민국 의료 현실을 고려했을 때, 전문약사제도는 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과 같다. 전문약사를 통한 제대로 된 서비스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전문약사 수가가 책정되기라도 하면, 이를 노리는 병원 및 약국들에 의해 제도는 형식적으로만 운영될 가능성이 높고, 이렇게 되면 결국 전문약사제도로 인해 국민 부담만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약사회가 약료라는 모호한 개념을 강조하면서 전문약사제도의 정착을 강하게 주장하는 이면에는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


처방전 리필제와 대체조제 합법화 등이 약사회의 오랜 숙원 사업임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실제로 약사회는 국회와의 접촉을 통해 이 제도들을 법제화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의사의 진료권 및 처방권 침해라는 점과 의약분업 도입 당시 의약정 합의안에 위배된다는 점, 그리고 해당 제도 통과 시 환자에게 약화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의 문제 등이 있어 법안 통과가 무산되었다. 그런데 전문약사제도를 도입하면서 전문약사의 전문성과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다 보면, 약사회 입장에서는 처방전 리필제와 대체조제 합법화를 추진할 명분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약료라는 모호한 개념을 이용하여 의사의 처방권 중에 일부를 가져오는 임의조제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지만 만약 전문약사제도를 통해서 처방전 리필제와 대체조제가 합법화되고, 임의조제까지 제한적으로 허용된다면, 이는 미국 및 유럽 선진국들에서 전문약사제도를 도입한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고, 오히려 해당 제도가 대한민국의 왜곡된 의료 현실과 만나서 변질되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우려와 의심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보건복지부는 하위법령 제정 전에 전문약사의 업무범위와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약료의 개념도 구체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제도의 도입 취지에 맞도록 전문약사제도가 병원 약사 중심으로 운영되게 하고, 제도의 실효성이 낮은 지역 약사의 경우에는 제한을 두고 매우 예외적인 경우(의료기관의 요청이 있으면서 충분한 수의 전문약사를 보유한 경우 등)에만 허용해야 할 것이다.



5. 결론


2000년부터 시행된 의약분업이라는 제도는 의료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주었고, 수 많은 의료기관들이 이 제도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흥하기도 하고 도태되기도 하였다. 그리고 의약분업 제도로 인해 의료계 못지 않게 약계도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의약분업으로 인해 동네약국들이 대거 몰락하고 병원에 가깝게 위치한 문전약국과 대형 약국 체인이 성공하여 규모를 키워갔으며, 이는 병원 약사 수의 급감 및 지역 약사 수의 폭증의 결과로 이어졌다. 의약계 모두 의약분업제도를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는 집단과 실패라고 평가하는 집단이 공존하는 상황이지만, 제도 시행 2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제도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나 변화는 없는 상황이다. 


본 연구소는 약업과 관련된 새로운 제도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그 이전에 의약분업 제도를 제대로 평가하고, 그 평가 결과에 따른 제도 변화와 관련된 조치를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현재 약과 관련된 가장 크고 중요한 제도가 의약분업인데, 이 의약분업의 문제점과 보완점은 그대로 방치한 채로 자꾸 새로운 제도만 도입한다고 해서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고, 새롭게 도입되는 제도 또한 올바르게 시행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문약사제도가 대한민국에서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병원 약사 수가 늘어나야 하고, 병원에서 약사 채용을 늘리기 위해서는 약사 수를 늘릴 유인 요인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국민 선택 분업을 통해서 국민들이 병원 내에서도 약 조제를 받을 수 있게 되면, 병원의 약사 채용이 늘어나게 되어 이 과정에서 전문약사들도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전문약사제도를 추진하는 보건복지부와 약사회는 제도의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모호한 약료의 개념과 전문약사의 업무범위를 명확하게 하고, 이를 통해 처방전 리필제, 대체조제 합법화, 임의조제 부활 우려 등의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를 없애야 한다. 그리고 의약분업 제도에 대한 재평가와 제도 변화를 통해 새로운 제도들이 보다 안정적으로 도입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해야 한다. 본 연구소는 앞으로 보건복지부의 합리적이고 올바른 역할을 기대하면서 전문약사제도 하위 법령 제정 결과를 지켜볼 것이며, 나아가 보건복지부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의료계와 약계의 발전을 위해 노력해 주기를 바라는 바이다.




2022년 7월 27일

바 른 의 료 연 구 소